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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른 무더운 날씨. 병원에 있어야 할 환자와 보호자 수백여 명이 도심 한복판에 모였습니다.

'의료정상화'와 '재발방지법'이라는 문구가 써진 손팻말을 한 장씩 들고 목이 터져라 외치기 시작합니다.

"명분 없는 무기한 휴진을 철회하라. 철회하라. 철회하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90여 개 단체는 오늘(4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 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 촉구대회'를 열었습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400명가량의 암 환자와 보호자, 일반 시민 등이 모였습니다.

전공의 집단 이탈 등 의료공백 사태 이후, 환자들이 대규모로 거리에 나와 집회를 연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들은 "환자와 환자 가족 그리고 국민은 무책임한 정부와 무자비한 전공의·의대 교수의 힘겨루기를 지켜보며 무기력에 빠졌다"며 "지금 이 순간에도 병실에, 수술실에, 병원 복도에, 진료실에 머물고 있을 수많은 환자를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습니다.

췌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 치료 중인 김선경 씨

■ 의료공백과 동시에 암 판정…"하루빨리 정상화되길"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지 5개월째. 정부와 의료계 사이 갈등이 길어지면서 환자들의 피로와 불안감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의료공백 사태 초기 췌장암 진단을 받은 김선경 씨.

암세포가 폐, 간, 갑상선, 복막까지 번지며 치료가 시급한 상황이었지만 전공의 이탈 직후라 예약 한 번 잡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서울아산병원에서 항암 치료를 받고 있는데, 일주일에 한 번 보던 진료도 점차 2주에 한 번, 3주에 한 번으로 미뤄졌습니다.

어렵게 항암치료를 시작했지만 이후 과정도 지난했습니다. 항암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CT를 찍어도 판독할 영상의학과 의사가 없어,
판독할 의사가 있는 병원을 새로 찾아가 CT 촬영을 하고, 그 결과는 다시 주치의에게 전달하는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의사 집단행동 시기와 맞물려 암 판정을 받아서 두렵고 절망적이었다. 스트레스가 많아지니까 바로 죽음의 길로 가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환자들이 두려움과 공포에 떨고 있다"며, 중증 환자들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의사들이 밥그릇 싸움하고 있다"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습니다.

집회에 나온 강복녀 씨는, 얼마 전 손자의 혈당수치가 급격히 떨어져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소아과 의사가 없어 그냥 돌아와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강 씨는 "네 돌 지난 손자가 아프다는데 의사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불안했다."며 "환자는 죽어가는데 의사들은 돈 싸움, 밥그릇 싸움만 하는 건 참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 환자 어머니 김정애 씨

■ "의사 선생님의 도움이 절실합니다"…환자들의 절규

희귀질환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고 있는 딸을 가진 김정애 씨도 집회 발언자로 나섰습니다.

김 씨는 "제 딸 하은이는 태어날 때부터 사지 기형과 지적 장애 등의 증상을 가진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고 있다"며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살 수 없을 거 같아 이름도 하은이라고 지었다. 아프게 태어나 수시로 내 마음을 애태웠지만 하은이의 재롱을 보며 행복하게 살았다"며 울먹였습니다.

김 씨는 "의료 공백 사태 와중에 하은이의 몸 상태는 수차례 나빠졌는데, 하은이가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죽을까 두렵다"며 "의사 선생님들의 절실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읍소했습니다.

환자들은 의사 집단행동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장은 "의사들에게 소송을 걸고, 형사 고소도 하고 싶지만 정작 화살은 지금 의료 현장에 남아 환자를 돌보는 전임의들에게 향하게 된다"며 "의사들은 의사들의 존재 이유인 환자와 국민을 위해 하루빨리 의료 현장으로 복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환자들은 정부와 국회에도 사태 해결에 나서달라고 말했습니다. 환자들이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도록 국회에는 필수의료 종사자의 집단행동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했고, 정부에는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전환과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 세브란스 이어 서울아산병원도…잇따르는 진료 축소

환자들의 불안이 가중되는 가운데, 오늘(4일)부터 일명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은 진료 축소에 들어갔습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진료 중인 울산의대 교수 비대위는 당초 집단 휴진을 예고했지만, 환자 피해를 고려해 진료를 축소하거나 재조정하는 방식으로 결정을 바꿨습니다.

비대위 측은 예약된 진료 일정을 미뤄 조정하고, 중증·응급 환자 진료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아산병원 외에도 휴진하거나 진료를 줄이는 병원은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미 세브란스 병원은 지난달 27일부터 휴진에 돌입했고, 고려대병원은 오는 12일부터 충북대병원은 오는 26일부터 진료 재조정 또는 휴진에 들어갈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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