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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초대석] 주형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주 부위원장은 “앞으론 기업들이 양육친화적인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좋은 인재를 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일·가정 양립의 중요성을 수차례 역설했다. 권현구 기자

주형환(63)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메모한 수첩 하나를 꺼내 들었다. 간담회와 현장방문 등 150차례에 걸쳐 2000여명에게 들은 '저출생 해법 힌트'가 적힌 수첩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정책 수요자와 공급자들을 무수히 만나면서 들은 얘기를 적은 것"이라며 "발표한 정책 하나하나 의견을 들으면서 기존 정책은 어떤 게 문제였는지 현장에서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주 부위원장이 이렇게 메모한 '현장 수첩'만 20권이 넘는다.

만난 사람=김나래 사회부장
지난달 19일 저고위가 내놓은 저출생 대책은 출산율 지표를 반짝 반등시키는 데 목표를 두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구 소멸 위기 속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저고위는 국가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저출생 대책을 내놓는다고 했다. 주 부위원장은 “윤석열정부 임기 내에 급전직하하는 출산율을 반전시킬 계기를 만들고,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명대를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발표한 정책은 하나같이 관련 부처들과의 조율을 거쳐 만들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장에서 정책 수요자들은 어떤 어려움을 이야기했나.

“가장 많이 호소하는 게 일·가정 양립이었다. 일·가정 양립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경력단절이 일어나게 된다. 이런 ‘차일드 패널티(child penalty·여성이 겪는 고용상 불이익)’가 합계출산율 하락에 약 40% 정도 영향을 미친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도 있다. 선진국 사례를 봐도 대부분 일·가정 양립에 중점이 맞춰져 있다. 독일은 2000년대 초반 양육 중심에서 일·가정 양립으로 정책을 전환하면서 출산율 반등을 경험했다. 육아 휴직 사용률이 높아지고 여성의 경력 단절을 방지할 수 있는 일·가정 양립 제도가 제대로 가동되는 게 출산율 제고에 효과적이다. 이번 대책에서 신규 확대되는 국비 사업의 80% 이상을 일·가정 양립에 넣은 것도 그런 이유다.”

-여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을 현재 70%에서 80%까지 올리고, 남성 육아휴직 사용 비율도 5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가능할까.

“제일 신경 쓴 부분이 중소기업 부담을 줄여주는 것과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통합 신청할 수 있게 했고, 14일 이내 사업주가 서면으로 불허하지 않으면 신청 내용 그대로 승인되도록 했다. 배우자 출산 휴가도 10일에서 20일로 늘어난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맞돌봄과 양육 기회를 갖게 되면 상대적으로 가정에서도 ‘독박육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 대체와 비용 문제 해결이 쉽지 않다.

“그래서 처음으로 육아휴직에 대해서도 대체인력 지원금을 신설했다. 중소기업 평균 월급이 286만원인데, 대체 인력 지원금이 120만원이다. 불가피하게 외국인 고용을 할 수밖에 없는 경우에는 외국인 근로자나 유학생을 우선 지원하도록 했다. 무엇보다 기업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2000년 초반에 태어난 신생아 수가 63만명이었지만 불과 5년 만에 43만명으로 떨어졌다. 이 아이들이 6~7년 지나면 산업 현장에 들어가는데, 특히 중소기업은 ‘인력 미스매치’가 아니라 ‘인력 부족 시대’를 맞게 된다. 중소기업들이 양육 친화적인 기업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우수한 젊은 인재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뉴노멀이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게 되는 것이다.”

-좋은 정책도 중요하지만 출산과 양육에 대한 인식 전환도 필요해 보인다.

“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가정 양립과 더불어 양육부담안화, 주거불안완화 세 가지에 집중했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정책이 절반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사회의 인식변화라 생각한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금전적 부담이나 기회 비용을 줄여주더라도 결국 ‘왜 자녀를 가져야하지’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가 행복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부분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교계 지도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공통된 가르침은 우리 사회가 그동안 지나치게 경쟁적, 개인주의적, 물질만능주의적으로 가다보니 가장 본질적 가치인 생명과 가족의 소중함, 그로 인한 공동체 가치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는 점이다. 양육 부담을 줄여주는 정책과 더불어 생명의 가치,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사회 인식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수도권 집중 등 구조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저출산 해결은 요원한 것 아닌가.

“앞으로 수도권 집중이라든가 청년들을 위한 좋은 일자리 정책과 같은 구조적인 문제도 본격적으로 다뤄야 한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최근 지방은 사회기반시설(SOC)이 많이 좋아졌다. 여기에 의료와 문화가 조금만 접목이 된다면, 현재 베이비붐 1세대가 약 710만명 정도 되는데 그중 지방에 연고가 있는 440만명 정도는 지방 생활인구로 편입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이들에게 수도권 이외 지역 주택에 대해선 ‘1가구 1주택’ 적용을 해준다든가, 보유 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면제 내지 경감시켜준다면 수도권에 있는 이들의 주택이 시장에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저출생 대책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 대책에 대한 주변 평가는 어떤가.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국민들이 사안 자체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공동체 존망이 걸려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힘이 실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여야가 한 가지 이슈의 중요성과 심각성에 공감하면서 유사한 대안을 내놓은 건 외환위기 극복 이후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통령께서 과제 해결에 힘을 실어준 부분도 많았다.”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힘을 실어줬나.

“국무회의가 끝나고 ‘부위원장이 이야기해보십시오’라고 해서 저출산 대책의 골격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할 기회가 있었다. 누차 회의 때마다 이 문제가 ‘국정의 최우선과제’라고 강조를 했기 때문에 다른 장관들도 그걸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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