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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제보자 박윤진씨의 가게 CCTV 영상에 담긴 유기견 모습. 힘없이 인도를 떠돌던 녀석은 슬금슬금 윤진씨 가족이 운영하는 빵집으로 들어왔다. 동물병원 검진 결과, 눈병에 걸려 실명 위기에 놓인 10살 노견이었다. 제보자 제공

“저희 빵집에 웬 강아지 한 마리가 들어왔어요. 주인도 없이 강아지만 덩그러니. 길바닥 생활을 오래 했는지 털은 엉망이고 눈에는 고름이 흘렀어요. 물과 먹을 걸 챙겨줬더니 배가 얼마나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더라고요. 오죽 기댈 데가 없으면 우리 가게에 걸어들어왔나 싶어서 눈물이 핑 돌았어요. 줄 수 있는 도움은 다 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제보자 박윤진씨
30초 남짓한 CCTV 영상이 개st하우스 팀의 제보 메일함에 도착했습니다. 영상 속에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등장했어요. 힘없이 인도를 헤매던 녀석은 슬금슬금 길가의 빵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 모습은 빵집에서 일하던 제보자 박윤진(30)씨의 휴대전화에도 담겼습니다. 확대해서 보니 갈빗대가 보일 만큼 야위고 두 눈에는 피와 고름이 맺힌 말티즈였습니다.

제보자가 촬영한 발견 당시의 유기견 모습. 제보자 제공

건강하지 못한 유기견, 그중에서도 아픈 노령견을 구조하는 건 최고 난도의 일입니다. 건강하고 어린 녀석들이 차고 넘치는 보호소 형편상 입양 가능성이 낮은 부상견이나 노견을 돌볼 여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심각한 부상이 있다면 안락사 대상이 되는 게 병든 유기동물 앞에 놓인 일반적인 운명이죠. 지난해 공공보호소에 입소한 유기 동물의 52%는 자연사하거나 안락사 조치돼 철창 안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윤진씨네 빵집에 찾아온 말티즈도 한눈에 “보호소를 살아서 나오기 어려운” 위독한 상태였습니다. 나이도 많고, 두 눈을 크게 다친 듯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녀석은 운이 좋았습니다. 마음 따뜻한 구조자 윤진씨를 만났거든요. 윤진씨는 이후 정성으로 보호소를 설득했고, 덕분에 말티즈는 응급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윤진씨는 “도와달라는 듯 제 품을 파고든 유기견이었기에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며 지난 3개월의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구해주세요 멍멍…빵집 찾아온 말티즈

서울 관악구에서 부모님과 함께 빵집을 운영하는 윤진씨는 지난 3월 14일 매장에서 특별한 손님을 맞습니다. 하얀 털이 누렇게 바랜 떠돌이 말티즈였죠. 길거리 생활이 고됐던 모양입니다. 급한 대로 반려동물용 통조림을 갖다주니 녀석은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깔아준 담요 위에서 곯아떨어졌습니다.

빵집에 걸어들어온 녀석에게 윤진씨는 ‘빵식이’라는 고소한 이름을 지어줍니다. 이름이 맘에 들었는지 녀석도 ‘빵식아’ 부르자 왈왈 짖으며 금세 뒤따랐다네요. 윤진씨는 빵식이를 쓰다듬으며 몸 구석구석을 살폈는데 안타깝게도 녀석은 많이 아파 보였습니다. 듬성듬성 빠진 털 사이로 야윈 팔다리가 드러나는 딱한 녀석. 윤진씨는 녀석을 데리고 인근 동물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진단 결과는 윤진씨 예상보다 더 나빴습니다. 마모된 치아 상태로 보아 나이는 10살 노견. 게다가 눈병이 심해 두 눈은 피고름으로 덮여 있었죠. 오염된 부위를 제거하지 않으면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위급한 상태였습니다. 윤진씨는 “비용이 얼마가 나오든 당장 수술을 해달라”고 말했어요. 하지만 수의사는 거부했습니다.

소유권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빵식이가 오래 길에서 생활한 건 분명했지만 유기된 건지, 주인이 잃어버린 건지는 알 수가 없었거든요. 이런 경우 공공보호소에 입소해 10일간의 법적 공고기간을 거쳐야 빵식이는 유기동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실수로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주인들을 위해 대기기간을 둔 것이죠. 만약 이런 과정 없이 동물을 임의로 치료했다가는 자칫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습니다.

