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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테슬라는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로 남을지, AI 회사로서 높은 성장성을 부여받을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2022년 3월22일 독일 그륀하이데에 지은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모델Y 전기차가 생산되고 있다.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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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년 전 이미 테슬라에 대한 칼럼을 썼다. 당시 제목은 ‘전기차 시장 지배자 테슬라 선두주자 우위 이어갈까’였다. 지금 다시 보면 일장춘몽 같은 이야기가 돼버린 것일까. 테슬라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7’(M7·Magnificent Seven,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7개 대형주)이라 일컬어지며 코로나19 이후 미국 시장을 호령했다. 하지만 이제는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한때 애플 다음 3위의 시가총액을 자랑하던 때를 생각하면 세월이 무상하기만 하다.

테슬라는 점유율 면에서 더는 전기차 시장 지배자도, 선두주자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중국의 비야디(BYD)가 테슬라보다 전기차를 더 많이 판다. 금방 올 것만 같았던 전기차 대세론도 사그라들었다. 하이브리드에 집중한 도요타자동차의 시가총액은 최근 2년간 30% 이상 상승했다. 그 2년 동안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30% 이상 하락했다. 향후 전기차 시장도 암울해 보인다. 유럽연합(EU)은 슬그머니 자동차 환경규제 정책을 완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전기차 전면 전환 시점을 점점 뒤로 미루고 있다.

거시경제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2년간 고금리가 지속됐다. 이는 자동차 할부 금리를 높인다. 소비자의 차 구매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표적인 테슬라 약세론자인 미국 시장조사기관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22.86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최근 주가의 15% 수준이다. 앞으로 85%가 더 하락한다는 말이다. 들어가는 말부터 단숨에 너무 암울한 말만 나열한 듯하다. 존슨과 반대로 모건스탠리의 수석분석가인 아담 조나스는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320달러로 설정했다. 존슨의 목표가의 10배가 넘는 수치다. 22.86달러와 320달러. 한 주식의 목표가로는 상존할 수 없는 수치다. 두 분석가의 주장을 테슬라의 재무제표로 비교해보자.

목표주가 22.86달러

존슨은 오래전부터 대표적인 테슬라 약세론자였다. 그의 주장은 간단하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파는 기업일 뿐이라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주당 22.86달러를 시가총액으로 변환하면 약 100조원이다. 이는 포드, 지엠(GM)의 시가총액 70조원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어떻게 이런 계산이 나왔을까? 그는 테슬라의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배수)을 15로 평가했다. 이는 일반적인 자동차산업의 PER인 10을 약간 넘는 수준이다. 현재 50이 넘는 테슬라의 PER를 전면 부정한 것이다.

높은 PER는 기대를 의미한다. 그간 테슬라에 기대했던 것은 폭발적인 판매 성장과 자율주행, 로보택시(무인택시) 등 신사업을 향한 것이었다. 그러나 테슬라의 성장은 최근 멈춘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첫 10만 대 판매 이후 2020년 50만 대, 2022년 180만 대에 이르렀다. 테슬라는 매년 40% 이상의 성장을 자신했고, 2030년까지 연간 2천만 대 판매를 목표했다. 그러나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감소, 고금리, 경쟁자 진입이 테슬라의 성장을 가로막았다. 테슬라 차의 새로운 수요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테슬라는 수요 충격을 가격 인하로 대응했다. 이는 마진율 악화로 귀결됐다. 25% 이상의 매출총이익률이 17%까지 내려왔다. 2022년에는 단 130만 대 판매로 20조원가량의 영업이익까지 기록했다. 그러나 2023년에는 180만 대를 판매했음에도 영업이익은 거의 반토막이 났다. 심지어 2024년에는 판매량이 전년보다 감소했다. 성장 없는 성장주가 돼버린 것이다. 존슨은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가 앞으로도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 로보택시 등의 신사업에도 큰 가치를 두지 않는다. 22.86달러라는 목표주가가 나온 이유다.

목표주가 320달러

2024년 4월29일, 테슬라 주가는 18% 상승했다. 판매량 감소로 하락세를 지속하던 주가가 치솟았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이 중국에서 출시할 기반을 마련했다는 소식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조나스는 테슬라의 소프트웨어 측면을 주목한다. 수익성이 계속 낮아짐에도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320달러로 부른 이유다.

그는 테슬라가 보유한 슈퍼컴퓨팅 기술(도조)에 큰 가치를 부여한다. 도조의 인공지능(AI)이 테슬라가 가진 월등한 주행기록 정보를 발전시키면서 완전자율주행으로 이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테슬라에 장착되는 FSD 판매 또는 구독 수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 다른 자동차회사에도 FSD 라이선스를 판매할 수 있다. ‘애플 생태계’처럼 자율주행에서 테슬라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 자율주행기술이 로보택시에도 반영돼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조나스는 주장한다. 조나스는 이와 같은 테슬라의 AI 기술이 목표주가의 80%를 구성한다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테슬라의 재무제표에 있다. 테슬라의 가장 최근 분기 재무제표를 보면 테슬라의 총매출은 210억달러인데, 이 중 자동차 매출이 80%에 이른다. 조나스가 부여하는 목표주가의 가치 배분과 정확히 반대다. 테슬라 AI 기술의 가능성에 비해 실제로 수익은 미미하다는 뜻이다.

전기차 판매 회복이 우선

2024년 한 해 테슬라의 주가는 실적이 나올 때마다 빠졌다. 저조한 판매량 때문이다. 그리고 새로운 FSD 버전의 도입, 로보택시 도입 등이 발표되면 반짝 주가가 올랐다. 테슬라의 AI 기술을 인정하는 투자자들도 테슬라의 성장세가 꺾인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따라서 테슬라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전기차 판매량의 성장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애플 생태계’도 전세계 사람이 아이폰을 소유하고 싶어 했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조나스조차 테슬라의 전기차 판매량이 계속 저조하면 주가는 100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제 테슬라는 그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로 남을지, AI 회사로서 높은 성장성을 부여받을지 갈림길에 놓여 있다. 두 길의 주가 차이는 10배가 넘는다.

찬호 공인회계사 [email protected]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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