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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시청역 돌진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신한은행 직원의 발인식이 엄수되고 있다. 뉴스1
지난 1일 저녁 발생한 서울 시청역 역주행 교통사고 피해자들의 발인식이 4일 오전 서울 곳곳에서 진행됐다.

이날 오전 5시 20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서울시청에 근무했던 김모(52) 사무관의 발인식이 열렸다. 가족들이 영정사진에 절을 하며 발인식이 시작되자, 훌쩍이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유족 중 한 명은 안경을 벗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치는 이들도 보였다. 아버지의 영정을 든 작은 딸(22)은 고개를 숙인 채 바닥만 바라봤다. 김 사무관은 생전에 둘째 딸과 자주 캠핑을 다니며 가깝게 지내 주변에 ‘딸바보’로 유명했다. 김 사무관은 사고 당일에도 오전 6시에 출근해 업무를 했다. 사고 당시에는 업무 후 회식을 마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고 당일) 하루에 큰 상을 2개나 받을 정도로 ‘운수 좋은 날’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 변을 당했다”며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4일 오전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발인을 마친 시청역 역주행 사고 희생자 서울시청 청사운영1팀장 고 김인병 씨의 영정이 서울시청을 순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 세무과에 근무하던 윤모(30)씨의 발인식도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날 오전 6시에 시작됐다. 운구차가 들어서자 윤씨의 남동생이 영정사진을 들고, 가족들은 울며 뒤를 쫓았다. 조문객들 사이에서 흐느끼는 소리와 울부짖는 소리가 섞여 나왔다. 윤씨가 떠난 4번 빈소엔 화환과 국화 다섯 송이만 남았다. 1993년생인 윤씨는 업무가 많은 세무부서에 근무했지만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아 주변 동료들에게 "천사 같은 후배"로 불렸다.

오전 5시 30분경에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신한은행 직원이던 박모(44)씨와 이모(52)씨, 이모(52)씨의 발인식이 있었다. 출퇴근길에 동료를 조문하기 위해 찾은 은행 직원 40여명이 장례식장 앞에 양복 차림으로 도열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정상혁 신한은행장도 참석해 직원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연차를 내고 찾은 이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박씨의 승진을 축하하기 위해 회식을 하고 헤어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박씨의 유족은 "착한 00이 아이고 아까워라, 좋은 데 가라"고 목놓아 울었다. 이씨의 유족 일부는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였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인의 모습도 보였다.

이날 오전 10시부터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서울의 한 병원 주차관리 용역업체 직원 박모(40)씨·김모(38)씨·A씨(35)의 발인이 진행됐다. A씨의 운구 차량이 이동하려하자 중년 남성 한 명이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 질끈 감은 채 이마에 손을 올렸다. 또 다른 중년 남성은 붉은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닦았다. 동료들은 A씨가 운구차 버스가 멀리 사라져가는 모습을 눈으로 좇으며 끝까지 배웅했다. 일부는 두 손을 모은채 묵념했다. 박씨와 김씨, A씨는 퇴근 뒤 용산의 게임 관련 전시장을 갔다가 시청역 인근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귀갓길에 참변을 당했다. 박씨의 30년 지기 친구인 이상훈(40)씨는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며 “카톡하면 답장이 올 것만 같다”며 울먹였다.

4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현장에서 한 추모객이 술잔 아홉개에 술을 따르고 있다. 지난 1일 해당 교차로에서는 운전자 A씨가 몰던 승용차가 역주행하며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사망했다.

시민들의 추모 행렬도 이어졌다. 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엔 시민들이 두고 간 손편지와 국화꽃, 음료수 등 간식들이 쌓였다. 인근 이화외고에 재학 중인 학생은 "아빠와 비슷한 나잇대의 분들이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적었다. 사고 피해자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한 시민은 "내가 너무 늦게 왔지. 미안해. 이승에서 고생 많았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겼다. 시민들은 "매일 출퇴근길에 오가던 곳인데 사고당한 게 나일 수도 있었다", "서울 중심에서 이런 일이 생겨 화가 난다"는 쪽지를 남기기도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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