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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다툼을 공식적으로 끝내는 곳입니다. 판결에 따라 구속되거나 석방될 수도 있고, 재산이 늘거나 줄 수도 있습니다. 유력 정치인과 재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재판은 공정하고 신속하며, 합당해야 한다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습니다.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판사)에게도 그런 기대를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요?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2023년 법관평가 사례집'을 최초로 발간했습니다.

전국 변호사들을 상대로 지난해 실제 재판 과정에서 겪은 구체적인 경험들을 사례로 모았습니다. '긍정적인 사례'와 '부정적인 사례' 총 1,717건을 담아 발간했습니다.

이 가운데 부정적인 주요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 여성 피고인에 "반성문 그만 쓰고 몸으로 때우라"고 말한 판사

변협은 부정적인 사례를 ▲공정 ▲품위·친절 ▲신속·적정 ▲직무능력·직무성실 등 총 4개로 나눴습니다.

판사들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들에는 재판 지연부터 판결 내용까지 다양했지만,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판사들의 부적절한 발언 관련 의견이 많았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판사가 피고인에게 성희롱적 발언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변호사 C
"판사는 여성 피고인에게 "반성문 그만 쓰고 몸으로 때우라"며 성희롱적인 발언을 해 피고인과 피고인 가족이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해당 판사는 피고인의 구속영장 심사에도 관여했는데, 재판정에서 여성 피고인을 보자마자 "고개 들어봐, 나 알지? 영장심사 할 때 기록 봤는데 유죄 맞는데 왜 우겨?"라고 고압적 태도로 반말해 예단을 드러냈습니다."

이혼 양육비 재판에서 비양육자에게 "양육비를 의존할 것이었으면 이혼은 왜 한 것이냐"는 발언을 한 판사도 있었고, 청각장애가 있어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이 법정에서 당황해 대답을 못 하자 "질문이 어렵냐, 왜 자꾸 딴소리하냐"고 심하게 질책한 판사도 있었습니다.

상간남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마누라를 팔아서 위자료를 받으려 한다"는 부적절한 발언을 한 판사도 있었습니다.

법정에서 사건 당사자에게 "내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말을 듣게 하느냐"고 말하고 "모두 피고 때문이다"면서 소리를 지르고 증인을 위협한 판사도 있었습니다.

■ 성범죄 피해자에게 '2차 가해'성 발언

고압적인 말을 넘어서 피해자에게 2차 가해에 가까운 발언을 한 사례도 있습니다.

성추행 사건에서 판사의 2차 가해성 발언이 나왔습니다. 피해자는 2년간 상습적으로 친족에게 성추행을 당했는데, 판사는 피해자 증인신문에서 "왜 추행 부위가 어깨나 허리, 다리에서 더 자극적인 부위로 나아가지 않았는지" 물었습니다.

해당 변호사는 피해자가 극심한 성적 수치심과 공포감을 줬다고 밝혔습니다.

해당 판사는 사건의 목격자에게 차별적 발언도 이어갔습니다. 사건의 목격자이자 같은 피고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증인으로 나왔을 때 "증인의 말투가 이상하다"며 국적을 물었고, 조선족이라는 답변에 "중국에선 이런 건 일도 아니지 않나요?"라고 다시 물었습니다.


해당 변호사는 변협에 해당 사례를 알리면서 판사가 성범죄 피해자인 증인과 고소인에게 '2차 가해'에 가까운 충격을 줬다고 털어놨습니다.

[연관기사] “몸으로 때워라·마누라 팔아 돈 벌려고”…여전한 ‘막말’ 판사님 (2024.07.03. 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003035

■ 자녀 없는데 '피고가 자녀 양육'이라는 판결

판결 자체를 납득하기 어려운 사례도 두루 접수됐습니다.


한 판사는 자녀 없이 같이 살다 헤어진 사실혼 부부 분쟁에서 판결문의 '판단' 부분에 "피고가 자녀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을 기재해 피고에게 유리한 근거로 썼습니다. 재판에 참여한 변호사는 "해당 판사가 소장이나 준비서면을 거의 읽어보지도 않고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판결 후 판결 내용을 임의로 수정하는 등 졸속으로 처리하고, 직접 변호사에게 연락해 소 취하를 강요하는 사례도 접수됐습니다.

특별한 사유도 없이 재판이 지연되는 사례도 접수됐습니다.

2년 동안 재판이 단 한 번도 열리지 않고, 변호사 문의에도 답도 없는 사례도 있었고, 신속한 결정을 해야 하는 가처분 신청 사건을 5개월 동안 방치한 사례도 접수됐습니다.

■ '법관 평가' 첫 일반 공개…"반성하기 위해서"

변협 차원의 법관 평가는 2008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점차 각 지방변호사회로 도입이 확산됐고, 2015년부터는 매년 평가 결과를 법원행정처 등 법원 당국에 전달했습니다.

법조계 내부 자료로만 쓰던 법관 평가를 일반에 공개한 이유에 대해 변협 관계자는 '개선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김관기 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부협회장 (법관평가위원장)
"법관과 변호사 등 법조인들이 국민에 대한 사법 서비스를 더욱 잘하기 위한 반성의 계기로 삼고자 발간하게 됐습니다. '이런 일이 있었다, 반성하자!'는 의미죠."

김 변호사는 "심각한 사례의 경우는 해당 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계속 전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책자로 발간된 '2023 법관평가 사례집'은 대법원과 각급 법원 및 유관기관에 순차적으로 배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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