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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을 구주로 만나 믿음으로 구원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가는 순간부터 천국의 소망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나 이 땅에서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맞이할 때, 우리는 하나님께 종종 ‘왜?’라는 질문을 품게 된다. ‘왜 지금인지’ ‘왜 이렇게 가야 했는지’ 말이다. 이 순간에는 사랑하는 이를 천국으로 부르신 하나님의 섭리를 추측하며 이해하려 애써보지만, 성경이 증거하고 약속하는 천국의 소망조차 희미하게 느껴진다.

“우리가 지금은 거울로 보는 것 같이 희미하나 그 때에는 얼굴과 얼굴을 대하여 볼 것이요 지금은 내가 부분적으로 아나 그 때에는 주께서 나를 아신 것 같이 내가 온전히 알리라.” (고전 13:12)

사도 바울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분 앞에 서는 ‘그날’에 모든 것을 온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이 땅에 살게 하신 ‘그날’ 또 사랑하는 이를 천국으로 부르신 ‘그날’을 말이다. 시련과 슬픔을 이기고 먼저 떠나간 사랑하는 이를 다시 마주하게 될 ‘그날’까지, 우리가 이 땅에서 붙들어야 하는 것은 주님의 십자가 고통을 넘어선 하늘의 소망아닐까.



시리즈 ‘그날’의 첫번째 이야기는 지난 1일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 역주행 돌진사고 원인 중 하나로 급발진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로 숨진 이도현(당시 12세) 군의 가정이야기다.

이 사고는 이 군의 할머니가 2022년 12월 강릉의 한 도로에서 K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중 발생했다.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연기를 내며 달리던 차량이 배수로에 빠졌다. 이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손자 이 군이 숨졌다.

최근 강릉의 자택에서 만난 이상훈씨는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별이었다. 아직도 꿈만 같고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현이는 하나님 품으로 떠나보냈고, 친어머니(도현이 할머니)는 중환자실에 계셨습니다. 이유도 영문도 모른 채 한순간에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니, 결국 화살은 하나님께 향할 수밖에 없었죠. 탄생의 기쁨을 저에게 주셨던 하나님께서 또 도현이를 데려가시면서 원망은 하나님께로 향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렇게 원망하면서도 결국 하나님께 나아올 수밖에 없는 믿음 없고 나약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고백하게 되는 것 같아요. 도현이를 천국에 보냈다는 확실한 믿음과 소망이 없었다면 그냥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안 좋은 생각을 했을 것 같아요.”

도현이가 태어난 기쁨의 ‘그날’



도현이는 2011년 3월 15일 태어났다. 결혼 1년여 만에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 같은 아이였다. 이 씨는 "그날 도현이가 태어난 탄생의 기쁨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현이는 긍정적이며 밝은 에너지를 가진 아이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다. 당시 방영된 SBS '영재발굴단'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며 자신도 TV에 나오고 싶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역사 공부를 했다. 급기야 초등학교 1학년 때 한국사 초급 자격증을 땄다.

이 씨는 “도현이가 ‘나 이제 영재발굴단에 나갈 수 있지 않겠냐’고 했을 때 마침 다행히도 프로그램이 폐지됐다. 부모로서는 너무나 다행이었지만, 도현이에게는 너무나 슬픈 날이었다. 돌이켜보면 도현이가 살아생전에 TV에 나오고 싶다는 그 꿈을 하늘나라에 간 뒤 이룬 게 아닌가 싶다”라고 고백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도현이는 재능이 참 많은 아이였다. 학교 대표로 마라톤 대회에 나가 입상했으며, 드럼 연주자로 학급 친구들과 함께 교내 밴드 팀을 구성해 멋진 공연을 선보였다. 또한 전교 부회장으로 선출돼 봉사활동을 하며 선행을 베풀었다.

“도현이가 떠난 그 해를 돌이켜보면 정말 숨 가쁘게 살아왔던 것 같아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며 자신도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도와주는 변호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조금 더 기대되는 아이로 성장해 나갔죠. 그런 도현이의 꿈을 함께 그려주며 옆에서 응원해주고 싶었는데...”

