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대표를 뽑는 7·23 전당대회를 20일도 채 안 남긴 시점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관련 논란이 급부상했다. 총선 참패 후 ‘NEXT 보수의 진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변화와 혁신을 꾀하겠다는 다짐은 사라지고,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소(親疏) 관계가 전당대회 핵심 쟁점이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자(왼쪽)와 김건희 여사.[중앙포토]
메시지 논란은 전날 저녁 방송된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처음 제기됐다. 김규완 CBS 논설실장은 “지난 1월 명품백 수수 의혹 문제로 당정 갈등이 심할 때, 김 여사가 ‘당에서 필요하다면 대국민 사과를 포함해 어떤 처분도 받아들이겠다’는 텔레그램 문자를 보냈다”며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이던) 한 후보가 이 문자를 ‘읽씹“(읽고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 측은 방송 직후 “CBS 라디오에서 방송한 ‘재구성’되었다는 문자 내용은 사실과 다름을 알려드린다”고 반박했다. 한 후보 측은 그러면서도 “1월 19일에 온 것”이라며 비슷한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한 후보는 5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김 여사에게 답장을 안 보낸 것에 대해 “비상대책위원장과 영부인이 사적인 방식으로 공적인 논의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선 기간 대통령실과 공적인 통로로 소통했고, 어떤 방식으로든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여러 차례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의 해명 직후 경쟁 주자들은 일제히 비판을 쏟아냈다. 원희룡 후보는 페이스북에 “총선 기간 가장 민감했던 이슈에 대해 어떻게 답을 안 할 수 있나. 인간적인 예의가 아니다”고 썼다. “경험 부족이 가져온 오판”(나경원), “검사장 시절에는 김 여사와 332차례 카톡을 주고받았다. 난데없는 태세 전환”(윤상현)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미래를 위한 약속, 공정 경선 서약식'에서 나경원(왼쪽부터), 원희룡, 윤상현, 한동훈 후보가 서약서를 들고 함께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논란이 커지면서 이날 오후 2시 후보 전원이 참석한 국민의힘 공정 경선 서약식도 무색해졌다. 4명의 당 대표 후보들은 행사에서 “힘을 합치자”며 원팀을 약속했지만, 행사가 끝나자마자 설전을 벌였다. 원 후보는 “영부인의 사과 기회를 놓쳐서 총선을 망쳤다”며 “사적 용건을 말한 게 아닌데 어떻게 사적인 문자가 되느냐. 공적 소통도 의미 있게 안 됐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총선에 가장 중요한 이슈를 독단적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게 맞다” 했고, 윤 후보도 “총선 지휘한 사람으로 책임있는 자세를 갖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말없이 행사장을 빠져나간 한 후보는 1시간 30분 뒤 KBS 1TV ‘사사건건’에 출연해 재차 해명했다. 한 후보는 김 여사가 보낸 메시지 내용에 대해 “(CBS에서 방송한 것은) 문자 내용이 재구성된 것이다. 실제로는 사과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한 후보는 이어 “제가 그 사과를 안 받아줬기 때문에 김 여사가 사과를 안 했다는 게 가능한 구도인가”라며 “저야말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과를 여러차례 강력히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답을 해도 이상한 게 아니겠느냐”며 “공적인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거기서 답을 드리기에 적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당대회가 종일 네거티브 공방으로 얼룩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황우여 비대위원장은 서약식에서 “마음에 받은 상처는 아주 오래간다”며 “말을 품위 있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도 “후보들의 상호 비방 확산에 대해 국민이 많은 우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총선 참패에 대한 반성, 정권 재창출의 비전은 사라지고 대통령과 가깝고 멀고의 친소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 후보는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 용산구 쪽방촌의 동행식당에서 조찬을 함께하며 외연 확장에 나섰다. 한 후보는 오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 정책 사례를 언급하며 “성공한 아이디어는 전국적으로 펼쳐보겠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이날 대구에서 열린 ‘박정희: 경제대국을 꿈꾼 남자’ 영화 시사회를 찾아 TK 당심 끌어안기에 집중했다. 나 후보는 국민의힘 전·현직 당협위원장 모임인 ‘이오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했다.

중앙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5100 조정훈 "김여사 총선 전에 사과했으면 20석은 더 건졌을 것"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9 윤 대통령-기시다, 나토 회의서 정상회담 한다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8 [속보]野, 법사위 '尹탄핵 청문회'에 김건희 여사·임성근 등 증인 채택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7 국민의힘 윤리위, '채상병 특검법 찬성' 안철수 징계안 접수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6 조선호텔 나오자 "우회전 하세요"…역주행車 블박 속 내비 음성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5 [단독] 김건희 명품백 종결, 권익위 내부서도 “대통령 보좌 오해받을 것”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4 25만원 지원금 질의에… 이창용 “맞춤형 지원이 바람직”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3 [단독] "은밀히 전달된 명품백, 대통령기록물 아냐"… 권익위 소수의견 보니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2 [속보]민희진 어도어 대표 ‘업무상 배임 혐의’ 경찰 출석 “업무상 배임 말 안 돼”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1 TSMC, 올해 미국서 80% 넘게 급등…“美 ADR 팔고 대만 본주 사라”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90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제조·배포 지시한 주범, 징역 23년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9 겁에 질린 어린이들…어린이병원 러 공습 최소 2명 사망 [지금뉴스]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8 ‘화물차 졸음 참사’ 사라지나… 국토부 “자율 주행 준비”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7 '버거런' 열풍 일으킨 '김동선 버거' 파이브가이즈, 日 진출…"20개 매장 낸다"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6 한화시스템, '사우디 수출' 천궁에 1조2000억 규모 레이더 공급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5 인천시, "신혼부부에 하루 임대료 '천원 주택'‥자녀 출산가구에 대출이자 지원도"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4 ‘잠실야구장’ 대체 구장 ‘잠실 주경기장’으로 결정…관중석은 만 8천여 석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3 시청역 사고 운전자 내비 '우회전' 안내에도 역주행... "일방통행인 줄 몰라"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2 민희진 어도어 대표 경찰 출석…“업무상 배임 말 안돼” new 랭크뉴스 2024.07.09
45081 윤 대통령, '채 상병 특검법'에 거부권 행사‥취임 후 15번째 new 랭크뉴스 2024.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