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인근에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지난 1일 밤 경찰과 구조대원들이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서울 시청역 인근 차량 돌진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사고 발생 전 운전자 부부가 다투는 모습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5일 밝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유포된 차량 역주행의 원인이 부부싸움이라는 루머를 바로잡은 것이다.
경찰은 지난 1일 밤 사고 발생 이후 피의자 및 참고인 진술·증거물을 종합해 사고 경위를 수사하는 한편 사고와 관련해 퍼진 억측을 바로잡고 있다. 경찰은 사고 장소에 게시된 희생자를 모욕·조롱하는 쪽지와 온라인 게시글에 대해서도 수사를 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사고 발생 전 조선호텔 내부 엘리베이터·주차장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 부부가 다투는 모습은 없다”고 알렸다. CCTV 영상은 녹음이 되지 않아 대화 내용이 확인되지는 않지만 부부가 걸어가는 모습에 다툼을 의심케 하는 특이점은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직장인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운전자 차모씨(68)와 동승자인 부인이 부부싸움을 했고, 차씨가 호텔을 빠져나오는 순간부터 액셀러레이터를 최대로 밟았다는 내용의 글이 퍼졌다.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전날 병원에서 진행된 방문 진술조사에서 “부부싸움에 대한 기사를 봤는데 전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부부는 가족 행사에 참석한 뒤 귀가하던 중이었다.
앞서 경찰이 스키드마크(급브레이크를 밟은 흔적)가 발견됐다고 언급했다가 ‘유류물’로 정정한 액체 흔적은 스키드마크가 아닌 사고 차량에서 나온 부동액과 엔진오일이었던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경찰은 피의자 및 참고인 진술과 블랙박스·CCTV·사고기록장치(EDR) 자료를 종합해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급발진이라 주장하는 만큼 급발진 여부와 피의자 과실을 들여다 보고 있다”고 했다. 전날 차씨는 “브레이크가 딱딱했다”며 차량에 이상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추모공간이나 온라인에 희생자를 모욕·조롱하는 쪽지·게시글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내사가 시작되자 사고 현장 추모공간에 모욕적인 내용의 쪽지를 두고 간 20대 남성이 전날 경찰에 자수했다. 이외에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해당하는 인터넷 게시글 3건, 모욕성 쪽지 1건에 대한 내사도 시작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