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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 이야기 라프로익

금주법 미국, 의약품으로 수입
하이볼 만들어 통후추 뿌려 마셔
찰스 3세 애호…윤 대통령에 선물

위스키는 어떤 뜻일까. 위스키의 어원을 따라가다 보면 게일어 ‘우스케바하’(uisge beatha)에서 유래된 것으로 우리말로는 ‘생명의 물’을 의미한다. 처음 생겼을 때 증류주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 약으로 취급됐다. 자양강장제와 열사병, 복통, 설사 등에 치료제로 사용됐다.

증류주는 생산량이 많아지면서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특히 위스키 역사에서 재앙 같은 시절은 바로 미국의 금주법이 시행되었던 시기다. 1919년부터 1933년까지 미국 수정헌법을 통해 술의 제조·판매·운송·수출입이 금지됐다. 금주법은 사회·종교적 이유에서 시작됐다.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 다양한 나라의 술이 유입됐고, 음주문화가 보편화되면서 특히 하층 계급에서 가정 폭력이나 알코올 중독, 범죄 등 사회문제들이 발생했다. 종교단체와 여성인권단체 등에서도 음주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지적하며 금주 운동을 전개했다.

금주법으로 인해 결국 미국에서 술을 생산할 수 있는, 정확하게는 의료용 알코올만 생산할 수 있게 허가를 받은 곳은 단 6곳뿐이었다. 아이러니하게 ‘만악의 근원’인 위스키가 ‘생명의 물’처럼 다시 약으로 사용된 셈이다. 당시 환자들은 10일에 한 번 알코올성 의약품을 처방받을 수 있었다. 50도(100프루프) 1파인트(약 568㎖)의 알코올성 의약품을 3달러에 구매할 수 있었다. 알코올성 의약품은 물론 위스키였다. 이런 의료행위는 의사와 약사의 부수입이었기에 적극적으로 시행됐다. 알코올성 의약품은 터무니없이 모자랐고, 미국 세관은 알코올성 의약품 수입을 허가했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 증류소 ‘라프로익’은 미국 세관에 라프로익 위스키 냄새와 맛이 요오드와 해초 성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세관은 약 냄새 나는 이 액체를 사람들이 술로 즐기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수입을 허가했다. 스코틀랜드 서부 아일라섬의 아드벡, 라가불린 등도 이런 이유로 수입이 허가됐다.

라프로익은 아일라섬의 싱글몰트 위스키다. 담뱃재와 소독약이 뒤섞인 풍미의 아드벡과 비슷하다. 아드벡은 피트(완전히 탄화되지 못한 석탄)향이 세지만 부드러움을 숨기고 있다면, 라프로익은 건조한 피트 풍미를 가지고 있어 의약용으로 조금 더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녹색 병과 간략한 로고도 의약용으로 어울려 보인다.

라프로익은 영국의 찰스 3세 국왕이 좋아하는 위스키 중 하나로, 왕실의 보증(Royal Warrant)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찰스 3세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라프로익 40년을 선물하기도 했다. 라프로익 10년은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좋아하는 위스키로도 알려져 있다. 라프로익 증류소는 일본의 위스키 기업 산토리가 소유하고 있다.

라프로익은 대부분 산토리 소유의 미국 위스키인 짐빔과 메이커스 마크 등 버번위스키를 숙성했던 오크통에서 숙성된다. 주력제품인 라프로익 10년은 10만원 안팎 가격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진한 담배 피트향 안에 버번 오크의 특징인 바닐라, 캐러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미국 세관이 이 위스키를 정말 의약품 알코올로 생각했을지, 또는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술인 줄 알면서도 수입을 허가한 것인지 직접 맛보고 확인해보시기를.

피트 풍미를 가진 위스키들을 하이볼로 마시는 것은 의외로 맛이 괜찮다. 여기에 통후추를 뿌려보면, 또 한번 맛이 괜찮다고 느낄 것이다. 한병을 샀는데 금주법 시절 미국 세관원처럼 위스키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이렇게 마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글·그림 김성욱 위스키 블로거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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