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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사전 > 후후월드 ※[후후월드]는 세계적 이슈가 되는 사건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을 파헤쳐 보는 중앙일보 국제팀의 온라인 연재물입니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의 조기총선에서 노동당이 14년 만에 정권교체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노동당 승리의 ‘숨겨진 영웅’으로 선거 총 책임자였던 모건 맥스위니(47)를 지목했다. 그는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의 최측근 보좌관으로, 지난해부터 선거 캠프를 이끌어왔다. 노동당이 극좌와 결별하고 온건파인 스타머가 당권 경쟁에서 승리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 스타머가 총리에 오르면 다우닝가에서 정치 전략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맥스위니의 별명은 ‘데이터 괴짜(Data Nerd)’다. 이번 총선 기간 내내 모든 여론조사 결과가 노동당 압승, 보수당의 참패를 예고했지만 그는 막판까지 그래프를 분석하며 “단 몇표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격전지가 생각보다 많다”며 “여론조사를 믿지 말고 긴장을 놓지 말라”고 당 내부를 단속하는 등 철두철미한 면모를 보였다. 가디언은 “맥스위니는 노동당의 확실한 승리를 이끈 일등공신”이라고 평가했다.
영국 노동당 선거 총 책임자인 모건 맥스위니. 셔터스톡



선거 전략은 무자비, 주변인엔 친절
그는 총선 1년 전부터 캠프를 이끌며 매주 금요일 전략 회의를 주재했다. 가디언은 그에 대해 ‘부드럽고 다가가기 쉬운 화법’을 사용한다며 “과거 캠프에서 휴대전화를 집어던지고 욕설을 퍼부으며 위협하던 방식과 전혀 다르게 행동한다”고 했다. 특히 블랙 유머를 가미한 캐치프레이즈를 만드는 데 재능이 있다고 전했다.

맥스위니는 선거 승리를 위해 무자비한 방식을 유지하나, 직원들에게는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FT는 “엄청난 압박을 받으면서도 한순간도 멍청이처럼 행동하지 않고, ‘사악한 천재’임에도 친절함을 잃지 않는다”고 평했다. 캠프 내에선 당수인 스타머 대표보다 더 많은 신뢰와 애정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노동당 선거 본부 내 최고의 칭찬이 “(네 의견을) 모건이 좋아하더라”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영국의 노동당 대표 키어 스타머. AFP=연합뉴스

그는 선거에 특별한 감각을 지닌 인물로 평가된다. 가디언은 “그는 평균적인 영국 유권자들이 원하는 것과 느끼는 바를 직관적으로 감지한다”며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가졌던 특별한 능력을 갖췄다”고 평했다.

1977년 아일랜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맥스위니는 17세 때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다. 미들섹스대학에서 마케팅과 정치학을 전공했고, 1997년 노동당에 입당했다.

2006년 런던 남부 램버스 지역 당수인 스티브 리드의 선거 운동 보좌관을 맡으면서 선거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당시 맥스위니는 선거 사무실에 캠핑 침대를 가져다 놓고 일하는 워커홀릭의 면모를 보였다. 생일에도 사무실을 떠나지 않자 여자친구가 케이크를 들고 찾아와 동료들을 모두 놀라게 했다.

그의 역량을 알아본 리드는 2017년 영국 정치 싱크탱크인 ‘레이버 투게더’(Labour Together)를 공동 창립한 뒤 맥스위니를 이사로 영입했다. 이 시기 노동당은 2005년 총선 승리를 마지막으로 보수당에 연달아 패배하며 “이대론 안된다”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직면한 상태였다.

레이버투게더는 노동당이 총선에서 잇달아 참패한 원인을 분석하고 새로운 전략를 수립한다는 일을 맡았는데, 이 때 맥스위니는 제러미 코빈 당시 노동당 대표가 상징하는 ‘극좌’와 결별하고 당권을 온건파에게 넘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맥스위니는 여론조사와 포커스 그룹을 활용해 스타머가 노동당의 당권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온건파 의원이라 간파하고 그를 적극 추대했다.

실제로 스타머는 2020년 노동당 대표 선거에서 승리한 뒤, 즉시 맥스위니를 수석 보좌관으로 선택했다. 맥스위니는 2021년 9월 노동당 선거 캠프 책임자를 거쳐, 이번 총선을 총 책임지며 노동당의 압승을 이끌었다. FT는 “2019년 총선에서 사상 최악의 패배를 경험한 노동당은, 이번 승리로 맥스위니의 전략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전했다.
영국의 노동당 당수 키어 스타머. AFP=연합뉴스



스타머 총리 등극 후엔 2029년 총선 준비 집중할 듯
FT는 노동당 인사의 발언을 인용해, 스타머 대표가 총리에 오른 뒤엔 맥스위니가 다우닝가에서 정치 비서 또는 정치 전략 책임자로 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2029년 총선에서 노동당이 재차 승리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노동당 내각의 정책별로 유권자 반응을 분석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노동당 정부의 지휘권은 스타머의 새로운 수석 보좌관인 수 그레이가 잡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치적 거품보다 유권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맥스위니의 성향에 대해 FT는 “보수당의 전 전략가인 도믹스 커밍스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의 강점은 노동당의 정신을 이해하면서 동시에 유권자에게 다가가 있다는 것”이라며 “다른 정치인들처럼 위에서 답을 내리는 게 아니라, 정치가 국민을 대표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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