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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모자, 형제 간 다양하게 분쟁 일어나
“승계 작업 소홀하다 분쟁 소지 생겨”

한미사이언스 창업주 일가. 창업주 고 임성기 회장의 장차남은 부친 사후 어머니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조선DB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봉합된 줄 알았던 한미약품의 모자(母子)간 경영권 갈등이 다시 불거졌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에서 창업주의 장·차남 형제 편에 섰던 개인 최대주주 신동국(74) 한양정밀 회장이 창업주의 배우자인 송영숙 회장과 딸 임주현 부회장의 지분 약 6.5%를 매입하는 동시에 공동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한배를 탔기 때문이다.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제약업계 오너 일가의 승계 과정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창업주가 2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유독 가족 간 분쟁이 많았다. 창업주가 갑자기 사망한 이후에 자제들 간 분쟁이 많았지만, 부자간이나 모자간 분쟁도 있었다.

동아제약 ‘부자’ 대웅제약 ‘형제’ 분쟁
제약업체 창업주 일가의 분쟁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동아제약의 부자(父子)간 경영권 분쟁이다. 창업주인 고(故) 강신호 회장은 슬하에 4남을 두고 있었다. 장⋅차남은 2006년 이혼한 전처 소생이다. 강 회장은 차남인 강문석 전 사장을 후계자로 점찍은 것처럼 보였다. 강 전 사장은 2002~2004년 동아제약 사장을 지냈다. 하지만 강 회장이 2004년 강 전 사장을 한직으로 보내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강 회장은 2006년 11월 강 전 사장의 어머니 이혼했고, 이듬해인 2007년 강 전 사장은 강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시작했다. 2007년 1월 강 전 사장이 지분 경쟁을 선언할 당시만 해도, 그가 유리해 보였다. ‘박카스 신화’를 만든 유충식 전 동아제약 부회장이 강 전 사장을 지지했기 때문이다. 유충식 부회장은 강 회장과 함께 50년 가까이 동아제약을 이끈 인물이다.

강 전 사장은 그 해 3월 주주총회에서 동아제약 이사로 복귀했다. 그러나 강 회장이 4남인 강정석 전무를 대표이사로 승진시키고, 자사주 매각을 추진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동아제약은 “강문석 이사가 동아제약 사장으로 있으면서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며 형사고소까지 했다. 그해 10월 차남은 강 회장에게 사죄하고 회사를 떠났다.

대웅제약도 윤재승 현 회장 체제로 오기까지 승계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고 윤영환 명예회장은 슬하에 3남 1녀를 뒀다. 삼남인 윤재승 회장이 2009년까지 대웅제약 사장을 지내다가 갑자기 밀려났다. 윤 명예회장은 차남인 윤재훈 대웅상사 사장을 대웅제약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딸인 윤영씨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올랐다.

그 당시 업계에서 “윤재승 회장이 윤 명예회장의 눈 밖에 났다”는 얘기가 돌았으나, 4년여 만인 2012년 다시 윤재승 부회장 체제가 됐다. 나머지 3남매는 이후 대웅제약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윤영환 회장은 지난 2022년 별세했다.

제약사 경영권 분쟁/일러스트=조선DB

녹십자, 한미는 창업주 사망 후 모자 분쟁
녹십자는 지난 2009년 11월 창업주인 고 허영섭 회장이 지병으로 숨진 이후 모자 분쟁을 겪었다. 허 전 회장이 장남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에게는 재산을 남기지 않고, 소유 주식의 대부분을 사회로 환원하라는 유언을 남긴 데 따른 것이다. 장남은 ‘아버지 유언은 무효’라며 어머니에게 소송을 냈다.

허 전 부사장은 2007년까지 녹십자 부사장으로 근무한 뒤 회사를 떠난 상태였다. 반면 그의 동생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허용준 GC대표는 당시 각각 녹십자 전무와 녹십자홀딩스 상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법정 다툼은 지난 2013년 대법원 판결에서 ‘유효’라고 확정되면서 마무리됐다. 대법원 판결을 보면 성수씨는 결혼 과정에서 부모와 의견 대립을 빚으며 사이가 원만하지 않았다.

녹십자와 한미약품을 보면 창업주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가족 간 분쟁이 생긴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분쟁 소지는 아직도 있다. 허일섭 GC녹십자 대표이사 회장은 허영섭 회장의 동생이다. 제약업계는 허일섭 회장의 장남과 고 허영섭 회장의 두 아들 간 분쟁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경영권 분쟁 없이 승계가 마무리한 곳도 있다. 유한양행 창업주인 유일한 박사는 1969년 회사의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지 않고, 전문 경영인에게 사장직을 물려줘 화제가 됐다. 광동제약과 대원제약은 아들이 한 명 뿐이라 형제 분쟁이 생길 여지가 없었다. 고 최수부 광동제약 회장은 2013년 심장마비로 돌연 세상을 떠났지만, 타계 전부터 상속세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故) 유일한 박사

“회사 일군 1세대, 승계 준비 소홀”
국내 제약사에서 창업주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잦았던 것은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창업주에게 ‘회사가 내 것’이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사 창업주들은 대부분 맨손에서 시작해 치열하게 기업을 일궜다”며 “성공을 일군 창업주들은 자식이 탐탁치 않게 느껴졌을 것이고, 자연적으로 승계 준비에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의 전문가들은 가족 경영 기업에서 가족 간 대립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말투’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족 경영은 말투가 심해지기 쉬운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 비즈니스는 “부모와 자식 간에는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왜 우리 아이는 이해하지 못하는가’ ‘왜 아버지는 알지 못하는가’라고 대립하기 쉽다”며 “이런 말투로 인해 쌓이는 스트레스가 관계 갈등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경영자들이 ‘사망 이후’ 준비에 익숙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폐암 진단을 받았지만, 수술만 마치면 곧바로 회사에 복귀하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태어난 임 전 회장은 중앙대 약대를 졸업한 후 1967년 서울 종로5가 ‘임성기약국’에서 시작해 한미약품을 일궜다. 보령의 김승호 회장도 지난 1957년 종로5가에 세운 ‘보령약국’에서 시작했다. 김 회장이 보령제약 초창기 자전거에 약을 싣고 전국의 약국을 영업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김승호 회장은 올해 92세의 나이지만, 매일 회사로 출근한다. 보령은 일찍 3세인 김정균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해 분쟁 소지를 없앴다.

서울 동대문의 ‘임성기약국’(왼쪽)을 모태로 한 한미약품은 작년 매출 8827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정상급 제약회사로 성장했다./한미약품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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