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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부터 파행
사상 초유의 국회 개원식 연기까지
반성 · 대화 의지 안 보이고 네 탓 공방만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 처리 문제를 둘러싼 필리버스터 종료에 대한 표결이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은 5번째 순서였던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정신 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라는 발언으로 멈춰섰다. 첫날 중단된 대정부질문은 이후 야당의 채 상병 특별검사법 처리를 위한 실력 행사와 여당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맞서면서 채 절반의 일정도 소화 못하고 끝났다. 사흘간의 대정부질문에 나서기로 했던 여야 의원 33명 중 28명이 행정부 견제에 나설 기회를 스스로 걷어찬 셈이다.

28명 중 15명은 초선 의원이다. 국회 입성 전 쌓았던 전문성으로 행정부 견제라는 입법부 고유의 기능을 처음으로 접할 소중한 기회를 정쟁으로 날린 것이다. 대정부질문은 21대 국회에서도 4년 간 13차례에 그쳤을 정도로 기회가 많지 않다. 이 때문에 초선 의원들 입장에서는 다시 기회를 얻는게 요원하다. 형기를 마친 성범죄자 거주지를 제한하는 이른바 한국판 '제시카법' 필요성(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급증한 뒤 연체로 이어지고 있는 자영업자 대출 문제 해법(정혜경 진보당 의원)에 대한 정부 입장과 대응을 듣기 원했던 의원들은 아쉬움만 곱씹게 됐다.

김병주(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6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이었던 4일 당초 여야가 합의했던 5일 개원식은 무기한 연기됐다. 채 상병 특검법이 야당 주도로 처리되고 이 과정에서 필리버스터까지 강제 종료된 여당이 대통령을 향해 '국회 개원식 불참’을 정식으로 요청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이 초유의 개원식 연기를 결정한 것이다. 필리버스터 중단을 항의하는 과정에서는 단상으로 몰려간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진성준 민주당 의원과 볼썽사나운 대거리를 하는 모습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감정의 골이 깊어진 여야는 7월 임시국회 시작과 함께 예정했던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연기했다. 이대로라면 자칫 제헌절인 17일 이전에도 개원식을 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87년 개헌 이후 최장기간 지연 개원식은 21대 국회 때인 2020년 7월 16일이다.

지난 총선 공천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우려했던 여야의 극한 갈등이 22대 국회 시작부터 현실화하는 셈이다. 갈등과 파행으로 점철됐던 21대 국회 후반기 모습이 4년간 연장될 수 있다는 얘기가 괜한 우려로 들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여야는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검법 저지를 위한 온갖 꼼수와 추태에 망동"이라고 여당을 공격했고,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헌법질서의 근간을 파괴하는 위헌적 정치폭력"이라고 야당을 향해 날을 세웠다. 정치를 하는 의원들에게서 도저히 '정치'를 찾아 볼 수 없다. 몸싸움까지 벌어져 '동물국회'라고 불리던 과거 국회에서도 최소한의 정치는 작동했다. 퇴행이라는 얘기를 괜히 듣는 게 아니다. 입법부 위상을 의원들 스스로 깎아먹고 있는데 정작 본인들만 이를 깨닫지 못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먹구름만 가득 낀 여의도의 4년이 시작됐다.

[기자사진] 박세인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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