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다음주의 질문

전국여성노동조합, 채용성차별철폐공동행동 등이 모인 ‘페미니즘 사상검증 공동대응위원회’ 출범식이 지난 3월6일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교육실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email protected]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과 이를 통한 페미니즘 마녀사냥을 종식해야 합니다.”(장혜영 당시 정의당 국회의원)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긴급토론회가 열렸다. 이로부터 한달 전 게임회사 넥슨이,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 속 여성 캐릭터가 0.1초 동안 보인 손가락 모양이 남성 비하 목적으로 일부러 삽입한 ‘집게손’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자 해당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일이 계기였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장혜영 당시 의원과 전국여성노동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게임소비자협회 등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집게손가락 억지 논란,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외쳤다.

하지만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최근엔 르노코리아가 새 차를 소개하기 위해 제작한 홍보 영상이 표적이 됐다. 이 영상 속 여성 직원이 말하는 과정에서 보인 손동작이 남성 특정 신체 부위를 조롱하기 위해 일부러 한 동작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남초’ 사이트 이용자들은 “페미 척결”, “사회 곳곳에 페미 ㅈㄴ(‘매우, 많이’를 뜻하는 비속어) 많네”와 같은 거친 말을 사용하며 문제 원인이 그 여성 직원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르노코리아는 사과하고 해당 직원의 직무를 정지했다. 반페미니즘 정서를 가진 소비자들 주장에 기업이 곧바로 사과하고 ‘페미’를 배제하라는 집단 민원이 제기되는 양상이 지난해 11월 ‘넥슨 사건’에 이어 이번 ‘르노코리아 사건’에서도 재현됐다. 이로 인해 페미니즘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는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이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 원인은 반페미니즘 태도를 드러내며 여성만을 괴롭히는 사람들에게 있다. 지난해 ‘넥슨 사건’ 당시 비난 대상이 된 여성 캐릭터 장면을 그린 사람(애니메이터)은 그들이 예상했던 여성이 아니라 남성이었다. 그러자 그 전까지 ‘페미’라는 말을 쓰며 애니메이터를 비난한 ‘남초’ 사이트 이용자들은 ‘언론 보도 내용을 믿을 수 없다’거나, 그제서야 ‘남자가 그렸냐, 여자가 그렸냐가 핵심이 아니다’와 같이 180도 달라진 반응을 보였다.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 뒤로도 그들은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을 만든 회사 직원 중 에스엔에스(SNS)에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게시물을 올린 여성 직원 신상을 유포하며 인신공격과 괴롭힘을 이어갔다.

자동차를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며 구독자가 100만명이 넘는 남성 유명 유튜버가 얼마 전 자신이 운영하는 채널에 댓글을 남겼다. 르노코리아 새 차 홍보 영상 속 직원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이 유튜버가 올린 영상을 보면, 그도 설명 과정에서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모으는 집게손 동작을 자주 드러냈다. 그런데도 이 유튜버가 ‘페미’라며 비난하는 글은 ‘남초’ 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다. 게임 캐릭터가 0.1초 동안 보인 손가락 모양에도 민감한 사람들이 이를 놓쳤을 리 없다. 이는 결국 ‘집게손’에 집착하는 개인 또는 집단은 여성만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잊지 말자. ‘집게손’ 논란은 일차적으로 여성을 차별하고 배제하는 반페미니즘 집단과 이들에게 효능감을 부여하는 기업의 잘못이라는 점을.

한겨레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898 제주 동부지역서 흔들림 신고 11건…"폭음탄 훈련 영향 추정" 랭크뉴스 2024.04.26
45897 “어버이날 공휴일 지정, 어떻게 생각하세요?” [잇슈 키워드] 랭크뉴스 2024.04.26
45896 與, 채상병특검법에 '수사후 특검 여부 판단' 고수 랭크뉴스 2024.04.26
45895 따뜻하고 습한 지구에서 번성한 ‘역사상 가장 큰 뱀’[멸종열전] 랭크뉴스 2024.04.26
45894 “라마 3 반응 폭발적인데…” 메타, 주가 급락 무슨 일? 랭크뉴스 2024.04.26
45893 이재명 “다 접고 대통령 만나겠다”…오전에 3차 실무 회동 랭크뉴스 2024.04.26
45892 서울대병원 교수, ‘자필’ 사직 대자보…“5분진료 현실 묵살…2천명만 목매” 랭크뉴스 2024.04.26
45891 세상 등진 동성연인에게... “난 그래도 죽지 않을 거야, 왜인 줄 아니” [애도] 랭크뉴스 2024.04.26
45890 '빅5' 병원 교수들, 일제히 '일주일에 하루' 휴진 결정 랭크뉴스 2024.04.26
45889 "정몽규, 韓축구 그만 망쳐라"…분노의 댓글 1만개 쏟아졌다 랭크뉴스 2024.04.26
45888 내 군복이 1000만 원?...발렌시아가, 이번엔 '개구리복' 패션 랭크뉴스 2024.04.26
45887 스포츠 아나운서, 음주운전 적발 "대리 부르려고 車 옮긴 것" 랭크뉴스 2024.04.26
45886 이강희, 승부차기 실패하자…앞에서 대놓고 조롱한 인니 골키퍼 랭크뉴스 2024.04.26
45885 영수회담 화답한 이재명, 법원 출석길엔 '묵묵부답' 랭크뉴스 2024.04.26
45884 전처 살해 다음날 아파트 경비원도 죽이려한 70대…이유 들어보니 ‘황당’ 랭크뉴스 2024.04.26
45883 "수원지검, 술판 사건서 손 떼라" 공세에‥檢 "사법방해" 랭크뉴스 2024.04.26
45882 [영상]먹이주던 사육사에 달려들어 깔아뭉갠 판다…공격? 친근감? 랭크뉴스 2024.04.26
45881 "한강의 기적 효력 다했다, 70년대 경제모델에서 벗어나야"···FT가 본 한국 랭크뉴스 2024.04.26
45880 공수처, ‘채 상병 수사 외압 의혹’ 유재은 법무관리관 소환조사 랭크뉴스 2024.04.26
45879 ‘독도 표기’ 논란 군 정신교재 감사 결과 발표… ‘경고·주의’ 랭크뉴스 2024.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