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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상황 따른 배달 중단 규정, 강수량·풍속 기준 없어
“개인 판단에 안전 맡기고 책임도 개인에게 떠넘겨”
게티이미지뱅크

“위험하긴 한데, 조심조심해서 운전하고…진짜 못하겠다 정도를 본인이 판단해서 쉬어야죠”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든 가운데 배달 라이더들이 고민에 빠졌다. 배달을 나가자니 안전이 걱정되고, 쉬려니 비가 너무 잦아 수익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바퀴 수가 적은 오토바이는 미끄러운 빗길에 취약할 뿐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도 크다. 배달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김아무개(27)씨는 “비가 오면 길이 미끄러울 뿐 아니라, 빗방울에 시야가 가려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했다. 특히 올해 장마땐 ‘야행성 폭우’가 잦은데, 밤에 내리는 비는 시야를 더욱 크게 제한해 사고 위험을 높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라이더는 “비가 심하지 않으면 빗길에도 배달을 나간다”고 입을 모았다. “태풍 수준의 비바람만 아니면 나간다”는 김씨는 “주 수입원이 배달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기상 악화 때마다 배달플랫폼이 주는 ‘기상할증’이나 ‘프로모션’도 라이더들이 빗길 운전 위험을 감수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배달의민족은 비 또는 눈이 오는 경우 한집배달 기준 건당 1천원, 알뜰배달 기준 건당 500원을 추가 지급한다. 요기요 또한 안전배달 메시지 등을 전하긴 하지만, 동시에 기상 상황과 주문량에 따라 건당 1천~5천원가량을 추가 지급한다. 라이더들이 비가 올 때 오히려 배달노동 시간을 늘리기 쉬운 이유다. 지난해 배달의민족은 장마 기간인 7월 한달간 장시간 노동을 할 경우 인센티브를 더욱 많이 지급하는 ‘배달고수’라는 이름의 인센티브 정책을 펴 “우천 시 노동, 장시간 노동, 속도 경쟁을 유도하는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일부 지역은 평시 배달료가 적어 한달 수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기도 한다. 기상할증 등 제도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지부장은 “평상시 운임이 너무 적다보니 비가 올 때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라며 “운임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민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연세대)은 ‘배달노동자 실태조사를 통해 살펴본 배달노동자 산업안전’에서 “프로모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수록 장시간 노동을 하거나 악천후에도 일한다는 응답이 높아진다”며 “이러한 운영이 자기착취적 노동을 유도하고, 산재 위험을 높인다”고 분석했다.

악천후시 배달 라이더의 안전 문제는 폭우·폭설이 쏟아지는 매 여름·겨울마다 반복되지만, 해결 방법은 뚜렷하지 않다. 지난해 6월 배달플랫폼노조와 배달의민족은 단체협약에 ‘태풍, 폭설, 폭우 등 중대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 배달서비스를 중단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다. 이후 태풍, 폭설 등 기상 영향이 있을 때는 일부 지역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강수량이나 풍속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한계가 있다.

배달 라이더들은 각자 사고위험에 대비하며 장마를 버티고 있다. 지아무개(32)씨는 “아파트 주차장 같은 에폭시 바닥이나 맨홀처럼 유독 미끄러워서 사고가 잘 나는 장소들을 주변 라이더들과 공유한다”고 했다. 한 40대 라이더는 “방수복을 사 입고, 브레이크를 최대한 살살 잡는 등 조심해서 운전하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김정훈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은 “결국 안전을 개인의 판단에 맡기며, 책임도 개인이 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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