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경북 안동시 송천동 개운사에서 사찰 관계자와 불자들이 집중호우로 뒤편 야산에서 쏟아진 토사와 낙석으로 인해 허리까지 차오른 배수구를 뚫고 있다. 뉴스1
8일 충청과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극한호우 수준의 강한 비가 내리면서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9~10일에도 최대 120㎜ 이상의 많은 장맛비가 예고돼 추가 비 피해가 우려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새벽 경북 영양과 안동에 시간당 50㎜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며 올해 첫 호우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전날 저녁부터 이날 오후 3시까지 경북 상주시는 누적강수량 223.2㎜, 충북 옥천은 203㎜ 안동은 200.5㎜를 기록했다.
한밤중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인해 안동시 임동면 일대 하천이 범람하면서 인근 마을 주민 19명이 고립됐다가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서는 산 비탈면이 무너져 내려 1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8일 오후 경북 영양군 입암면 금학리 한 마을의 집들이 집중호우로 무너져 내린 토사에 파묻혀 있다.연합뉴스
특히 비구름대가 남북으로 얇고 동서로 긴 띠 형태를 보이면서 지역 간 강수량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충북과 경북에 시간당 50㎜ 넘는 비가 쏟아지던 이날 새벽에는 장마 띠가 충북에서는 옥천과 영동 등 남북으로 인접한 두 도시만 지나갈 정도로 얇았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건조 공기와 남쪽에서 올라온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의 습한 공기가 강수대를 압축시키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얇은 장마 띠에 걸리지 않은 곳은 ‘딴 세상’ 같은 날씨를 보였다. 경기 북부는 비가 거의 오지 않았고, 남부 지방은 남해안 부근을 중심으로 폭염 특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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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 큰 ‘띠 장마’…걸리면 물폭탄
8일 새벽 3시, 기상청 호우 특보가 충청권과 경북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표된 모습.(왼쪽) 같은 시간 기상청 레이더 영상에 따르면 시간당 50㎜ 이상 폭우(보라색 영역)가 충청권과 경북 일부 지역을 좁게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기상청
장마철에는 보통 동서로 긴 정체전선(장마전선)이 많은 비를 쏟아내는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이번에 내린 장맛비처럼 강수대의 폭이 유난히 좁을 때는 비의 강도와 시간, 지역을 예측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여기에 최근 한반도에 자주 유입되는 저기압이 정체전선에 크게 관여하면서 변동성이 더 커졌다. 저기압이 서쪽에서 유입될 때는 장마 띠를 북쪽으로 끌어올리고, 동쪽으로 빠져나갈 때는 남쪽으로 누르기 때문이다.
7~8일 사이 비를 쏟은 강수대는 이런 저기압에, 고기압의 영향까지 강하게 받았다. 남쪽에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고 한반도 북서쪽에서도 고기압이 형성되면서 그사이에 놓인 정체전선을 얇게 압축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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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수치예보모델도 모두 달랐던 장마 예측
7일 오전 주요 수치예보모델이 내놓은 8일 강수 집중구역 예측도. 왼쪽부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과 영국 통합모델(UM), 유럽 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 순서. 사진 기상청
이렇게 언제, 어디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릴지 예측이 어렵다 보니 전 세계 주요 수치예보모델의 예측도 제각각이었다. 하루 전인 7일 오전까지도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과 영국 통합모델(UM), 유럽 중기예보센터 모델(ECMWF)은 8일에 각기 다른 곳에 비가 집중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정체전선 활성화(정체전선 따라 비구름 형성)는 예측이 되지만, 이런 경우 강수 강도와 시점, 지역의 변동성은 슈퍼컴퓨터도 각기 다른 예측을 내놓을 만큼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최신 기상 예보를 계속 참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8일 오전 제주시 삼양해수욕장에서 피서객들이 수상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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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경북에 또다시 호우 특보 가능성
8일 밤사이에도 전날과 마찬가지로 ‘야행성 폭우’가 쏟아질 수 있다. 경상권은 8일 밤~9일 아침까지, 전라권과 충청권은 9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예상된다. 기상청은 “8일 밤부터 9일 새벽 사이 다시 경북 북부와 전북 남부, 전남 북부를 중심으로 호우특보가 발표될 가능성이 있어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9~10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 또다시 돌풍과 함께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매우 강하고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과 전라권은 9일 밤~10일 아침 사이 시간당 30~50㎜의 강한 비가 내리는 곳이 있을 전망이다. 10일 새벽부터 오전까지는 강원 내륙과 충청권에 시간당 30~50㎜, 강원 동해안과 경상권에 시간당 20~30㎜의 강한 비가 예상된다.
대전을 비롯해 충남지역에 많은 비가 내린 8일 대전 갑천변이 침수돼 있다. 뉴스1
9~10일 예상 강수량은 수도권과 강원 내륙이 30~80㎜(경기 남부·강원 산지 많은 곳 120㎜ 이상), 강원 동해안 20~60㎜, 충청권·전라권·경상권 30~80㎜(많은 곳 120㎜ 이상)다. 찜통더위도 이어질 전망이다. 9일은 남부 지방, 10일은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 체감온도가 31도까지 오르겠고, 제주도는 33도 안팎으로 매우 무더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