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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처, 日 과학자들 정부 대상 청원 보도
학술진흥회, 기초과학 예산 10년째 동결
연구 역량은 하락, 한국의 과학 위기 닮아

일본 도쿄대가 운영하는 중력파 검출장비 '카그라'의 모습. 가미오카 폐광에 지하 200m 터널 아래에 설치됐다. 일본 기초과학 투자는 지난 10년간 제자리 걸음을 걸으면서 연구 역량이 크게 떨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도쿄대


일본 과학자들이 정부에 기초연구 예산을 늘려 달라는 청원을 냈다. 일본은 기초과학 강국으로 미국과 가장 가까운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10년 사이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를 줄이며 예전의 위상은 사라지고 있다.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4일(현지 시각) “일본 기초과학자 수십만명과 연구기관 500곳 이상이 모여 정부를 상대로 연구 지원 프로그램인 ‘학술진흥회(KAKENHI)’의 지원을 늘려 달라고 청원했다”고 보도했다.

학술진흥회는 기초과학을 비롯해 사회과학, 응용과학 같은 모든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의 연구재단과 비슷하다. 일본 과학자들은 학술진흥회를 가장 중요한 기초과학 지원 프로그램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 기초과학 연구 사업이 이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실제로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도 수상 업적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연구에 학술진흥회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학술진흥회 예산이 지난 10년간 2400억엔(약 2조원) 규모로 제자리 걸음을 걸으면서 일본의 기초과학 역량은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전 세계적인 물가 인상률과 엔화 환율 약세를 고려하면 이 기간 실질적인 예산은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셈이다.

고토 유키코 도쿄대 교수는 “논문 출판 비용은 늘고 국제 인플레이션으로 학계가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본 과학자들의 우려는 데이터로도 증명됐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NISTEP)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일본의 연평균 과학논문 발표 건수는 7만 775편으로, 중국과 미국, 인도, 독일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논문의 질을 나타내는 인용률 상위 10% 논문은 3787편으로 13위에 머물렀다. 이 기간 중국은 예산을 10배 늘리면서 상위 10% 논문수 5만 4405편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일본 정부가 마련한 대책은 ‘선택과 집중’이다. 정부 주도로 전략 기술을 지정하고 투자를 집중했다. 전략 기술에 들지 못한 분야의 연구자에게는 투자를 줄였다. 하지만 일본 연구자들은 이 같은 전략이 오히려 국가적인 과학기술 역량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히로시 키무라 도쿄공업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특정 분야와 대학에 학술진흥회 지원을 몰아주고 있으며, 그 외 연구진은 연구비를 구하는 데 허덕이고 있다”며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하지 않는 일본 과학에는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을 육성하려면 학술진흥회 예산을 최소 4800억엔(약 4조원)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예산의 2배를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예산 지원 방식도 다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초과학 연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다각화해 연구 생태계 회복를 우선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한국도 올해 처음으로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면서 과학계에서 기초과학 분야 생태계가 무너졌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기초과학 분야 예산은 소폭 늘었으나 신진 연구자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사라지고 이론 연구처럼 작은 규모의 예산이 필요한 연구자들은 연구비를 구하기 어려워졌다. 대신 우수한 연구자들을 집중 지원하기 위해 연구 과제 1개 당 예산을 늘렸다.

정부는 지난달 27일 ‘2025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발표하면서 내년 R&D 투자를 늘리겠다고 했으나 과학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국내 기초과학 분야 연구자들은 “신진 연구자의 성장 사다리가 무너지고 연구 다양성이 훼손됐다”며 “단순히 예산을 늘리기보다는 기초과학에 맞는 보편성 중심의 투자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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