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태원준 논설위원

1차 투표를 마친 프랑스 조기 총선은 2016년 영국 브렉시트 국민투표와 여러 모로 닮은 구석이 많다. ①안 해도 되는 투표를 굳이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브렉시트 주장을 아예 잠재우자는 정치적 욕심에서 국민투표를 먼저 제안했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극우 정당의 유럽의회 약진 기세를 꺾어놓자는 의도에서 돌연 조기 총선을 선언했다. ②이런 정치적 도박이 구상과 정반대 결과로 이어졌다. 캐머런의 낙관과 달리 브렉시트는 가결됐고, 마크롱의 기대와 달리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은 제1당 자리에 성큼 다가섰다. ③오랫동안 상상에 머물던 일이 두 나라에서 현실이 됐다. 스코틀랜드 분리주의처럼 비현실적 담론이라 치부돼온 브렉시트가 영국의 항로를 바꿔버렸고, 극단주의만큼은 철저히 배격해온 프랑스에 극우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

또 하나 의미심장한 닮은꼴은 ④영국 국민투표와 프랑스 조기 총선이 모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치러졌다는 점이다. 2016년 브렉시트가 가결되고 넉 달 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는데, 올해 프랑스 총선도 미국 대선을 넉 달 앞둔 시점에 열렸고 대서양 건너편에선 다시 트럼프가 출마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당선은 흡사한 배경을 갖고 있었다. 고립주의의 부상, 반(反)이민 정서의 확산, 경제적 불만의 고조, 사회 주류에 대한 반감…. 트럼프는 이번에도 이런 기류를 파고들어 재집권을 노리고 있다. 반유럽연합·반이민의 극우 정당이 압도한 프랑스 총선은 그런 정서가 대서양 한쪽에서 다시 강해졌음을 말해준다.

스티브 배넌 등 미국 극우 전략가들은 프랑스 총선이 8년 전 브렉시트처럼 트럼프 집권의 예고편이란 주장을 펴기 시작했다. 브렉시트에 담긴 함의를 간과해 트럼프에게 정권을 내줬던 민주당은 공교롭게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상대와 다시 맞서게 됐다. 유럽 극우의 부상은 거대한 흐름이 뭔가 달라지고 있음을 뜻한다. 이 변화를 간파하는 것이 어쩌면 바이든의 건강 문제보다 더 시급할 수도 있겠다.

국민일보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3374 류준열, ‘결별’ 혜리와 한솥밥?…소속사 해명 보니 랭크뉴스 2024.04.06
43373 중부고속도로 호법JC 부근 차량 4대 추돌…2명 사망(종합) 랭크뉴스 2024.04.06
43372 [사전투표] 긴 비례대표 용지 한 번만 접자, 선거사무원 "여러 번 접으세요" 랭크뉴스 2024.04.06
43371 외도·도박·분노조절장애…봄이 오면 사고 치는 남편 랭크뉴스 2024.04.06
43370 한동훈 “더 많이 나가 두번째 칸 찍어달라”…PK 지지층 결집 호소 랭크뉴스 2024.04.06
43369 중부고속도로서 차량 4대 추돌 사고…2명 사망·1명 부상 랭크뉴스 2024.04.06
43368 국민의힘, ‘파틀막’ 비판에 “투표소에 ‘형수 욕설 녹음기’ 지참해도 되나” 랭크뉴스 2024.04.06
43367 한동훈 "이재명·김준혁은 확신범… 여성혐오는 실수 아냐" 랭크뉴스 2024.04.06
43366 이재명 "입틀막·칼틀막 부족해 파틀막까지‥가짜 사과쇼 속아선 안 돼" 랭크뉴스 2024.04.06
43365 사전투표 1100만명 돌파…오후 2시 24.93% 랭크뉴스 2024.04.06
43364 한동훈 "민주당 여성 혐오 의식, 불량품 한 명의 실수 아냐" 랭크뉴스 2024.04.06
43363 고종이 초대한 봄날의 특별한 산책…어둠 속 환히 빛난 경복궁 랭크뉴스 2024.04.06
43362 일본 레슬러 “한국엔 구급차 없다”…‘혐한 논란’에 사과 랭크뉴스 2024.04.06
43361 [총선] 사전투표 천만 명 돌파…오후 2시 누적 투표율 24.93% 랭크뉴스 2024.04.06
43360 국제우주정거장 파편에 美 가정집 지붕 뚫려…우주 떠도는 쓰레기만 3만개 랭크뉴스 2024.04.06
43359 이재명 "'칼틀막' '입틀막'도 부족해 '파틀막'까지...심판해야" 랭크뉴스 2024.04.06
43358 재점화된 대만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반도체 패권 경쟁 '재부팅' 랭크뉴스 2024.04.06
43357 “딸 식물인간 만든 가해자, 고작 5년 구형”… 부모 절규 랭크뉴스 2024.04.06
43356 韓 “민주당은 여성혐오” 李 “정권 역주행 막자”…사전투표 막판 지지 호소 랭크뉴스 2024.04.06
43355 “피 끓는 심정…송하윤 학폭 피해자 외삼촌입니다” 랭크뉴스 2024.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