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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국가 배상 책임 인정
통역 제공 안 한 점도 '절차상 위법'
게티이미지뱅크


다툼에 휘말린 외국인을 합당한 이유 없이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조사 과정에서 통역도 제공하지 않은 경찰 행위에 대해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부장 임은하 김용두 최성수)는 A씨가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지난달 4일 위자료 200만 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해 원고를 불법체포하고 통역의 제공이나 신뢰관계인의 동석 없이 조사를 받게 해 (대한민국이)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인과 결혼해 2012년부터 한국에 살던 모로코 국적 A씨는 2020년 3월 이삿짐센터 일을 하던 중 한국인 B씨와 시비가 붙었다. B씨가 "불법체류자 아니냐"며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밀었고 A씨가 막는 과정에서 B씨의 가슴을 1회 밀친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검찰에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지만, 문제가 된 건 경찰 조사 과정이었다. A씨 측은 ①현행범 체포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는데 위법하게 체포했고 ②통역을 제공하지 않아 방어권 행사에 지장을 초래했다고 주장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인권위는 경찰의 행동이 '자의적 공권력 행사'라고 판단해 2020년 11월 해당 경찰에 대한 징계와 직무교육을 결정·권고했다.

A씨는 인권위 결정을 근거 삼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급박한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증거인멸이나 도주 의사가 없었고, 출동 당시 A씨가 위해를 가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단 점이 근거였다. 또 재판부는 "원고가 외국인이라는 사유만으로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되고 구체적 근거 없이 원고가 증거인멸을 할 것이라고 섣불리 봐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통역을 제공하지 않은 절차상 위법도 인정했다. 피의자 신문조서상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나요?"라는 질문에 A씨가 "네"라고 답변하는 등 일상 대화가 가능해도 형사 사법절차에 대한 내용은 생소해 각별히 유의했어야 한다는 이유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원고의 국적, 언어능력,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이해 정도 등을 고려해 형사절차 및 그에 따른 권리를 충분히 안내했거나 노력을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합리성을 잃은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라고 했다.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모로코와 대한민국 사이 상호보증이 인정되지 않아 소가 각하돼야 하며, 그렇지 않더라도 공무원의 직무집행상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달 21일 판결에 불복, 상고장을 제출하면서 이 사건은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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