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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에 소를 실은 트럭들이 나타났습니다. 경찰차와 술래잡기를 펼치는 듯 하더니 결국 국회 뒤편 한강 둔치 주차장에 차를 세웠습니다. '한우 반납 투쟁'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과 경북 의성 등지에서 싣고 온 한우입니다.

지난 3일 국회 앞에서 열린 '한우 산업 안정화 촉구 한우반납투쟁'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만 3천 명이 넘는 전국의 한우 농가가 참여했습니다.

당초 한우를 끌고 나와 정부에 반납하겠다는 시도는 경찰들의 원천봉쇄에 막혀 무산됐지만, 축사 모형에 사료 포대를 던져 무너져가는 우사를 표현하고 경찰 방어벽 너머로 한우 모형을 반납하기도 했습니다.
한우를 키워봐야 한 마리에 200만 원씩 손해라며 ‘한우 반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소가 사람을 먹게 생겼다…남는 건 소똥뿐" 한우 농가 하소연

이 집회에 참여한 김포의 한우 농가를 찾았습니다.

부모님부터 대를 이어 40년 넘게 한우를 키워온 황호선 씨. 매일 사육일지를 정리하며 질 좋은 한우를 키워내는 기술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황 씨지만, 지금 상황에선 "소를 키워봐야 손해만 본다"고 말합니다.

한우 산업에서는 송아지가 원료입니다.

한우 송아지 한 마리 값이 350만 원선. 송아지를 축사에 입식해 2년 동안 잘 먹여 700kg이 넘는 비육우로 내다 팔면 700~800만 원 정도 받는다고 말합니다.

한때 한 마리에 천만 원씩 하던 가격이 700만 원대로 떨어진 겁니다. 이렇게 가격이 내리다 보니 송아지 가격과 큰 소 가격이 350만 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송아지를 시장에 내다 팔기까지 키우는 기간이 2년여. 이 동안 소가 먹는 사룟값만 400만 원이 넘게 들고 건초값에 예방접종 등도 해야 하니 한 마리에 100만 원 넘게 밑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나마 황 씨는 인력을 쓰지 않고 부부가 한우 130마리를 건사하고 있어 적자 규모를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편입니다. 외국인 인력이라도 쓰게 되면 적자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기도 김포에서 2대째 한우를 키우는 황호선 씨. 농식품부의 ‘가축행복농장’ 인증도 받고 품질 좋은 한우를 생산하고 있지만, 지금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고 말한다.

■ 통계청도 인정 "한우 한 마리에 143만 원 적자"

한우 농가들은 한우 한 마리에 200만 원씩 밑진다고 주장합니다. 장사해서 남는다는 사람 없다지만, 통계청 조사결과에서 한우 농가의 어려움이 확인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축산물생산비 조사 결과>를 보면, 한우 비육우 수익은 마리당 1,426,000원 적자로 나타났습니다.

한우 고깃소 한 마리를 내다 팔았을 때 받는 수입은 평균 8,785,000원인데 키우는데 든 사육비는 10,211,000원이어서, 142만 6천 원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21년만 해도 한 마리에 29만 원이 남았지만, 2022년에 68만 원 적자로 돌아섰고 지난해에는 적자 폭이 더 커졌습니다.

전국한우협회는 2022년부터 2년 연속 적자인데 올해 적자 폭이 더 커져서 2백만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 사룟값 급등으로 생산비 비싸져

이렇게 소 값보다 사육비가 더 커진 건 사룟값 급등의 영향이 큽니다.

원료 격인 송아지 가격을 빼면 사룟값이 생산비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데, 국제 곡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사룟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입니다.

2020년 코로나 19 발생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곡물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이 영향으로 2020년만 해도 1kg에 412원 이던 고깃소용 배합사료 가격은 지난해 584원으로 올랐습니다.


배합사료는 옥수수나 대두박 등에 풀 사료와 비타민, 생균제 등 영양소를 함께 버무린 이른바 '비빔밥'이라 표현합니다. 비육을 하기 위해서는 건초만 먹이는 게 아니라 배합사료를 먹이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사료용 곡물이나 건초 등의 수입 의존도가 높아 환율의 영향도 크게 받습니다.

■ 3년 새 사룟값 42% 오르고 산지 한우 값 34% 내려

이렇게 생산비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룟값이 40% 이상 오르는 동안 산지 소 값은 오히려 내렸습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해마다 발간하는 <농업전망 2024>에 인용된 농협 축산정보센터 자료를 보면, 600kg짜리 수소 한 마리 가격은 2020년 544만 원에서 지난해 359만 원으로 34% 하락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우시장에서 거래되는 소는 등급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고 하지만, 가격 하락폭은 심각합니다.


생산비가 올랐으면 한우를 그만큼 비싸게 팔아야 할 텐데 무슨 일일까요? 소 값을 제대로 받을 수가 없어 한우 농가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산지 소 값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기사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연관 기사] “한우 키워봐야 200만 원 적자…차라리 반납”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03045

(그래픽 권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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