도현이가 하나님 품으로 떠난 슬픔의 ‘그날’



지난해 12월 6일은 우리나라와 브라질 월드컵 경기가 있던 날이었다. 축구를 좋아하고 특히 손흥민의 팬이었던 도현이는 경기 시작 전부터 일어나 국가대표팀의 포메이션을 확인했다. 그리고 이 씨를 깨워 함께 경기를 보며 응원하기 시작했다.

점수 차가 많이 나는 상황에서, 새벽 6시에 다시 출근해야 했던 이 씨는 안방으로 들어가 잠을 청했다. 그것이 도현이를 본 마지막 모습이었고, 마지막 기억이었다. 그리고 이 씨는 여느 때처럼 일을 나갔다.

오후 4시가 넘었을 때쯤 강릉아산병원에서 “도현이가 조금 힘든 상황”이라며 연락이 왔다. 이 씨는 응급실에서 도현이를 마주한 순간 주저앉고 말았다. 크게 아픈 적도 없었고 너무나 건강했던 아이의 머리와 귀에서 피가 많이 흐르고 있었다.

도현이의 손발을 만지는 순간, 체온은 남아 있었지만, 점차 식어갔다. 의사들은 더이상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다. 의사들의 만류에도 이 씨는 "도현아, 일어날 수 있어. 힘내, 눈 떠!"라고 외치며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아직도 꿈만 같고 믿기지 않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탄생의 기쁨과 이별의 슬픔을 동시에 마주하는 부모의 입장은 정말 심장이 찢어질 듯해요. 그 순간 ‘내 목숨과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생각은 부모만이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가 인생을 살면서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길래,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엄마’ ‘아빠’를 한 번도 외쳐보지 못한 도현이를 하나님이 한순간에 데려가신 건지, 그렇게 데려가실 거면 주지 마시지라는 원망만 하나님께 쏟아냈던 것 같아요.”



이 씨는 도현이가 제일 좋아했던 비니 모자와 평소에 입었던 옷과 신발을 그대로 입혀 하나님 품으로 보냈다. 도현이가 떠나는 날, 많은 친구가 엄마와 함께 와서 배웅했다. 사고 이후 학교에 가서 도현이의 짐을 정리하기 위해 방문한 교실에는 친구들이 남긴 국화 꽃다발과 편지로 가득했다.

‘도현아, 네가 손 내밀어줘서 학교생활이 즐거웠고 힘들지 않았어. 고마워.’

아들아 내가 미안해



이 씨는 “그날 그 차를 사들였던 것 자체가 평생의 한”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쌍용자동차 본사 인사팀에서 9년 넘게 근무했어요. 누구보다 차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어머니 차도 쌍용 티볼리로 사드렸어요. 아이들이 조금 더 커서도 뒷자리가 넓어서 좋을 것 같았고, 2014년에 강릉으로 이사 왔을 때 눈이 많이 내려 사륜구동 차가 필요했거든요. 사고 이후 도의적으로라도 사과 한마디 할 줄 알았지만,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도 없네요.”

사고 후 운전자였던 도현 군의 할머니는 다섯 군데에 걸쳐 긴급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한 달 동안 회복하는 동안, 이 씨는 도현이가 하늘나라로 갔다는 사실을 어머니에게 전할 수 없었다.

그는 “사고 충격으로 어머니가 그 당시의 기억을 잃었다. 구조 상황에서도 ‘손주부터 구해달라’고 말씀하신 어머니가 도현이가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회복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릴까 봐 차마 얘기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퇴원을 일주일 남겨두고서야 의사 선생님의 동의를 받아 어머니께 사실을 말씀드렸다. 병원에 있을 때 사실을 알려드려야 혹시나 위급한 상황이 생겨도 조치할 수 있을 거라는 마음에서였다.

사랑하는 손주가 그날 사고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할머니는 “하나님께서 차라리 나를 데려가시지, 도현이 없이 내가, 너희가 어떻게 살겠느냐”며 큰 슬픔에 잠겼다. 급기야 지난 설 명절 때는 아들 며느리에게 ‘미안하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 씨는 “어머니의 그 말 한마디에 뒤돌아보지 않고 아내와 함께 집을 뛰쳐나와 경포 앞바다에 가서 한없이 울었다”고 고백했다. 도현이 이야기는 가족끼리도 잘 꺼내지 않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서로 도현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마음속에 담겨 있던 감정들이 쏟아져 나와 한없이 감정의 나락으로 떨어져 그날은 눈물로 지새우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견디고 또 견뎌야 할지 모르겠다”며 “급발진 사고로 저희 가정이 완전히 파탄 난 것 같다”고 말했다.

