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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 보낸 문자 5건 공개돼
“대통령과 저의 특검 문제로 불편
제가 부족해 그런 것이니 양해를”

대통령실 아닌 한 후보와 논의 왜?
김 여사 “친분 깊어 최우선 대상”
한 후보는 “공사 구분 명확해야”

문자 공개 배후는 누구?
한 후보 쪽, 친윤계 지목
대통령실 배후설도 나와
친윤계 “이미 보도된 내용일 뿐”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투르크·카자흐·우즈베크 중앙아시아 3개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16일 새벽 경기 성남 서울공항으로 귀국해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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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무시 논란’이 7·23 전당대회를 휘젓는 가운데, 여러 의문점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문자 공개 주체와 시점, 내용 등을 두고 한 후보와 원희룡 후보 등 각 진영의 주장이 엇갈리면서다. 이런 가운데 8일 밤 티브이(TV)조선은 김 여사가 지난 1월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보낸 다섯 번의 문자 원문이라며 그 내용을 보도했다.

문자에 어떤 내용이?

김 여사는 한 후보에게 지난 1월15일 두번, 19일, 23일, 25일 등 나흘에 걸쳐 다섯 번 문자를 보냈고, 한 후보는 모두 답하지 않았다. 티브이조선은 이날 밤 “일부 오탈자를 수정한 것 외에 최대한 원문을 그대로 옮겼다”며 김 여사의 문자 내용을 공개했다. 김 여사는 1월15일 한 후보에게 “대통령과 제 특검 문제로 불편하셨던 것 같은데 제가 대신 사과드릴게요”라며 “다 제가 부족하고 끝없이 모자라 그런 것이니 한번만 양해해주세요. 제가 백배 사과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한번만 브이(윤석열 대통령 지칭)랑 통화하시거나 만나시는 건 어떠실지요. 내심 전화를 기다리시는 것 같은데 꼭 좀 양해 부탁드려요”라고 적었다. 김 여사는 같은 날 두번째 문자를 보내 “제가 죄송합니다. 모든 게 제 탓입니다. 제가 이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자격도 안 되는 사람이라 이런 사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김 여사는 1월19일에는 “제 불찰로 자꾸만 일이 커져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해서 해결이 된다면 천번 만번 사과를 하고 싶습니다. 단, 그 뒤를 이어 진정성 논란에 책임론까지 불붙듯 이슈가 커질 가능성 때문에 쉽게 결정을 못 하는 것뿐”이라며 “그럼에도 비대위 차원에서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결정 내려주시면 그 뜻에 따르겠습니다”라고 보냈다. 이어 “이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충분히 죄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라며 “대선 정국에서 허위 기재 논란으로 사과 기자회견을 했을 때 오히려 지지율이 10% 빠졌고 지금껏 제가 서울대 석사가 아닌 단순 최고위 과정을 나온 거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걸 위원장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이후 1월21일 당시 이관섭 대통령비서실장은 한 후보를 만나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한 후보가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를 두고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월19일) 등의 발언을 한 뒤였던 만큼, 입장 차이로 사퇴를 요구받았다는 해석이 나왔다.

김 여사는 이 일이 벌어진 직후인 1월23일에도 한 후보에게 문자를 보내 “김경율 회계사님(당시 비대위원)의 극단적인 워딩에 너무도 가슴이 아팠지만 위원장님의 다양한 의견이란 말씀에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제가 너무도 잘못을 한 사건입니다”라며 “위원장님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시면 제가 단호히 결심하겠습니다”라고 썼다. 김경율 당시 비대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비유한 일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어 1월25일에는 “큰맘 먹고 비대위까지 맡아주셨는데 서운한 말씀 들으시니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 충분히 공감이 갑니다”라며 “다 저의 잘못으로 기인한 것이라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만간 두분이서 식사라도 하시면서 오해를 푸셨으면 합니다”라고 문자를 보냈다.

이같은 보도에 한 후보 쪽은 이날 밤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한 후보 쪽은 그동안 ‘김 여사의 사과 의향에 진의가 없었다’고 반박해왔다. 양쪽이 주장하는 문자메시지의 ‘방점’이 다른 것이다. 한 후보는 특히 김 여사의 사과가 끝내 이뤄지지 않은 점을 부각하면서, ‘문자 무시’ 논란이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문자 공개, 누가, 왜 이 시점에?

