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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박준우(오른쪽)가 지난달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의 더블헤더 2차전을 앞두고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에게 시구를 가르치고 있다.
“가보로 간직하고 있는 사진 보실래요?”

롯데 자이언츠 신인 투수 박준우(19)는 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 퓨처스 올스타전을 앞두고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배경화면으로 저장된 ‘인생 사진’을 자랑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에게 시구를 가르치는 사진이었다.

사연은 이랬다. 박준우는 지난달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의 더블헤더를 앞두고 급히 구단의 호출을 받았다. 이날 시구자로 예정된 카리나의 시구 선생님으로 내정됐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통보였다.

이날 다른 구단 행사가 있어 사직구장으로 출근한 박준우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어려웠다. 평소에도 가장 좋아하던 스타에게 직접 시구를 가르칠 수 있는 기회. 박준우는 “만나면 어떤 표정을 짓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부터 고민이 됐다. 그냥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웃었다.

사실 이날 카리나의 시구는 불발 위기를 맞았다. 전날인 8일 경기가 비로 취소되면서 9일 더블헤더가 편성돼 일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리나가 더블헤더 2차전 시구자로 나서기로 하면서 박준우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1군 선수들은 1차전이 끝난 뒤 바로 2차전을 준비해야 해서 2군 선수인 박준우가 카리나의 시구 선생님이 됐다.

그렇게 카리나를 만난 박준우는 “같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면서 “처음 공을 던지는데 정확하게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가더라. 깜짝 놀랐다. 그래서 별다른 코칭 없이 옆에서 투구를 지켜보기만 했다”고 말했다.

롯데 박준우(왼쪽)가 지난달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SG와의 더블헤더 2차전을 앞두고 시구를 가르친 걸그룹 에스파의 멤버 카리나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원정팀 선수들까지 탐냈던 시구 선생님 자리가 박준우에게 돌아간 것은 행운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롯데 2군에서 가장 확실하게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다는 점이 인정받아 기회를 잡았다. 박준우는 올 시즌 퓨처스리그 11경기에서 3승 3패 평균자책점 4.47을 기록 중이다. 눈부신 성적은 아니지만,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을 착실하게 지키면서 차세대 영건으로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유신고를 졸업한 우완 박준우는 건장한 신체조건(신장 190㎝·체중 94㎏)을 자랑하지만, 강속구 유형의 투수는 아니다. 고교 시절 시속 140㎞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졌고, 지금도 평균 직구 구속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각도 큰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구사할 줄 알고, 최근에는 스플리터도 익히면서 선발 자원으로서 장점을 쌓아가고 있다.

롯데 박준우가 5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BO 퓨처스 올스타전을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인천=고봉준 기자
박준우는 “이렇게 오랜 기간 선발 로테이션을 돌기는 처음이다. 조금은 힘들다”면서도 “프로 입단 후 열심히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체력을 쌓아놔서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야간 경기가 많아지는 만큼 체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박준우는 지금 당장 1군급 선수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2군에서 선발 경험을 더 쌓으면 조만간 사직구장 마운드를 밟을 수 있다는 평가를 듣는다. 박준우는 “내가 생각해도 당장 1군에서 활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구위를 계속 끌어올린다면 언젠가는 1군 마운드를 밟을 수 있다고 믿는다. 9월 확장 엔트리 때 1군 승격을 목표로 열심히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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