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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등 환자단체 회원들이 4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서성일 선임기자


김정애씨(68)는 선천성 희소질환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는 딸 박하은씨(23)와 함께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으로 발걸음했다. 발언대에 오른 김씨는 “아프게 태어난 하은이는 수시로 제 마음을 애태우고 그때마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기며 살아왔다”며 “하은이는 제 인생의 전부고, 앞으로도 의사 선생님들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50년 같은 5개월이었다”며 “의·정 갈등에 환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장기간 파업으로 딸이 치료를 받지 못할까봐 오늘도, 내일도 두렵다”고 전했다. 그는 “아픈 자식을 둔 한 엄마로서 국민 여러분께 호소하려고 왔다. 아픈 사람들이 다신 길거리에 모이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촉발된 의료공백 사태가 136일째를 맞은 이날 92개 환자단체들은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모였다. 이들은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를 열고 “의료공백의 신속한 정상화와 재발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는 부탁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이라고도 했다.

최승란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 부회장은 “4개월이 넘도록 의료계와 정부가 긴 분쟁을 이어오면서 그 피해 고스란히 환자들이 받고 있다”면서 “의료 정상화를 외치고, 이런 일이 다시 벌어지면 안되겠다는 의지를 담아서 이번 대회를 열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주최 측과 경찰이 추산한 집회 참여자 수는 300여 명이다. 당초 경찰에 신고한 인원보다는 적은 수지만, 환자단체 회원들이 몸이 아픈 환자거나 그 보호자인 만큼 환자단체가 이렇게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로 엄중한 일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20년동안 환자단체에서 활동하면서 그간 수없이 많은 이슈가 있었지만, 50명 이상 모인 적은 처음”이라면서 “의료공백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집단휴진 철회하고, 의료공백 해소하라’, ‘환자없이 의사없다, 집단휴진 중단하라’, ‘반복되는 의료공백, 재발방지 입법하라’ 등의 구호를 수차례 외쳤다. 발언자들은 연설 도중 울먹이거나 감정이 북받친 듯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유방암 환자 임지혜씨(63)는 “유방암 수술한지 10년이 넘었는데,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까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 의료계가 빨리 합의를 봐서 사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안되니까 직접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15년째 유방암을 앓고 있다는 최영미씨(64)도 “아플 때 누구나 진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의사 말 한마디에 생사가 왔다갔다 하고, 치료에 전념하기도 힘든데 이번 사태로 너무 불안해서 더 힘들다”고 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은 이날부터 중증·응급 환자 등을 제외한 진료 축소에 돌입했다.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진료 재조정 첫날 주요 수술은 전년 동기 대비 49%, 전주 대비 29%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병원 측에서는 “외부 알려진 것보다 의사들 휴진 참여가 저조해 진료에 크게 차질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 현장에서 큰 혼란은 발생하지 않고 있지만, 불안에 떠는 환자들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안 회장은 “중증 환자와 중등증 환자의 경계를 어떻게 정확히 나눌 수 있고, 아무런 죄 없는 중등증 환자들은 어디로 갈지도 모르고 피해 입어야 하냐”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에 무기한 집단휴진과 같은 극단적 방식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미복귀 중인 전공의들에 대한 처분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대응 방침을 정리해서 발표할 계획이다. 복지부와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달 3일 기준 전체 211개 수련병원 전공의 1만3756명 중 1086명(7.9%)만 근무 중이다. 전체 수련병원에서 레지던트 사직률은 0.54%(1만506명 중 57명)에 그쳤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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