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일 밤 서울 지하철 시청역 주변 교차로에서 벌어진 대형 교통사고 참사의 배경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가해 차량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나섰다. 실제 사고 원인은 따져봐야 하지만, 이와 무관하게 운전자들 사이에 급발진 자체에 대한 관심과 공포도 커진 이유다. 전문가들은 일단 모든 페달에서 발을 떼었는데도 가속이 멈추지 않는 상황이라면 △기어를 중립 상태로 두고 끝까지 세게 브레이크를 밟을 것 △사람이 없는 공간의 외벽 등 그나마 안전한 지형지물과 충돌해 차를 멈추는 것 등을 대처 방법으로 조언했다.

3일 한겨레와 통화한 전문가들은 급발진이 발생했을 경우 기어를 중립 상태로 둔 뒤 브레이크를 끝까지 세게 밟아야 한다고 했다. 핵심은 ‘끝까지 세게’다. 손준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원은 “브레이크를 끝까지 밟아야 한다. 지속해서 힘껏 누르고 있으면 조금씩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시작할 수 있는데, 발을 떼면 공기가 차서 작동이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제동 페달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누르는 방법도 있다. 지난해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주행 및 제동 시험'에서 시속 100km 이상 속도에서 제동 페달이 작동되지 않은 경우 전자식 주차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것만으로도 차량을 완전히 정지시키거나 속도를 현저히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시동을 끄는 것도 방법이라고 본다. 다만 시동을 끄기 위해선 최대 5초 동안 시동 버튼을 지속해서 누르고 있거나 최대 5회 이상 반복적으로 눌러야 해 좀 더 시간이 걸려 위험도 그만큼 커지는 한계가 있다.

이마저 여의치 않을 땐 사람이 없는 곳의, 그나마 가장 안전한 지형지물과 충돌해서라도 차를 멈춰 세워야 한다. 장효석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급발진이 발생할 경우 사람 없는 곳의 측면 가드레일이나 건물 외벽을 박아 가능한 빠르게 속도를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불가피할 경우엔 주차된 차량의 ‘후면’을 박는 것이 그나마 피해를 줄일 방법이다. 장 책임연구원 “트렁크가 있는 자동차는 공간이 비어 있기 때문에 완충 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손준우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연구원은 평평한 건물 외벽을 박아 차를 멈추라고 했다. 그는 “그나마 가장 나은 방법은 90도 각도의 평평한 벽에 부딪히는 것”이라며 “전체적으로 벽이 힘을 받으니 에너지 흡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조물이나 외벽에 충돌하더라도 수직 구조물인 전봇대나 강력한 철제 지형물은 충격이 크고 차를 뚫고 들어올 수 있는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한다.

제동 페달에 매트나 물병 등 이물질이 걸려있거나, 운전자가 졸음운전 등으로 오작동을 해 의도치 않은 가속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비상제동 방법을 사전에 숙지하고 운전석 주변에 물병이나 슬리퍼 등과 같은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며 “평소 주차하거나 정차할 때 전자식 주차브레이크 작동 등을 생활화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한겨레

윤연정 기자 [email protected], 고경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