공공보호소에서 치료받는 방법도 있기는 합니다. 그곳에도 소속 수의사가 있거든요. 하지만 밀려드는 유기동물 숫자를 고려하면 빵식이가 보호소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는 어려웠습니다. 윤진씨는 “빵식이는 상처가 심해 공고기간을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라는 얘기도 들었다”며 “보호소에 보내고 그만 포기할까 싶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연간 240마리 치료…유기동물 응급치료센터 아시나요

그렇지만 윤진씨는 마치 도와달라는 듯 제 발로 가게를 찾아온 빵식이를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관할 구청과 공공보호소에 매일 연락했습니다. 빵식이를 살려주면 공고기간이 끝나는 대로 자신이 데려가겠다, 어떻게든 끝까지 책임지겠다, 몇 번이고 약속했습니다. 윤진씨의 정성은 결국 응답을 받았습니다. 유기동물 응급치료센터에서 수술을 받게 된 겁니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매년 민간 동물병원 1~4곳을 유기동물 응급치료센터로 지정해 입양자가 확정된 유기동물에 한해 수술 및 치료를 무료 지원하고 있습니다. 대상은 연간 240마리. 서울시 동물보호과 배진선 팀장은 “하나의 생명이라도 더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자는 취지로 마련된 정책”이라며 “민간 동물병원도 공익적 취지에 공감해 실제 치료비의 30% 정도만 서울시에 청구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구조 이후 빵식이는 유기동물 응급치료센터에서 수술을 받고, 3개월간 임시보호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했다. 제보자 제공

빵식이는 관악구청과 연계된 서울대 수의과대학의 유기동물 응급치료센터로 이송돼 실명 위기의 눈을 수술받고, 아늑한 동물병원 회복실에서 공고기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윤진씨는 회복실을 여러 차례 찾아갔고, 두 눈을 반짝이며 반겨주는 빵식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빵식이는 열흘의 공고 기간을 무사히 마쳤고, 현재는 임시보호처에서 임보자와 윤진씨의 돌봄을 받으며 입양자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영리한 말티즈, 빵식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지난 1일, 국민일보는 서울 은평구의 빵식이 임보처를 찾아갔습니다. 이날 방문에는 빵식이의 입양 적합도를 평가할 14년차 행동전문가 미애쌤이 동행했죠.

현관문을 열자 주인공 빵식이가 취재진을 반겼습니다. 10살 노견답게 잔짖음 없이 점잖게 다가와 방문객들을 일일이 확인하더군요. 전문가가 간식을 들자 얌전히 곁에 앉아 보상을 기다렸습니다. 현재 빵식이는 임보처의 고양이 2마리와 지내고 있습니다. 워낙 성격이 온순해서 합사한 이후 고양이들과 한 번도 다툰 적이 없다는군요.

다만 보호자가 외출하면 빵식이는 문을 긁고 하울링을 하는 등 분리불안 증상을 보였습니다. 동물병원을 방문하기 위해 소형견 이동장에 담겼을 때도 소변실수를 하는 등 불안 행동을 하더군요. 미애쌤은 “혼자 공간에 남겨지는 상황에 익숙하지 못한 탓”이라며 해법으로 공간 적응 교육을 제시했습니다.

분리불안 행동을 보이는 반려견을 위한 이동장 교육 모습. 작은 이동장에 익숙해지면 이후 방, 자동차, 집 등 점차 넓은 공간에서도 혼자 지낼 수 있다. 전병준 기자

미애쌤은 이동장에 간식을 넣었습니다. 빵식이가 간식을 찾으러 이동장에 들어가자 다시 칭찬하며 간식으로 보상했습니다. 30분이 지나자 빵식이는 간식 없이도 스스로 이동장에 들어갔습니다. 이제는 이동장 문을 닫아도 불안해하지 않았습니다. 미애쌤은 “이동장에 홀로 머무는데 익숙해지면 이후 안방, 집 전체로 경험을 확장하면 된다”고 총평했습니다.

스스로 빵집 문을 두드린 영리한 말티즈, 빵식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관심있는 분은 기사 하단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스스로 빵집 문을 두드린 영리한 말티즈, 빵식이의 가족을 모집합니다.
- 10살 추정, 4㎏
- 중성화 수컷, 성격이 순하고 잔짖음이 없음
- 다른 반려견, 고양이와도 잘 지냄
- 예방접종 완료 (심장사상충 1기 치료 중)

■입양을 희망하는 분은 아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 https://forms.gle/7iiENJsYJqfN4rKZ7

■빵식이는 개st하우스에 출연한 134번째 견공입니다 (101마리 입양 완료)
-입양자에게는 반려동물 사료 브랜드 로얄캐닌이 동물의 나이, 크기, 생활습관에 맞는 ‘영양 맞춤사료’ 1년치(12포)를 후원합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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