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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 접경지 연천군 가보니
군, 지난 2일 140여발 발사
“국지전이라도 벌어질까 걱정”
“이제 정말 떠나야 하나 고민”
지난달 26일 해병대는 서해 서북도서에서 K-9 자주포로 해상 사격 훈련을 재개했다.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제공

“어제 포사격 훈련이 시작되고 아파트 입주민 단톡방(단체카톡방)이 완전히 불났어요. 다들 불안하다고….”

3일 오전 11시 경기도 연천군 연천읍의 한 아파트에 사는 서희정(56)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휴대전화 안에는 아파트 입주민들의 불안이 실시간으로 가득했다. 하루 전 연천군 중면 적거리 사격장에서는 아침 8시부터 약 두시간 동안 K-9 자주포 등의 포사격 훈련이 있었다. 입주민 단톡방은 사격 훈련 시작 직후인 아침 8시11분부터 “방금 크게 무언가 터지는 소리는… 대포 소리일까요?”를 시작으로 “소리가 커서 깜짝 놀랐네요” “우리 아들은 천둥번개 친다고 하네요” 등의 메시지가 줄을 잇고 있었다. 서씨는 “폭발음이 방음 이중창문을 넘어 들어올 정도로 커 다들 불안해했다”며 “우리가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신축 아파트인데, 연천에 처음 이사 온 이웃들은 더 놀란 눈치였다”고 말했다.

군사분계선 일대 포사격 훈련 뒤 인근 아파트 카톡방의 대화 내용. 서희정씨 제공

육군은 2일 오전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군사분계선 5㎞ 이내 사격장에서 포사격 훈련을 재개했다. 이 훈련에는 K-9 자주포 6문, 차륜형 자주포 6문이 참가해 모두 140여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군사분계선 5㎞ 이내 포병 사격 훈련과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 훈련은 9·19 군사합의 이후 중단됐다. 하지만 지난달 4일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응하며 9·19 군사합의 효력을 전부 정지했다. 이 와중에 포사격 훈련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연천군은 2014년 북한이 대북전단을 향해 대공 사격을 감행하고 우리 군도 대응 사격을 한 곳이기도 하다. 이때 북한군이 쏜 탄환이 연천군 중면 쪽으로 일부 날아들기도 했다. 연천군에서 기자와 만난 주민들은 그때를 떠올리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천군에서 나고 자란 오명춘(61·연천읍)씨는 “어렸을 때부터 군이 포사격 훈련을 정말 많이 했다. 북한이 총을 쏜 10년 전에는 정말 많이 놀랐다”며 “다시 포사격 소리를 들으니 국지전이라도 벌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연천군 군남면에 사는 권미영(58)씨는 “귀농한 지 11년 정도 됐는데 이제 진짜 연천군을 떠나야 할지 고민”이라며 “포 소리에 키우던 고양이가 엄청 놀라 벌벌 떨었다. 그 모습을 보는데 멀쩡하게 잘 살다가 요즘 왜 이런가 싶어 마당에서 혼자 펑펑 울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서북도서 해병대가 작전지역에서 K-9 자주포로 해상 사격 훈련을 하고 있다. 해병대사령부 제공

이날 오후 4시엔 연천군의회 대회의실에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와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한 긴급간담회’가 열렸다. 오진석 전곡상권연합회장은 “때때로 군부대 비상이 걸리면 우리는 코로나 때와 비슷한 상황을 겪는다. 사람이 아무도 없고 일찍 문을 닫고 퇴근하는 상인들이 많다”며 “대북접경지역에서 이렇게 사건·사고가 계속되면 지역에서 장사로 먹고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석희 연천군 농민회장도 “연천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면 민통선 지역에서 경작하는 농민들의 출입이 어렵게 된다”며 “실제 이번 대북전단과 오물 풍선으로 일부 지역에서 민통선 이북 지역 영농 출입이 금지됐다. 이러다 농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이런 주민들의 호소에도 군 훈련은 계속된다. 연천에서는 9일 장갑차 등 궤도차가 동원되는 전술 훈련이 예정돼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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