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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정치가 정권 한계 넘어서려면
21대 국회 정치개혁 모임 야심 차게 출발
헌정사 세 번째 '전원위'까지 개최하고도 성과 못 내
수직적 정당 구조에서 다양성 확보 어려운 한계
의원연구단체 '무용론'… 실질적 입법 성과 도출 '난망'

편집자주

인구소멸과 기후변화 등으로 구조적 위기가 닥쳐오고 있지만 5년 단임 정부는 갈수록 단기 성과에 치중해 장기 과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입니다. 정권교체마다 전 정부를 부정하는 정치적 갈등으로 정책적 혼선도 가중됩니다. 한국일보는 창간 70주년을 맞아 이런 문제를 진단하면서 구조 개혁을 이루기 위한 초당적 장기 전략을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연재합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4월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질의·토론하고 있다. 연합뉴스


"처음엔 초당적으로 모여 활발히 토론했죠. 제도 변경을 논의하는 시점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어요. 각 당마다 당론을 내놓고, 총선 공천 시기까지 다가오면서 정치개혁의 큰 틀에 동의하던 의원들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

22대 총선을 1년여 앞둔 지난해 1월. 여야 의원 118명은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을 출범
시켰다. 승자독식의 정치 문화와 '위성정당'이란 기형적 꼼수를 잉태한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모임 참여 의원은 계속 늘어나, 출범 석 달 만에 전체 의원의 과반에 가까운 143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선거제 개편을 위해 '전원위원회' 개최까지 끌어냈다.
헌정사 세 번째 전원위 개최까지 이뤄냈지만 거기까지
였다.

제도 개혁에 의미 있는 성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모임에서 정의당 간사였던 이 전 의원은 2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늘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결국 적대적 공생관계 탓
"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도화를 위해선 '교섭단체' 중심의 국회 거버넌스 구조 속에서 논의를 해야 한다. 정당의 이해 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며 "
양당의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일들만 진척이 되고, 정치개혁이나 기후 대응, 인구 위기 등 중요한 의제는 파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 진행되는 주요 현안들의 흐름을 따라가보면, 논의 단계에서 다수 의원들이 당을 뛰어넘어 공감하는 안이 적지 않게 확인된다. 하지만 거대 양당에서 당리당략에 따라 입장을 정하면 개별 의원들의 의견은 묻히기 일쑤다. 당대표와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상임위 간사 등을 통해 입안 과정을 통제하는 구조에 오랜 기간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막판에 진행된
연금개혁 논의 때도 '모수개혁'부터 하자는 주장이 여당에서 제기됐지만 결국 무산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22대 국회에 넘겨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 여당 지도부는 이를 따르는 데 급급했다
. 주요 정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면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나는 현재의 정치 지형 탓에 정당을 넘어선 의원들의 의사 표현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의원연구단체' 있다지만… 연구활동비 '요식행위'



거대 양당 구조의 고착화와 극단적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초당적 교류도 줄어드는 양상이다. 국회는 의원들의 초당적 연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의원연구단체'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연구활동비를 지급하지만 이마저도 외면당하는 게 우리 정치의 현 주소다. 21대 국회에 등록됐던 64개 연구단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9개가 상대 당 의원 비중이 10% 이하였다. 국민의힘 따로, 민주당 따로 모임을 결성하고 상대 당 의원은 요식적으로 영입한 셈이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초당적 의원 모임에서 내놓은 성과도 미미하다. 21대 국회에 등록된 64개의 의원연구단체 가운데
실질적으로 입법 성과를 낸 것은 '개 식용 금지법'을 통과시킨 동물복지국회포럼 정도
다. 한 국회 관계자는 "
국회 차원의 포럼도 연구활동비를 타기 위한 요식행위로 전락
한 지 오래"라고 설명했다.

"당대표 뽑지 말자"… 정당 구조 근본적 개혁 절실

국회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박홍근(왼쪽 여섯 번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의 법적 지위와 입법적 변화 모색 국회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런 정당 구조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
정당에서 딴소리를 하면 입지가 곤란해지고, 차기 공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구조적 문제"
라며 "정당 구조를 아예 바꿔야 하는데 인위적으로 해결하긴 어렵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의원들의 자율을 굉장히 중요시해 크로스보팅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우리의 경우 20세기 유럽 정당식 '당론'을 강조하다보니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당대표를 뽑지 말자"는 격한 주장마저 나왔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의 당대표 중심 체제에선 초당적 협력이란 게 불가능하다"며 "당대표를 먼저 없애 원내 정당으로 바꾸면 민주당도 뒤따라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른바 오픈 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를 결정하고, 당 지도부 역할은 정강 개발과 선거 캠페인에 그치는 미국식 정당구조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소속 정당 의원들을 통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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