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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정상 백록담 동쪽 능선에 있는 표지석 앞에서 날마다 치열한 기념 촬영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또 다른 표지석을 세워달라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한라산 정상에 설치된 '백록담'이라고 적힌 표지석. 사진 독자
인증샷 대기에 최소 1시간
5일 제주특별자치도와 한라산국립공원 관리소 등에 따르면 기념 촬영을 하려는 많은 등산객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백록담'이라고 새겨진 표지석 앞에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한 번 촬영하려면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것은 예삿일이 됐다고 한다.

한여름에는 기다리는 동안 땀이 식어 한기를 느끼기 때문에 등산객은 바람막이를 꺼내 입곤 한다. 땀을 쏙 빼고 기껏 정상에 올랐지만, 하염없이 긴 줄로 기념 촬영을 포기하고 발길을 돌리는 등산객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는 '다른 나무 표지도 있다'면서 기념 촬영 대기 줄을 분산하도록 하는 안내방송까지 하고 있다.

나무 표지 2개 있어
해발 1950m 한라산 정상에는 자연석 표지석 외에 '한라산동능정상', '명승 제90호 한라산 백록담'이라고 새겨진 나무 표지가 2개 있다. 표지석에서 5m 떨어진 곳에 ‘한라산동능정상’, 20~30m 떨어진 곳엔 ‘명승 제90호 한라산 백록담’이라고 새긴 나무 표지판이다. 국립공원 관계자는 “나무 표지가 있음에도 표지석을 찾는 이유는 ‘산 정상’이라는 상징성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랜 대기시간 때문에 생기는 생리현상에 불편함을 겪는 등반객도 많다고 한다. 한 민원인은 “소변 때문에 고생했다. 화장실 설치와 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안했다.
한라산 정상 설치된 표지 나무의 모습. 사진 독자
"표지석 더 세워달라"
등반객은 대기줄이 길어지자 자연석 표지석을 하나 더 세워달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제주도와 국립공원 누리집(홈페이지)에 ‘백록담 표지석 추가 설치’ 요구 의견이 수년째 게시되고 있다. 한 게시글에는 “오르는 데 4시간, 인증사진 기다리는 데 1시간 30분을 기다렸다”며 “아름다워야 할 정상에서 항의와 고성이 오간다”고 했다.

표지석을 추가로 설치하지 않고 대형 표지석으로 교체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한라산국립공원에서 40여년간 근무했던 신용만(73)씨는 “울릉도 성인봉에도 3m 높이의 대형 표지석이 있는데, 한라산 표지석은 1.5m가량에 불과하다”며 “대형 표지석으로 교체하게 되면 가까이 가지 않고 멀리서도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어 혼잡한 상황은 해결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 측은 "더 세울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관리소 측은 정상 등반객이 반드시 표지석 앞에서 사진을 찍지 않더라도 정상 사진을 첨부하면 등반 인증서를 발급한다고 설명했다. 화장실 설치와 관련, 국립공원 측은 “한라산 모든 시설 설치는 관련법에 따라야 한다. 특히 백록담 정상은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최소한 시설만 설치할 수 있다”며 사실상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한라산 정상에 몰린 등반객들의 모습. 사진 독자
이 자연석 표지석은 2011년에 한라산 동쪽 능선 정상에 세워졌다. 글씨는 송옥 김영미 선생 작품으로 어리목 입구에 있는 '한라산' 비석도 그가 쓴 글씨다. 사실 현재 성판악이나 관음사 탐방로를 통해 오를 수 있는 자연석 표지석 위치는 한라산에서 가장 높은 곳은 아니다.

한라산 최고 높은 곳은 서북벽 정상이다. 신용만씨는 "애초 1950년대 제주4·3 이후 한라산 정상 서북벽에 한라산 정상이라는 작은 표지석과 한라산 탐방이 개방된 것을 기념한 개방비석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서북벽 탐방로가 많은 탐방객으로 훼손되면서 1996년부터 탐방로가 폐쇄됐고 이후 다른 탐방로로 정상에 오르게 돼 실제 최고 높은 위치인 서북벽 정상에는 사실상 갈 수 없게 됐다. 자연스럽게 서북벽 정상 표지석과 개방비는 없어졌고 2000년대 들어 정상 표지석에 대한 논의가 진행돼 자연석 표지석을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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