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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언론·전문가, 페제시키안 대화 선호·유연성에 주목
"제한적 대통령 권한·보수강경파 장벽 탓 개혁에 한계"
체제순응형 인물로 평가…"레드라인 지킨 덕에 대선 출마"


이란 대선에서 이변의 승리를 이뤄낸 온건파 페제시키안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이신영 기자 = 서방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란의 새 대통령으로 온건 개혁파가 당선되자 이란과 서방 간에 대화의 물꼬가 트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란에서 대통령 권한에는 한계가 있고 중동정세 불안 속에 내부 권력 구조상 보수 강경파의 목소리가 커 대외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진단도 나왔다.

미국 CNN 방송, 워싱턴포스트(WP)는 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란 대선 결선 투표에서 승리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후보에 대해 이란 적들과의 대화, 특히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대화를 선호해왔으며 이를 국내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보는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페제시키안이 이란과 서방 국가들의 대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대선 캠페인 중 그는 실제로 이란 경제를 무너뜨린 서방의 제재를 해제하기 위해 미국과 대화할 것을 제안했고, 제한적인 사회, 경제 개혁도 주창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페제시키안이 국내적으로 선거 운동 기간 강조한 일부 사회 변화를 도입할 수도 있지만 이것이 실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사남 바킬은 페제시키안의 당선이 즉각적인 정책 변화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바킬은 "그러나 페제시키안이 아마도 덜 억압적인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시스템을 통해 그리고 그 안에서 일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개혁파 후보 페제시키안 후보를 지지한 이란 시민들
[A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지만 바킬은 페제시키안이 그런 변화를 보장하지 않았다며 이는 이란에서 대통령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사회적 자유에 대한 변화의 여지가 조금 있을 수는 있다고 관측했다.

이슬람 신정일치 체제의 이란에선 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 국방, 안보, 외교 등 국가 주요 정책은 최고지도자의 뜻을 따른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이란 대리세력의 개입 등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직을 맡게 된 페제시키안이 최고지도자의 뜻을 거스르며 이란 외교정책, 특히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노선을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WP도 페제시키안이 변화를 거론하며 권력을 잡기는 했지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이슬람 신정체제에는 결코 도전하지 않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페제시키안이 새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보수파의 벽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란 전문가인 메르자드 보루제르디 미주리 과학기술대학교 학과장은 "보수파가 취임 첫날부터 장애물을 만들려 할 것"이라며 "그들은 페제시키안이 시도하는 모든 것에 제동을 걸 것이고 허니문 기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WP는 페지시키안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기 때문에 그의 권한도 제한적일 수밖에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방 국가들 입장에서는 이란 대선 결과가 양측 관계의 변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하지 않지만, 중동 긴장을 악화시킬 수 있는 강경 보수 성향의 후보보다는 페제시키안을 분명히 선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강성 후보에 대한 두려움이 '도덕 경찰'을 통제하고 핵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약속한 페제시키안의 당선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WSJ은 페제시키안이 서방과의 대립 관계를 완화할 수 있음을 예고할 수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사법부, 군부, 고위 관리들을 비롯한 보수적 기관들이 지배하는 이란 체제에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힘겨운 싸움이라는 것이다.

강제적인 히잡(머리를 가리는 베일) 착용을 완화하고 서방과의 핵 협정을 통해 경제를 되살리려는 페제시키안의 의욕은 보수적 의회의 반대에 직면할 수 있다고 WSJ은 예상했다.

그는 히잡 착용 의무화의 종식을 요구하지 않고, 히잡을 쓴 딸과 함께 집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등 이란 정권의 '레드라인'(넘어설 경우 대가를 치러야 할 기준선)을 넘는 것을 조심스럽게 피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분쟁 전문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페제시키안의 유연성이 다른 사람들이 경기(대선)에 나가지 못하게 됐을 때 그가 살아남아 경기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WP는 또한 이번 대선 과정이 점점 심해지는 사회 불안과 경제 위기 속에서 이란의 지배층이 직면한 과제를 잘 보여준다고도 진단했다.

바에즈는 "국가와 사회의 격차가 그냥 덮고 지나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며 "이제는 더 이상 차이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란 대선에서 승리한 마수드 페제시키안
[AFP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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