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독일 "우익 극단주의"…튀르키예 "역사적 상징에 외국인 혐오"


메리흐 데미랄 '늑대 경례' 세리머니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4)에서 튀르키예 선수가 선보인 '늑대 경례'가 개최국 독일과 튀르키예 사이 외교갈등으로 번졌다.

늑대 경례는 엄지와 약지·중지를 모으고 나머지 두 손가락은 곧게 펴 늑대 옆모습처럼 만드는 손동작이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는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 단체 '회색 늑대'의 인사법으로 통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튀르키예 외무부는 3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주재 독일대사를 청사로 불러 자국 선수의 세리머니에 대한 독일 정치인들의 비난에 항의했다.

문제의 세리머니는 2일 저녁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튀르키예와 오스트리아의 16강전에서 나왔다. 튀르키예 센터백 메리흐 데미랄(알아흘리)은 후반 14분 자신의 두 번째 골을 넣은 뒤 양손으로 늑대 경례 세리머니를 했다.

데미랄은 경기 이후 기자회견에서 "세리머니는 튀르키예인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관련된 문제"라며 "이 세리머니를 보여줄 기회가 더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럽축구연맹(UEFA)은 이날 데미랄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튀르키예 우익 극단주의자들의 상징은 우리 경기장에 설 자리가 없다.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인종주의의 장으로 삼는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UEFA에 조사를 촉구했다.

회색 늑대는 튀르키예 주류인 튀르크족을 제외한 쿠르드족과 유대인 등 다른 민족을 적으로 규정한다. 독일 헌법수호청은 자국에 1만명 넘는 회원을 보유한 이 단체를 우익 극단주의로 분류해 감시한다. 회색 늑대의 정치집단 격인 민족주의행동당(MHP)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집권 정의개발당(AKP)와 동맹을 맺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 재선 자축하는 지지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튀르키예인 입장에서는 늑대 경례가 반드시 우익 극단주의의 상징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튀르크족은 과거 중앙아시아에서 고난을 겪을 당시 늑대가 나타나 안전한 장소를 알려줬다고 해서 늑대를 신성하게 여긴다. 데미랄 말처럼 정치적 맥락 아닌 민족적 전통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튀르키예 집안 출신인 전 독일 축구 국가대표 메수트 외칠도 회색 늑대의 상징으로 통하는 문양을 문신으로 새긴 적이 있다.

독일 MDR방송의 튀르키예 전문가 툰자이 외즈다마르는 "에르도안 대통령도 몇 년 전 늑대 경례를 한 적이 있을 정도로 튀르키예에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서도 "데미랄은 자신의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을 것이다. 늑대 경례는 터키 사회와 팬들, 팀을 분열시킨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외무부는 역사·문화적 상징을 정치적 동기로 조사한다며 "독일 당국이 데미랄에게 보인 반응에 외국인 혐오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연합뉴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779 “기자들 있으면 못 나간다”… 6시간 버틴 김호중 랭크뉴스 2024.05.22
44778 [단독] 대검 간부 '유병언 불법감청' 의혹, 5년만에 무혐의 가닥 랭크뉴스 2024.05.22
44777 원로 교수의 일침 "의·정 모두 환자 생각해 출구 마련해야" 랭크뉴스 2024.05.22
44776 “현수막 들고 전공의 복귀 촉구한 날, 남편 상태 급속 악화” 랭크뉴스 2024.05.22
44775 국가대표 시합도 아닌데…경기 전 애국가, 당연한 걸까요? 랭크뉴스 2024.05.22
44774 [단독] 컬리, 퀵커머스 사업 '컬리나우' 출격 임박…MFC 직원도 채용 랭크뉴스 2024.05.22
44773 AI 시대 삼성 반도체 아킬레스건 된 ‘HBM’... “SK하이닉스와 격차 못 좁히자 문책성 인사” 랭크뉴스 2024.05.22
44772 연금개혁 없으면, 6년뒤 연금지급차 자산팔며 주식시장에 '충격' 랭크뉴스 2024.05.22
44771 ‘VIP 격노’ 있었나…특검법 핵심은 ‘대통령실 개입’ 의혹 규명 랭크뉴스 2024.05.22
44770 싱가포르행 여객기 ‘난기류’에 방콕 비상착륙…1명 사망 랭크뉴스 2024.05.22
44769 [단독] 억대 공금 쌈짓돈처럼 쓰다 산업부에 적발…품질재단 '경영진 품질' 엉망 랭크뉴스 2024.05.22
44768 인터내셔널 부커상에 독일 작품 '카이로스'…황석영은 고배(종합) 랭크뉴스 2024.05.22
44767 첫 회의부터 충돌‥'최저임금 차등 지급' 기싸움 랭크뉴스 2024.05.22
44766 황석영 부커상 수상 좌절…독일 작가 예니 에르펜벡의 '카이로스'에 돌아가 랭크뉴스 2024.05.22
44765 [전국 레이더] "사랑에 빠지세요" 외신도 주목…지자체들 '청춘남녀 중매' 랭크뉴스 2024.05.22
44764 "가격 올려봐, 죽여버린다" 코스트코 핫도그 2000원 비밀 랭크뉴스 2024.05.22
44763 원자잿값 급등에… 제조업체 ‘울상’, 소재社는 ‘미소’ 랭크뉴스 2024.05.22
44762 비닐봉지서 '낑낑'‥버려진 강아지 6마리에 분노 랭크뉴스 2024.05.22
44761 강형욱 '몰카 수준' 직원 감시…"숨 쉬지마…기어 나가" 선 넘은 폭언 갑질 '충격' 랭크뉴스 2024.05.22
44760 졸업생 1,200명에 1천 달러씩…미 억만장자 자선가의 깜짝 선물 [잇슈 SNS] 랭크뉴스 2024.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