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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월간 폭행·협박...5200만 원 뜯어내
주범 40대 학원장 항소심서 징역 4년
범행 가담 관리원장 3명 1심서 징역 2~4년
폭행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4월 15일 새벽 인천 연수구의 한 어학원. A(42)씨는 학원 안에서 B(38)씨에게 "옷을 벗어라. (장기를) 다 꺼내보자"며 상의를 강제로 벗게 했다. 학원 로비 바닥에 투명한 비닐을 깔고, 박스테이프로 B씨의 양 손목을 묶고 입도 틀어막았다. A씨가 흉기를 가져와 가슴과 목 부위를 찌를 듯이 위협하자 B씨는 "살려달라"고 무릎을 꿇은 채 울음을 터뜨렸다.

A씨는 폭력조직원이나 사채업자가 아니었다. 인천 연수구와 중구에서 번듯한 학원 4곳을 운영하는 대표 원장이었다. B씨는 A씨가 중구에 있는 학원 관리를 맡기기 위해 고용한 관리원장이었다. 경찰과 검찰의 수사 결과 A씨가 고용한 다른 관리원장 3명도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왜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범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끔찍한 짓을 저지른 걸까.

자금 횡령 의심이 폭행·협박으로



5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2022년 6월부터 B씨가 학원 자금을 횡령하고 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수강료 신용카드 결제영수증을 보관하지 않고, 수강료 현금출납부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한 달 뒤 A씨는 B씨에게 휴대폰으로 계좌 거래 내역을 열게 해 현금 4,700만 원이 입금된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이 돈을 B씨가 횡령한 돈이라고 단정하고 "자백하라"며 양손으로 B씨의 머리와 뺨 부위를 30회 때렸다. 연수구 학원 2곳을 관리하는 다른 관리원장 C(28)씨, D(27)씨도 "거짓말하니까 대표님에게 맞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라"고 B씨를 협박했다. 결국 B씨는 '4,700만 원을 갚겠다'는 변제계획서를 써야 했다.

압박은 그치지 않았다. C씨는 2022년 7월 2일 연수구 학원에서 손바닥으로 B씨의 뺨을 수차례 때린 뒤 A씨가 폭행한 사안에 대해 '원만히 합의했다'는 합의서도 쓰게 했다. 나흘 뒤에는 A씨 지시를 받아 '4,800만 원을 매달 200만 원씩 변제한다'는 서약서도 B씨에게 받아냈다. B씨는 서약서를 대충 썼다는 이유로 폭행도 당했다.

합의서와 서약서까지 썼지만 폭행과 협박은 계속됐다. A씨는 지난해 2월 14일 새벽 중구 학원 교무실에서 권투 글러브를 양손에 끼고 B씨의 얼굴을 수십 차례 때렸다. C씨도 폭행에 가담했으며 D씨는 B씨에게 욕설을 했다. 또 다른 관리원장 E(34)씨는 B씨에게 '1억 원을 2023년 6월까지 개인 대출과 친인척 차용, 추가 근로를 통해 갚겠다'는 변제계약서를 쓰게 했다.

"장기 팔러 가자"...차량에 위치추적장치도 부착



A씨 등은 지난해 4월 12일 밤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중구 학원 교무실에서 B씨에게 옷을 벗게 한 뒤 라이터와 플라스틱 자 등으로 폭행하고 급기야 "장기를 팔러 가자"고 협박했다. '신체 포기 각서'도 쓰게 했다. 횡령한 돈을 갚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가혹행위는 다음 날에도 이어졌다. C씨 등 관리원장 3명은 손과 발, 학원 교재 등으로 B씨를 때렸다. E씨와 D씨는 B씨에게 대출을 받도록 강요도 했다.

범행 수법은 점점 더 잔혹해졌다. A씨는 지난해 4월 15일 새벽 연수구 학원에서 "오늘 간과 콩팥을 빼자. 1층에 나가 있으면 장기 적출 업자가 태우러 올 거야. 너랑 가족사진 전부 조폭이랑 사채업자한테 뿌려서 이미 얼굴 알아"라고 B씨를 협박했다. 겁에 질린 B씨가 도망을 치자 E씨는 "빨리 튀어와"라고 전화를 걸어 다시 돌아오게 했다. A씨는 "도망을 가? 내가 직접 작업해야겠다"고 흉기를 가져와 위협했다. C씨는 "살려달라"고 울면서 호소하는 B씨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렸다. 이날 오후 A씨는 "어차피 넌 죽어"라고 B씨를 협박했고, E씨는 철제 의자 등으로 마구 폭행했다. A씨 등은 지난해 4월 22~28일 B씨 동의 없이 그의 차량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기도 했다.

십자인대 파열에 망막 찢겨..."잔인하고 엽기적 범행"



10개월 가까이 폭행과 협박을 당한 B씨는 갈비뼈와 허리뼈가 부러지고 전·후방 십자인대가 파열됐으며 왼쪽 눈 망막이 찢어진 상태였다. 정신적 피해로 최근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13회에 걸쳐 현금 5,210만 원을 뜯기기도 했다. B씨는 결국 A씨 등을 고소했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A씨 등은 "개인적 원한으로 인해 우발적으로 폭행했다"거나 "B씨가 돈을 갚지 않고 D씨를 성추행해 폭행했다", "A씨가 범행에 가담하지 않았다"고 공모 사실을 부인하거나 허위 진술을 했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공동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달 28일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면서 "피고인의 범행은 잔인하고 엽기적이어서 그 불법성이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며 범행 후 죄질도 좋지 않다"며 "피해자는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입었고 최소한의 인격적 존엄성과 자존감마저 훼손당했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은 원심에서 피해자를 위해 6,000만 원을 형사공탁했고 (1심 이후)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2억4,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합의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류를 제출했다"며 "또 3회의 벌금형 외에 별다른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선처를 탄원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범행에 가담한 관리원장 3명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이달 12일 열릴 예정이다. 1심에서 C씨와 E씨는 징역 4년을, D씨는 징역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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