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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남양주시 현대병원 김부섭 원장(맨 왼쪽)이 5일 몽골 현대병원에서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신성식 기자
"지난해 4월부터 기다리다 이제서야 수술을 받게 됐어요."
6일 오후 10시 몽골 울란바토르 도심의 몽골 현대병원 1층 로비. 몽골인 부부가 초조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부부의 아들(11)은 2층 3번 수술방에서 발 기형 질환인 '클럽 풋(Club Foot)' 교정 수술을 받고 있다. 아이는 태어날 때 양발이 골프채 모양으로 안쪽으로 돌아갔고 자라면서 심해졌다. 걷지 못한다. 엄마(41)는 "(몽골) 국립외상센터에서 진료를 받던 중 한국 의사의 실력이 우수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 병원이 문 열 때까지 1년 넘게 기다렸다"며 "앞서 수술받은 아이의 가족이 '수술이 아주 잘 됐다'고 하더라. 우리 아이도 잘 끝날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집도의는 경기도 남양주시 현대병원(중앙대의료원 교육협력병원)의 소아정형외과 안재인 교수. 발 기형 분야의 권위자이다. 안 교수는 아이의 오른발부터 수술을 시작했다. 옆에는 현지 의사 두 명이 보조하면서 수술 기법을 익혔다. 안 교수는 아이의 발목에 칼을 대면서 이들에게 끊임없이 설명했다. 안 교수는 다음 날 "수술이 잘 끝났고 1~2년 후 보완 수술을 해야 한다. 몽골만큼 이런 환자가 많은 데를 보지 못했다"고 말한다.
경기도 남양주시 현대병원 김부섭 원장이 5일 몽골 현대병원 진료실에서 다리 수술을 받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울란바토르=신성식 기자
비슷한 시각 김부섭 현대병원장은 옆방에서 무릎 전방십자인대 파열 환자를 수술했다. 농구를 하다 크게 다쳤다. 김 원장은 무릎에 수액을 쉴새없이 주입해 공간을 확보했다. 모니터에 인대의 찢어진 부분이 보였다. 김 원장은 수술을 마치고 3번 방으로 합류했다. 안 교수와 함께 양발을 다 교정했다. 세 시간 걸려서 자정이 다 돼서야 끝났다. 김 원장은 "11세까지 크면서 굳어지는 바람에 수술이 훨씬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몽골에서 58세 클럽 풋 환자를 수술한 적도 있다고 한다.

몽골 현대병원은 지난달 10일 진료를 시작했고, 5일 정식 개원식을 했다. 몽골에서 보기 드문 현대식 병원이다. 정형외과·외과·내과·재활의학과 7개 진료과가 있고, 신경과·소아청소년과 등 4개과도 곧 연다. 김 원장은 몽골 환자에 '무한 애정'을 갖고 있다. 2009년부터 월 2회 주말을 반납하고 의료 봉사를 해 했다. 토·일요일에 10~15명을 수술한다. 지금까지 1500여명을 수술했다. 이를 위해서 몽골 국립외상센터에 3억원을 들여 수술실을 만들었다. 또 30명 규모의 의료 봉사단을 꾸려 10년 째 몽골 오지를 돌면서 1만900명을 진료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현대병원이 5일 몽골 울란바토르에 45개 병상의 현대식 종합병원을 열었다. 울란바토르=신성식 기자
그러다 이번에는 아예 종합병원을 열었다. 호텔 건물을 인수해 45개 병상(수술실 3개)의 현대식 병원으로 개조했다. 60억원 들었다. 현지 관심이 컸다. UBS를 비롯한 몽골 주요 방송 4곳이 개원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 병원에는 의사 15명을 포함해 65명이 일한다. 모두 현지인이다. 김 원장은 그동안 몽골 의료진 107명을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 연수교육을 했고, 상당수가 몽골 현대병원 의료진이 됐다.

김 원장은 "다른 데서 수술받고 합병증이 생겼거나 다른 병원이 포기한 중증 환자,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주로 수술할 예정"이라며 "몽골의 젊은 의사와 레지던트, 의대생에게 최신의 지식과 기술을 가르칠 예정"이라고 말한다. 최진원 주 몽골 대사는 개원식 축사에서 "2021년 한국과 몽골이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며 "보건의료 분야가 한-몽 협력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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