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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에서 처벌 면하려 '차용금' 주장
민사재판부도 '빌린 돈'으로 인정해
앞선 허위주장이 민사 발목 잡은 셈
이정근(오른쪽)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2022년 9월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인사청탁 등 대가로 수억 원대의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민사소송 항소심에선 "(뒷돈으로 받은) 돈을 갚아야 한다"는 취지로 연거푸 패소한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뒷돈을 '빌린 돈'이라고 거짓으로 주장했었는데, 이것이 민사재판에서 뒤늦게 자신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8-3부(부장 최승원)는 사업가 박모씨가 이 전 부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반환 소송에서 4일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앞서 1심은 "이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1억3,400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 민사재판은 이 전 부총장의 금품 수수 의혹에서 비롯됐다. 이 전 부총장은 2019년 12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자신의 당내 지위를 이용해 박씨로부터 약 10억 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중 9억4,000만 원은 정부지원금 배정과 공공기관 납품 등 알선 명목으로 파악됐다.

형사재판 과정에서 이 전 부총장은 "박씨에게 6억6,000만 원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이는 빌린 돈에 불과하고 5억3,100만 원은 갚았다"고 주장했다. 개인 간의 돈 거래였을 뿐이니,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를 적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전 부총장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판단해, 지난해 12월 징역 4년 2개월과 8억9,000만 원의 추징금(미반환분)을 확정했다.

그런데 민사재판부는 불법 정치자금이 아니라 '빌린 돈'으로 봤다. 대법원 확정 판결 한 달 만인 올해 1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는 박씨가 이 전 부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소송에서 6억6,500만 원을 대여금으로 보고, 이미 변제한 금액을 뺀 나머지 돈을 갚으라고 판단했다.

민·형사 재판 결과가 엇갈린 건 민사소송에선 '변론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론주의는 당사자가 제출한 자료만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며, 제출하지 않은 자료를 판결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는 원칙이다. 민사소송 1심 당시 이 전 부총장이 "해당 돈은 빌린 것"이라는 주장으로 일관했고, 이를 근거로 재판부가 판단한 것이다.

이제 형사재판에서 '빌린 돈'이라고 주장할 필요가 없었던 이 전 부총장은 2심에서 입장을 바꿨다. 그는 "1심에서 한 자백은 진실에 반하고 착오에 기인한 것"이라며 박씨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2심 재판부는 그러나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 번 성립한 재판상 자백을 뒤집으려면 당사자가 '착오로 인한 것'이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형사재판에서 6억6,500만 원이 부정 청탁을 위한 돈으로 확정됐다 하더라도 그런 사정만으로는 착오로 인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은 1심에서 오히려 박씨와의 사이에 수수된 금전이 대여금인지 아니면 부정 청탁을 위한 돈인지가 민∙형사재판의 쟁점이 되고 있음을 명확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차용한 돈이라고 인정했다"며 "거기에 어떠한 착오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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