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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대공(對共)수사권 폐지를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번엔 국정원의 조사 권한까지 없애는 이른바 ‘대공 기능 완전 박탈법’을 발의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정보원 전경. 사진 국가정보원

이기헌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소속 의원 17명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3일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정원이 안보 범죄와 관련한 정보를 수집할 때 필요한 현장조사·문서열람·시료 채취·자료제출요구·진술요청 등의 조사권을 폐지(제5조 2항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안보 범죄의 유형으로는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안보침해행위 ▶산업경제정보 유출 행위 ▶국가 배후 해킹조직에 의한 사이버안보 위협 등이 있다.

이 의원은 제안 이유에서 “국정원의 조사권은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헌법상 적법절차 등의 적용 없이 사실상의 압수 수색과 신문조사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2020년 12월 여당 시절 국정원의 대공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시키고 대공 업무와 관련해서는 조사 권한만 남기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이번 개정안은 민주당 내 운동권 출신 의원들이 주도했다. 대표 발의한 이 의원(경희대 총학생회장)을 비롯해 윤건영(국민대 총학생회장)·박홍근(경희대 총학생회장·전대협 6기 의장 권한대행)·박상혁(한양대 총학생회장) 의원 등이다. 윤 의원과 박상혁 의원은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집행유예 등을 선고받았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개정안에 대해 “국정원이 인지한 증거나 자료의 가치를 없애버리는 법안”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융합연구원장은 “안 그래도 수사권이 사라져 자료를 수집할 때 위축된 국정원이 조사권마저 박탈당한다면 식물 상태나 다름없어진다”며 “국정원이 취득한 증거는 재판이나 수사 과정에서 앞으로 절대 쓰일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6월 14일 오전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장경태 최고위원 발언을 들으며 '대북송금은 쌍방울 주가조작용'이라는 내용의 국정원 문건 관련 자료를 보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내에서도 “최근 민주당의 주장과 배치되는 모순되는 법안”(민주당 보좌관)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재명 전 대표가 기소된 대북 송금 사건을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원이 대북 첩보용으로 작성한 문서를 근거로 삼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18일 페이스북에 국정원을 “국가 최고 정보기관”이라고 치켜세우면서 “(언론이) 방북용 송금이라는 검찰 주장은 베껴 쓰면서, 주가 조작용 송금이라는 국정원 보고서를 외면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국정원 보고서는 2020년 1월 국정원이 만든 문건이다. 북한의 대남공작원 리호남이 “대북사업으로 쌍방울 계열사 주가를 띄워주는 대가로 수익금 일부를 받기로 했다”, “쌍방울이 (주가조작으로 얻은) 수익금을 1주일에 50억원씩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는 대북 브로커의 제보가 담겨 있다.

민주당은 이를 근거로 쌍방울이 이 전 대표의 방북이 아니라 계열사 주가 조작을 위해서 북한에 자금을 건넸다는 주장을 펴왔다. 다만 재판부는 지난달 7일 이 문건에 대해 “제보자 진술일 뿐 주가 상승과 수익금 조성 방법 등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쌍방울의 대북송금은 경기지사 방북과 관련해 비공식적으로 전달된 돈으로 방북 관련 사례금으로 보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국정원 출신의 한 국회 관계자는 “국정원이 조사한 문건으로 대북송금 방어 논리를 펴면서, 정작 법안은 국정원 조사의 유효성을 파기시키고 있다”며 “민주당의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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