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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역 교통사고 원인을 풀 열쇠로 사고기록장치(EDR)가 거론되고 있지만 수사 결론은 운전미숙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급발진을 인정한 전례가 없는 데다 급발진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선 가해 운전자 차모(68)씨와 동승자인 아내의 급발진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차씨는 첫 피의자 조사에서도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4일 국과수에 따르면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은 매년 증가세다. 2019년 58건이었던 국과수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 건수는 2020년과 2021년 각각 57건과 56건으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다만 2022년엔 76건으로 전년 대비 20건 늘었고 지난해엔 117건으로 치솟았다.

국과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감정에서 차량의 기계적 결함을 인정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시청역 교통사고 역시 국과수의 판단이 이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사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10월 70대 운전자 A씨는 중부고속도로 한 휴게소에서 보행 중인 부부를 들이받아 50대 여성을 숨지게 하고 주차된 차량 4대를 들이받아 다수의 사상자를 냈다. 당시 A씨는 경찰 조사에서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경찰은 국과수 분석 결과 등을 근거로 ‘운전 미숙’으로 결론을 내린 뒤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2021년 대구 도심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들이받아 50대 부부를 숨지게 한 60대 BMW 운전자 B씨도 비슷한 사례다. B씨는 이 사고를 내기 직전 다른 승용차 한 대와 부딪혔는데, 2차로 SUV를 들이받기 전 속도가 급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당시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국과수 감식 결과 차량에 결함은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B씨를 교통사고특례법상 치사·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시청역 교통사고와 관련해서도 이미 경찰은 자체적으로 EDR과 블랙박스, CCTV 분석을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차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오히려 가속 페달을 강하게 밟았다고 보고 있다. CCTV상에서도 역주행하는 사고 차량의 후방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고속 주행 상황에서 급정거 시 나타나는 ‘스키드마크’도 현장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차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거나 약하게 밟아 급제동을 시도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현재까지 급발진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차씨와 그의 아내 진술 외에는 사실상 없다. 경찰은 이날 사고 나흘 만에 차씨가 입원한 서울대병원 입원실을 찾아 피의자 조사를 진행했다. 차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딱딱했다”며 차량 상태 이상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경찰 조사관 4명이 입회한 가운데 약 2시간 동안 진행됐다. 서울중앙지법은 경찰이 신청한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출석에 응하지 않을 이유가 있다거나 체포의 필요성 단정이 어려움 등을 이유로 체포영장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EDR 분석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급발진 사고를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EDR은 엔진제어장치(ECM)으로부터 정보를 받아 기록하는 말단의 수동적 기록 장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가 코딩된 ECM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말단의 EDR에는 신뢰할 수 없는 정보가 기록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이 EDR을 자동차 제조사의 ‘면죄부’라고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DR 기록 시간이 사고 직전 5초에 불과하다는 것도 한계점으로 꼽힌다. 급발진 구간은 보통 수십 초간 이어지는데, 5초 만으로 사고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에 미국은 EDR 데이터양을 현행 5초에서 20초 이상으로 늘리는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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