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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빌딩에서 "가스 냄새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돼 소방 화학구조대와 경찰, 군(軍) 등이 현장에 출동했다. 해당 건물에서 황화수소가 검출돼 8일까지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뉴스1
지난 6일 서울 강남 도심 한복판의 한 상가에서 ‘화학물질 누출’ 의심 신고가 접수돼 시민들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소방당국 조사 결과 해당 장소에서 기준치를 조금 넘는 황화수소가 검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황화수소는 황과 수소로 이뤄진 화학물질로 정화조·저류조와 같은 곳에서 나오는 유독성 기체다. 극소량이었지만 도심에서 벌어진 사고에 주민·상인은 크게 놀랐다고 한다.

소방과 경찰은 지난 6일 오후 2시 4분쯤 “이상한 가스 냄새가 난다”는 화학물질 누출 의심 신고를 받고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지상 5층·지하 2층짜리 건물에 출동했다. 이 건물은 이튿날인 7일까지 전면 통제되고 있다.

해당 건물은 지하 1층~1층에 식당이, 2~3층엔 고시원이, 4층엔 학원이 입주해있는 근린생활시설이다. 건물 4층에 있던 학원 수강생들과 학부모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냄새를 가장 먼저 맡고 소방에 최초 신고했다고 한다.

신고 직후 인근 상가에 있던 시민들 포함 약 40여명이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중 8명은 메스꺼움과 호흡 곤란·목 통증 등 증상을 호소해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귀가했다. 건강에는 크게 이상이 없는 상태라고 한다.

소방당국은 전날 건물 지하에 있는 오수관(하수도) 등을 조사해서 황화수소 16ppm을 검출했단 내용을 경찰 등에 전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황화수소의 단시간(약 15분) 허용 농도 기준치는 15ppm 미만이다. 소방 관계자는 “신고 직후 현장에서 기준치 농도를 조금 넘는 양이 검출됐으나 개방된 공간으로 (유독성 추정 기체가) 금방 흩어졌다”며 “군에서 실시한 2차 분석에선 ‘황화수소 미검출’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경찰은 오는 8일까지 해당 건물을 전면 통제하고 구체적인 사고 원인을 알기 위해서 정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7일 강남구는 화학물질 누출 의심 신고가 접수된 해당 건물 입구에 “원인 미상의 가스 누출로 인해 출입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붙이면서 건물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김서원 기자

전날 병원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귀가한 8명 외에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인근 주민·상인은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해당 건물은 서울 지하철 9호선 봉은사역에서 200m가량 떨어져 있는 곳으로 사무실과 식당·카페 등이 밀집한 상업지구에 있다.

건물 지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밖으로 대피한 학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오물 냄새를 맡았다’며 목을 캑캑 거리고 숨을 쉬기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지상 1층 식당에서 일하는 김모(36)씨는 “평상시에는 배설물·폐수 처리나 환기가 잘 안 되는 등의 문제는 없었다”라면서도 “언제든지 또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불안해했다. 인근 카페 매니저로 일하는 조모(35)씨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손님들과 함께 밖으로 대피했고, 같이 일하고 있던 한 직원은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일상적인 공간에서 사고가 일어나 걱정스럽다”고 했다.

황화수소는 특성상 달걀 썩는 냄새가 강하게 나며 무색(無色)이다. 다량 흡입했을 땐 기침·두통·현기증 등의 증상을 겪거나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지난 2022년 대구 달성군에서 저류조 청소 작업 중이던 직원 3명이 황화수소 흡입을 이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9년엔 부산 공중화장실에서 황화수소 중독으로 여고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고시원 주민 등 이재민 20명을 상대로 숙박비를 지원하고, 적십자를 통해 구호품도 배포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2시 4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지상 5층 지하 2층짜리 근린생활시설에서 화학물질 누출로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 관계자가 환기를 위해 설치한 이동식 송배풍기. 연합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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