‘당에서 필요로 하면 사과하겠다’는 취지로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문자 내용은 지난 4일 김규완 시비에스(CBS) 논설실장이 방송에서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이른바 ‘읽씹’(읽고도 답신 안 함) 논란은 지난 1월에도 친윤석열계 사이에 공유되고 일부 언론에 보도됐으나, 국민의힘 전당대회라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논란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한 후보 쪽은 문자 유출 당사자로 친윤계 이철규 의원을 지목하고 있다. 친윤계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나가는 한 후보를 주저앉히기 위해 ‘배신자’ 공격에 이어 김규완 논설실장을 통해 문자를 공개했다는 것이다. 문자가 공개된 직후 ‘친윤 후보’인 원희룡 캠프에서 한 후보에게 적극 공세를 편 점도 근거로 들었다. 문자 내용을 김 여사의 동의 내지 묵인 없이 퍼뜨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대통령실을 배후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반면, 이철규 의원은 “해당 문자는 이미 1월23일 언론에 보도됐던 내용이다. (한 후보와 가까운) 진중권 교수도 문자를 봤다고 하지 않았냐”고 반박했다. 이에 한 후보는 8일 “진중권 교수든 기자든, 제가 그걸(문자) 보여준 적은 없다”고 재반박했다.

왜 사과 문제를 김 여사가 직접 한 후보에게?

공적인 신분인 김 여사가 국정의 중요 화두였던 명품 가방 문제를 직접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텔레그램 문자로 논의하려 한 점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은 8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정말로 사과 의사가 있었다면 한 전 위원장이 아니라 훨씬 더 공식적 루트인 대통령실로 갔어야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김 여사는 주변에 “내가 문제의 당사자고, 한 후보는 집권 여당 대표로 총선을 지휘하고 있었다. 또한 한 후보와 그 전부터 가까웠던 만큼 당연히 의논할 수 있는 최우선의 대상 아니겠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여사가 자신을 둘러싼 당 안팎의 논란 속에, 오랜 친분이 있는 여당 대표와 직접 해법을 찾으려 했다는 취지다.

반면, 한 후보는 “공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8일 기자들에게 “그 상황에서 (김 여사와) 사적 통로로 답을 주고받았다면, 그 문자가 오픈되면 야당이 국정농단이라고 하지 않았을까”라며 “나는 당대표가 돼도 영부인과 당무와 관련해서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앞서 2020년 ‘고발사주’ 의혹 당시 한 후보는 부산고검 차장검사 신분으로 김 여사와 322회 카톡을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이를 두고 한 후보는 지난 2022년 5월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보고가 안 될 경우 사모를 통해서 연락한 적이 있을 뿐”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 “공개적으로 사과 요구했다”?

한 후보가 주장하는 ‘공개 사과 요구’를 놓고도 논란이 있다. 한 후보는 지난 6일 에스비에스 유튜브 채널 ‘정치컨설팅 스토브리그’에 출연해 “그 시점에서 저만큼 보수 정치인 중에서 공개적으로 여러 적극적인 방법으로 김건의 여사의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나경원 후보는 8일 시비에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그때 언론을 좀 찾아봤더니 ‘국민 눈높이’라는 말씀만 하셨지, 공개적으로 사과 요구한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후보는 당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를 두고 기자들에게 “전후 과정에 아쉬움 점이 있고 걱정하실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1월18일)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1월19일) 등의 발언을 했다. 한 후보는 1월25일 기자들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겠다고 했고 김건희 여사 사과도 필요하다 했는데 입장 변화가 없는가’라고 묻자 “제가 김건희 여사 사과를 이야기한 적이 있던가”라며 사과 요구를 공개적으로 한 적 없다고 했다.

한 후보는 8일 기자들이 이에 대해 묻자 “제가 이야기할 때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수위가 있고 (대통령실에) 입장을 전달하는 수위가 있겠죠”라며 “나경원 의원은 당시에 사과 요구하는 게 총선에 필요했다고 판단하신 거 같은데, 그때 왜 아무말도 안 하셨나”라고 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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