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경찰 수사가 공수처 수사에 미칠 영향]
"박정훈이 무리" 李 항변 무게 실리지만
대통령실 잦은 통화 등은 여전한 의문점
특검 도입 목소리 높아진 것도 변수될 듯
김형률 경북경찰청 수사부장이 8일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해병대 채모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을 검찰에 송치하지 않기로 하면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의 고발로 시작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외압 의혹 수사도 이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의 결론은 박 대령보다는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등의 항변에 힘을 싣고 있다. 이 전 장관은 "외압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박 대령이 과도하게 많은 인원을 입건해 신중 검토를 지시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8일 경북경찰청은 박상현 해병대 7여단장 등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하면서 임 전 사단장, 대대 정보과장, 통신부소대장 3명은 불송치하기로 했다. 경찰의 이런 결론은 수사외압을 주장해 온 박 대령에겐 불리한 방향이다. 국방부 지휘부의 지시가 '부당한 외압'이 아니라 법리적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정당한 지시'였을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수사 결과여서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해 8월 2일 채 상병 사건의 이첩 보류 및 재검토를 요구하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임 전 사단장 등 8명을 '피혐의자'로 적시해 경찰에 이첩했다. 이후 항명죄로 입건된 박 대령 측은 "임 전 사단장의 범죄 정황이 드러난 상황임에도 이 전 장관 등이 부당하게 결론을 바꿨다"고 주장해 왔다.

하급 간부 2명에 대한 불송치 판단도 당시 국방부 지시에 정당성이 있었음을 방증하는 지점이다. 경찰은 채 상병 소속 수색조에 임의로 합류해 수색을 도운 간부 2명에 대해 "수색조에 정식 편성되거나 별도 임무를 부여받은 게 아니어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이 부분 역시 이 전 장관 측에서는 박 대령의 무리한 입건 시도로 평가할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마저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이 전 장관 등의 수사외압 책임을 묻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법원은 직권남용죄의 유무죄를 판단할 때, 그 행위에 '부당한 목적'이 있었는지를 엄격하게 따진다. "직무권한 행사의 주된 목적이 직무 본연의 수행에 있지 않고 사적 이익 추구, 청탁, 불법 목적인 경우"여야 죄가 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수사외압 의혹의 핵심은 '혐의가 있는 임 전 사단장을 대통령 등이 부당하게 빼려 했다'는 것이었는데, 경찰 조사에선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은 것"이라며 "수사외압 수사도 김이 빠질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다만 경찰 수사 결과와 별도로 대통령실의 과도한 개입 정황이 여러 통신기록을 통해 드러난 만큼, 공수처 수사가 당시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에 집중한다면 다른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는 않다. 한 군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외압 사건의 혐의 성립은 당시 수사단이 확보했던 증거와 외압의 구체적 경위 등 당시 상황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추가 수사를 통해 임 전 사단장의 과실치사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나더라도, 수사외압은 별도로 규명해야 할 의혹"이라고 말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경찰 수사 결과와 무관하게 예정된 수사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날 경찰 수사 결과 발표로 인해 특별검사 도입 목소리가 더 커졌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할 변수다. 박 대령 측은 입장문을 통해 "차고 넘치는 증거에도 불구하고, 경찰의 결론은 임 전 사단장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에 불과하다"며 "특검이 왜 필요한지를 잘 보여줬다"고 밝혔다.

한국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2508 주차하던 자동차 난간 뚫고 10m 아래로 추락…4명 중경상 랭크뉴스 2024.08.12
42507 독립기념관 경축식 전격 취소‥개관 이후 처음 랭크뉴스 2024.08.12
42506 미성년자가 10억 아파트 매수…부동산 위법 1017건 딱 걸렸다 랭크뉴스 2024.08.12
42505 尹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첫 만찬…관저서 부부 동반 랭크뉴스 2024.08.12
42504 배드민턴연맹, '안세영 지적' 신인연봉·계약금 상한제 손본다(종합) 랭크뉴스 2024.08.12
42503 '방송4법'으로 거부권 19회로 늘린 尹… 야당 "공영방송 장악 '독재선언'" 랭크뉴스 2024.08.12
42502 “참사 날 뻔”…부산서 승용차가 담장 뚫고 10m 추락 랭크뉴스 2024.08.12
42501 "만주국 축하곡 만들면 민족반역자인가"…논란의 독립기념관장 랭크뉴스 2024.08.12
42500 코로나 입원 환자, 한달새 9.5배 늘었다…尹 "신속히 대책 추진" 랭크뉴스 2024.08.12
42499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치료제도, 진단키트도 ‘품귀’ 랭크뉴스 2024.08.12
42498 오세훈 "다시 서울올림픽, 100% 흑자" vs "엑스포, 잼버리 못 봤나" 랭크뉴스 2024.08.12
42497 구영배 소유 '반포자이' 가압류…큐텐 관련 수십억대 채권가압류도 인용 랭크뉴스 2024.08.12
42496 다시 코로나19 스멀스멀... 걸리면 연차 내고 쉬어야 하나 랭크뉴스 2024.08.12
42495 尹, 이명박 전 대통령과 첫 만찬…부부 동반 랭크뉴스 2024.08.12
42494 최상목 “외국인 정착 위한 ‘비자 사다리’ 구축” 랭크뉴스 2024.08.12
42493 “딸들 양육비 수백억 뜯어내” 셀트리온 서정진 전 내연녀, 檢 송치 랭크뉴스 2024.08.12
42492 [단독] 정부 부처 "사도광산, 강제동원 설명해야" 강경 입장에도‥'등재 찬성' 랭크뉴스 2024.08.12
42491 “35년간 모든 무대를 기다렸다. 모든 무대가 달랐다” 랭크뉴스 2024.08.12
42490 코인 상장 15분만에 가격 15배 급등… 거래소 책임 논란 랭크뉴스 2024.08.12
42489 지진에 태풍까지 ‘관통’…일본 열도 ‘불안’ 랭크뉴스 2024.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