‘도현이법’ 국회에서 다뤄야



이 씨는 어머니가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할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고 싶은 마음에 소송을 시작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차량 결함 등의 사고 원인을 피해자가 직접 밝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부모가 아들을 하늘로 떠나보낸 것은 분명한 진실인데, 그 진실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 힘든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지난 4월과 5월에는 국내 급발진 소송으로는 처음으로 재연시험을 진행했다. 이는 ‘차량에는 결함이 없고, 운전자의 페달 오조작’이라는 국과수 분석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해서였다.

이 씨는 “정말 답답한 것은 국과수가 지금까지 급발진 사고를 분석하면서 실차 주행이나 다양한 과학적 분석을 토대로 검증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차량의 제동이 기록되는 ‘EDR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 분석만 해서 ‘운전자가 이랬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추론하여 결론을 내린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능성’이라는 말에는 그러지 않을 가능성도 내재돼 있는데 ‘운전자가 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추론하여 결론을 내리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소비자가 감정인을 통해 국과수 감정 결과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해야만 제조사와 싸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제조사는 국과수 감정 결과에 숨어서 강 건너 불구경하듯 면죄부를 받고 있는 거다. 차량구매와 모든 감정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현군 가족 소송대리를 맡은 법률사무소 나루 하종선 변호사는 이날 재연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제조사 측 주장과 달리 ‘변속 패턴’이 다른 점’ ‘차량에는 결함이 없다는 국과수의 분석과 비교했을 때 ‘주행데이터’가 현저히 다른 점’ ‘풀 액셀을 밟았다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대로 이행한 결과 ‘속도 변화’가 훨씬 컸던 점’등을 이유로 “할머니는 페달 오조작을 하지 않았음이 입증됐으며, 페달 오조작이 아니므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고 주장했다.

유족 측은 급발진을 주장하며 제조사 KGM을 상대로 7억 6천만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더불어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 씨는 ‘도현이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 게시판에 ‘급발진 의심 사고 발생 시 입증책임 전환을 위한 제조물책임법 개정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이 씨는 청원 내용을 통해 “급발진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가폭력”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현행 제조물책임법은 급발진 의심 사고 시 사실상 불가능한 소프트웨어 결함에 대한 입증 책임을 사고 당사자나 유가족이 지도록 하고 있어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다”며 “자동차 제조사가 결함이 없음을 증명하도록 하는 입증 책임 전환에 대한 법 개정이 올해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청원은 5일 기준 7만 2745명의 동의를 얻었으며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 대상으로 접수된 상태다.

이 씨는 “급발진의 입증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제조사의 이익과 저울질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계속해서 급발진 이슈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완전 자율주행으로 넘어가는 시대적 관점에서도 이제는 제조물 책임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천국에서 너를 만날 소망의 ‘그날’



매일 오전 10시 4분이 되면 휴대전화 카톡 방에서는 ‘천사(1004)기도’가 울린다. 이 방은 도현이가 영유아일 때부터 교회에서 함께 해온 동역자 가족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 씨는 “인간의 연약함으로 믿음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천사방의 기도 덕분에 도현이를 잃은 상실과 슬픔 속에서도 하나님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현이를 천국에 보냈다는 확실한 믿음과 그 소망이 있기 때문에 삶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다”며 “천국에서 다시 도현이를 만나는 ‘그날’ 꼭 끌어안고 ‘엄마 아빠가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목소리, 숨결, 커다란 귀, 환하게 웃는 얼굴까지, 내 눈에는 너무나 잘생기고 자랑스러웠던 내 아들 도현아. 천국에서 만나면 그저 바라보고 안아주고 싶어. 육신의 아버지인 나보다 영혼의 아버지인 하나님께서 그곳에서 더 많이 너를 사랑해 주시고 품어주시며 꿈꾸게 하시리라 믿는다. 그날 그곳에서 만나면 사랑한다고 꼭 다시 한번 말해줄게.”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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