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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경제] 8조 규모 KDDX 사업자 선정 시끌
게티이미지뱅크

8조원에 달하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경쟁에 참여한 기업과 지역사회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키를 쥔 방위사업청의 모호한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특정 업체 밀어주기 의혹까지 일자 최근 방사청은 사업자 선정 방식을 ‘KDDX 기밀 탈취 사건 관련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결정’이라는 원칙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KDDX 사업의 본격적인 시작 단계인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자 선정 방식은 이르면 수사 마무리가 예상되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 결정될 전망이다.

경찰 수사 결과가 우선

4일 방위산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KDDX 사업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할지, 경쟁입찰로 할지에 대한 판단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 내리기로 했다고 최근 국회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한 수의계약 방식을 추진 중이라는 최근 보도로 인해 특정 기업 밀어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수습에 나선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방사청이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원칙론을 앞세운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KDDX 사업 기밀 유출 건과 관련해 HD현대중공업 임원이 개입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의 KDDX 등에 관한 군사기밀을 빼돌린 혐의(군사기밀보호법 위반)로 지난해 11월 유죄 판결이 확정된 바 있다. 지난 2월 방위사업청 계약심의위에서 ‘대표 또는 임원의 개입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행정지도 결정을 했고, 이에 한화오션은 당시 임원의 개입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지난 3월 국수본에 고발했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달 말 관련 수사 결과가 발표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후 곧 방사청의 입장이 확정될 전망이다.

첫 국산 구축함 사업에 사활 건 기업들

KDDX 사업은 2030년까지 해군의 차세대 주력 함정인 미니 이지스함(6000t급) 6척을 발주하는 것으로 총사업비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했고, 기본설계는 HD현대중공업이 수주했었다. 개념설계는 함정 초안을 그리는 것이다. 기본설계는 함정에 탑재되는 무기체계 및 각종 장비 등을 조금 더 구체화한다.


상세설계는 KDDX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첫 단계로 사실상 모든 사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중요한 터닝 포인트다. 선체뿐만 아니라 각종 무기 체계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번째 국산 구축함 사업인 터라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사활을 걸고 수주를 위한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기본설계 수행 업체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등도 이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위사업관리규정의 함정사업 절차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의 이런 주장은 합리적인 부분도 있다. 이 규정에 따라 방사청은 그동안 통상적으로 기본설계 업체가 큰 하자가 없는 한 수의계약을 통해 상세설계를 맡겨왔다. HD현대중공업도 KDDX가 방산물자로 지정됐고, 국가계약법상 수의계약 대상으로 적합하기 때문에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을 가져가는 게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화오션은 관련 법률상 명백히 경쟁계약을 원칙으로 정하고 있고, 방위사업관리규정도 예외적 규정일 뿐이라 수의계약을 체결해서는 안된다고 반박한다.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해군본부, 방위사업청을 방문, 기밀 자료를 몰래 촬영해 이를 회사 내부망에 공유한 혐의로 전원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은 수의계약 제한 사유라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또 2020년 5월 KDDX 기본설계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이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평가 점수를 수정했다는 의혹도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에 방사청이 섣부른 판단을 내려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선도함 건조 사업에 대한 경쟁입찰 규정이 명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점은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관련 규정 정비 및 입찰에 1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통합전기식추진체계 등 핵심 연구개발을 위한 발주도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해군의 전력 획득 및 운영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이다.

모호한 방사청 입장 도마 위

앞서 방사청은 2019년 9월 방위산업기술 유출과 관련한 방첩사령부 처분통보를 받을 경우 감점된다는 규정을 삭제했다. KDDX 기본설계 입찰공고 8개월 전에 HD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규정을 수정한 셈이다. 감점 적용 기간 역시 2년에서 1년으로 줄였고, 형사 처벌 시 받는 감점도 줄였다. HD현대중공업이 0.056점 차로 기본설계를 수주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정이다. 규정 수정이 없었다면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이 사안과 관련한 경찰 수사 결과는 KDDX 사업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은 “보안 감점 규정은 2018년 3월 방사청이 국민권익위와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의 ‘보안 감점 기준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해 기술 중심의 제안서평가 원칙에 어긋난다’는 권고를 받아들여 개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청이 KDDX 사업과 관련한 절차적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 절차는 ‘방산물자 지정→방산업체 지정→사업 추진방식 결정’ 순으로 진행되는데, 이 과정에서 방산업체 지정 권한을 가진 산업통상자원부는 방사청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그런데 산업부가 올해 초부터 현재까지 수차례에 걸쳐 방사청에 방산업체 지정과 관련한 의견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방사청은 회신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일준 국민의힘 의원은 “방사청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결정한다면 온갖 의혹을 받는 KDDX 사업의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하나부터 열까지 공명정대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방사청이 KDDX 사업을 명확한 기준에 따라 추진해 ‘K방산’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일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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