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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오는 뇌졸중, 1년 이내 재발률 높아
뇌졸중 90% 차지하는 뇌경색···죽상경화증 주범
심혈관 위험인자 높으면 LDL-C 수치 관리 필요
먹는 약으로 조절 안될 땐 주사제 처방 적극 고려
이미지투데이

[서울경제]

“작년 이맘때 처음 뇌졸중을 겪었습니다. 빠르게 조치한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생업에 복귀할 수 있었죠.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보니 병원을 찾는 일도 점차 뜸해졌습니다. ”

두 달 전 뇌경색이 재발한 60대 여성 김모 씨는 “증상이 좋아지자 완치됐다는 생각과 함께 자녀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후속치료를 소홀히 했는데 이렇게 큰 화근이 될 줄은 몰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몇년 전 죽상경화증으로 진단돼 처방약을 복용하는 것 외에 특별한 건강 문제가 없었다. 지난해 직장 동료와 귀가하던 중 갑자기 왼쪽 팔,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느낌을 받았고 ‘친언니가 겪었던 뇌졸중 증상과 비슷하다’는 동료의 말에 즉각 인근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신경과 전문의와 만나 몇 가지 검사를 받은 끝에 오른쪽 대뇌동맥이 막혔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응급실에 도착해 시술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뇌졸중의 전조증상을 알아챈 건 천운이었다. 그런데 10개월 여 만에 다시 찾아온 뇌졸중은 김씨와 가족의 일상을 송두리째 흔들었다. 자정을 훌쩍 넘겨 증상이 나타난데다 119 구급차를 타고도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다 시간이 크게 지체됐다. 치료 골든타임을 놓친 뒤에야 시술을 받은 김씨는 후유증으로 신체 거동이 불편해져 10년 가까이 몸담았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가족의 밥상을 차리거나 빨래를 하는 등 가사일은 물론 가까운 거리조차 가족의 도움 없이는 외출하기 힘들어 무력감과 우울감에 시달리고 있다.



◇노년층 질병 부담 높은 뇌졸중…뇌혈관 막혀서 생기는 ‘뇌경색’이 90%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져서 뇌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크게 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혈관이 터져서 생기는 출혈성 뇌졸중(뇌출혈)으로 나뉜다. 지난 4월 발표된 한국뇌졸중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2~2022년 국내 68개 병원에 등록된 17만1520건의 뇌졸중 사례들 중 급성 뇌경색이 15만3324건이었다. 뇌경색이 전체 뇌졸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0%에 가깝다. 전체 뇌경색 환자 중 85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2.1%로 남녀 모두 10년 전보다 2배 가량 늘었다. 유례 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뇌경색의 질병 부담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뇌경색의 가장 큰 원인은 저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LDL-C)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죽상경화증이다. 오래된 수도관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침착해 지름이 좁아지는 것처럼 주로 혈관의 가장 안쪽을 덮고 있는 내막에 콜레스테롤 지방질과 찌꺼기가 쌓이고 내피세포의 증식이 일어나 혈관벽이 두껍고 딱딱해진 상태를 말한다. 혈관이 좁아져 혈액의 흐름이 원활하지 못한 틈을 타 혈전(피가 굳어진 덩어리)이 생기는데 이 혈전이 떨어져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오는 것이다. 의학적으로는 혈중 LDL-C 수치가 증가하거나 흔히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고밀도 지단백 콜레스테롤(HDL-C)이 감소된 상태를 이상지질혈증이라고 부른다. 이상지질혈증은 고혈압, 당뇨병, 심방세동 등과 함께 뇌졸중 환자의 주요 혈관위험인자로 꼽힌다. 뇌경색 재발 환자의 약 78%가 죽상경화증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연관성이 크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진료지침을 통해 뇌경색의 재발 예방을 위해 이상지질혈증을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 ‘나쁜 콜레스테롤’이 혈관 막는 주범…“뇌졸중 재발 막으려면 적극 관리해야”


건강한 사람은 혈중 LDL-C 수치가 130㎎/dL 이하일 때 정상 범위로 본다. 뇌경색 병력 등 심혈관계 위험인자가 있으면 한층 엄격한 목표치가 주어진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는 뇌경색 또는 일과성 뇌허혈발작 환자가 뇌 또는 목동맥, 대동맥에 죽상경화증이 있는 경우 LDL-C 수치를 70㎎/dL 아래로 낮추는 동시에 기저치보다 50% 이상 감소시켜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진료지침에는 죽상경화성 혈관질환의 재발 위험이 높다면 LDL-C 수치를 55㎎/dL 미만까지 낮출 것을 고려하라고 명시했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의 심혈관 위험도에 따른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 권고안. 사진 제공=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죽상경화증이 있는 뇌경색 환자에서 추가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낮추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처방은 ‘스타틴’이다. 스타틴을 최대 용량까지 늘리고 에제티미브를 함께 복용하면서도 LDL-C 수치가 목표 범위에 도달하지 못하면 2주 또는 1개월 간격으로 맞는 PCSK9 억제제를 고려할 수 있다. 피하주사제인 PCSK9 억제제는 간세포 표면에서 혈중 콜레스테롤 제거를 담당하는 LDL 수용체를 분해하는 PCSK9 단백질의 활성을 저해한다. LDL 수용체와의 결합을 방해해 혈중 LDL-C 수치를 낮추는 원리다.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의 작용 기전. 사진 제공=약학정보원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JM)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과 스타틴을 병용한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는 치료 48주차에 LDL-C 수치가 기저치 대비 약 60% 낮아졌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은 각각 위약군 대비 27%와 21%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소 콜레스테롤 수치를 적극 관리하기만 해도 뇌졸중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손성일 계명대동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졸중은 10명 중 1명이 1년 이내 재발할 정도로 재발률이 높고 후유증이 심하다. 첫 발병 이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당장 가족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에 퇴원 이후 병원을 찾길 주저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죽상경화성 허혈성 뇌졸중 환자는 단순 재발 뿐 아니라 또 다른 심혈관질환의 위험에 처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과 상의해 LDL-C 수치를 최대한 낮추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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