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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전기차 모델

국산·수입차 회사, 라인업 확대
캐스퍼 일렉트릭, 차 크기 키워
경차 혜택 줄어도 충분히 경쟁력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현대자동차 제공

자동차는 매우 독특한 물건이다. 오랫동안 쓰는 내구소비재이면서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물건 중에 부동산인 집을 제외하고 가장 비싼 물건에 해당한다. 때문에 차를 살 때는 더욱 신중하게 결정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르듯 선호하는 자동차도 같지 않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선택의 결과도 달라진다. 여기에는 개인의 경제적 능력을 고려한 차량 가격, 선호하는 브랜드와 모델, 좋아하는 디자인 등 굉장히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있는 것 중에서 선택해야 했던

이런 소비자의 구매 성향 관점에서 전기차는 여러 측면에서 주류가 되긴 부족했다. 우선 차종이 다양하지 않다. 현대자동차의 내연기관차는 세 종류의 승용 세단(아반떼·쏘나타·그랜저)과 경차(캐스퍼), 그리고 대형 팰리세이드를 포함한 여섯 종류의 에스유브이(SUV)가 있지만, 전기차는 중형급 세단 아이오닉6과 에스유브이 코나·아이오닉뿐이다. 막상 전기차를 사고 싶어도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르기보다, 팔고 있는 차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국산차와 수입차 회사들 모두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소비자들의 다양한 구매 동기에 맞는 차를 내놓기 시작했다. 한정된 개발비용 안에서 차를 만들려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할 차, 다양한 사람들을 만족시킬 차를 선보이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전기차는 차 크기의 제약 등으로 만들기 힘든 소형차급과 소비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운 대형차급은 나중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아우디 Q(큐)8 이트론. 이동희 제공

영국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6월 소비자가격 6억원대의 첫 순수 전기차인 스펙터의 국내 예약 판매를 시작했다. 올해 본격적으로 소비자 인도가 시작돼 총 27대의 스펙터가 한국 시장에 팔렸다. 이는 국내 롤스로이스 판매량 57대 중 47%에 해당한다. 독일 아우디는 전기차 판매에 더욱 적극적이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선호할 준중형급 에스유브이인 큐(Q)4 이트론을 주력으로 판매하는데 보조금을 받기 전 소비자가격이 6000만원대 초반이다. 국산 중형급 전기차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차는 올해 4월까지 아우디 전체 판매량 1870대 중 825대가 팔려 44%의 점유율을 보였다. 여기에 대형급 에스유브이인 큐8 이트론의 배터리를 키우고 주행가능거리를 늘린 신형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기차 중에서는 처음으로 비포장도로에서 시승회를 열어 사륜구동에 자신 있는 브랜드의 특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수입차의 경우 같은 브랜드의 차를 다시 구입하면서 타던 차를 중고차 사업부 등에 매각하면 꽤 큰 할인을 받게 된다. 이는 차량가격이 8500만원을 넘으면 받지 못하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대신할 수단이 된다. 이런 경제적 이익이 있기 때문에 본인이 선호하는 브랜드에서 전기차가 나올 경우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 증가 폭이 둔화했다고 하지만 수입차 판매량이 2022년 대비 14%나 늘어난 것은 이렇게 여러 브랜드에서 다양한 전기차가 나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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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전기차 수요도 급증

지난달 28일 부산 벡스코에서 개막한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선 전기차 판매를 더욱 늘려줄 모델들이 선을 보였다.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참가한 베엠베는 가장 많이 팔릴 가능성이 있는 준중형급 에스유브이 아이엑스(iX)2를 내놓았다. 쿠페형의 날렵한 외관에 64.7㎾h 배터리를 달아 환경부 인증 기준 최대 350㎞를 달릴 수 있다. 하반기부터 공식 출시할 예정으로 모터쇼 현장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현대자동차가 벡스코에서 처음 선보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내연기관 캐스퍼는 경차이지만 캐스퍼 일렉트릭은 길이 250㎜, 너비 15㎜를 키웠고 휠베이스를 180㎜나 늘려 경차 규격을 벗어났다. 우리나라에서 경차는 차를 구매할 때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등이 면제된다. 또 비영업용으로 등록할 경우 취·등록세가 75만원 이하일 경우 면제되고, 공채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혜택을 포기하고 차를 키운 이유는 전기차로서 받는 혜택이 취·등록세 면제 등과 거의 비슷한데다 더 큰 배터리와 넉넉한 실내 공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도 매력적이다. 경차인 기아 레이 이브이(EV)의 판매가가 2770만~2955만원인데, 캐스퍼 일렉트릭은 삼원계 배터리와 커진 차체 등을 고려할 때 기본 가격 기준 2900만~3700만원 정도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보조금을 받을 경우 2000만원대 중후반 정도에 충분히 구매가 가능하다. 특히 커진 차체는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도 유용하다. 유럽에서 판매 중인 피아트나 폴크스바겐의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들과 비교해도 주행거리가 더 길고 실내 공간은 더 넓다. 세계적으로 소형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수출시장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볼보 전기차 이엑스(EX)30. 볼보 제공

여기에 국내 차 판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4000만원 초반대 전기차들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가격이 낮아진 기아의 준중형급 크로스오버인 이브이(EV)3은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받기 전 가격 기준으로 4208만~5108만원이다. 오는 8월부터 판매를 시작할 볼보의 전기차인 이엑스(EX)30도 보조금 받기 전 가격으로 4945만~5515만원이다. 모두 보조금을 받으면 3000만원 후반~4000만원 중반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크기는 다르지만 국내 자동차 판매 상위권에 있는 기아 쏘렌토, 현대자동차 싼타페나 그랜저 등의 가격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만큼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있었던 국산 전기차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는 첫째, 주력 모델의 노후화 및 가격 인상이 꼽힌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아 이브이6 등 주력 전기차들이 데뷔한 지 2~3년 차가 되어 신선도가 떨어진 데다 배터리 가격 상승 등으로 차량가격이 올라갔다. 둘째는 고금리 때문에 가계의 실질 가용소득이 줄었고, 높아진 차량가격과 줄어든 보조금으로 실질 구매가가 올랐기 때문이다. 하반기에 나올 새로운 전기차들은 다양성은 물론 가격 접근성에서 전기차 시장의 확대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동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자동차생활’ 기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상품기획, 교육, 영업을 했다. 모든 종류의 자동차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다양한 글을 쓰고, 자동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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