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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모포비아’(chemophobia)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는 실증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처음 나왔다. ‘화학 혐오증’이라고 불리는 케모포비아는 생활 화학 제품에 대한 잘못된 상식 때문에 소비자들이 공포와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를 말한다.
3일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에 따르면 동국대 경제학과 홍우형 교수와 약학과 이무열 교수 연구팀은 ‘케모포비아의 경제적 효과 추정-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에 대한 사례분석’이란 제목의 연구 결과를 한국재정학회 학술지 ‘재정정책논집’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다룬 생리대 파동은 2017년 한 시민단체의 의뢰를 받은 대학 연구팀이 ‘일부 일회용 생리대에서 발암성이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질이 검출됐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론화된 사건을 말한다. 당시 특정 브랜드의 생리대를 사용한 이후 생리주기가 불규칙해지고 출혈량이 줄어든다는 소비자 민원이 빗발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전수 조사에 나섰고 “판매 중인 생리대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되었으나 매우 적은 양이여서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인체 위해성’은 없다”는 결과를 내며 일단락됐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해당 생리대를 불매해 브랜드가 단종되는 등 생리대 시장은 혼란에 가까운 변화를 맞았고, 식약처는 이듬해 10월부터 생리대 전 성분 표시제를 도입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생리대 파동 이후 전체 생리대 판매량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생리대 매출액은 오히려 39.2% 증가했다. 생리대가 필수재적 성격이 있어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일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고급·유기농 생리대 소비가 증가해 매출액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를 케모포비아에 의한 소비 왜곡 현상으로 판단했다.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이 더 안전해 보이는 고급 생리대를 구입하며 두려움을 해소하려 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생리대 안전성에 대한 막연한 우려로 소비자는 40%에 가까운 추가 지출을 감내했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생리대 유해물질 파동은 기업들에게 미친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지출을 불필요하게 증가시킴으로써 직·간접적 사회경제적 손실을 야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화학물질혐오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혐오가 기피로 이어지는 과정과 요인 규명, 혐오를 해소하기 위한 위해성 소통의 개선, 혐오의 사회·경제적 영향 파악 등이 우선돼야 한다”며 공적 영역에서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생활안전연구회 연구사업 일환으로 진행됐다. 분석 기간은 생리대 파동이 발생한 2017년을 포함,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간으로 설정했다. 닐슨(Nielson)의 산업자료와 한국기업데이터(KED)의 기업 재무자료 등을 활용했으며, 언급된 생리대 유형은 고급·천연·유기농·순면·일반 제품 등으로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