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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모든 걸 잃었다···쿠팡, 정말 책임 없나”
쿠팡CLS 측이 쿠팡 퀵플렉서로 일했던 정슬기씨(41)에게 빠른 배송을 종용하는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쿠팡 심야 로켓배송 등을 해오다 숨진 택배노동자 고 정슬기씨가 생전 원청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CLS) 관리자로부터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받아 왔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쿠팡CLS는 해당 기사가 위탁업체 소속이라는 입장이지만, 원청이 직접 기사에게 지휘·감독을 했다는 반박이 나온 것이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과로사대책위)’는 3일 서울 서대문구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서 ‘쿠팡CLS 택배노동자 과로사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CLS는 정씨에게 거의 모든 것을 구체적으로 직접 지시하고 통제했으며, 정씨는 거의 모든 것을 쿠팡CLS에 보고했다”고 했다.

과로사대책위가 공개한 정씨와 쿠팡CLS 관리의 카카오톡 대화를 보면 쿠팡CLS 관리자는 입차·배송부터 파손·분실까지 대부분 과정에서 정씨에게 지시를 내리거나 보고를 받았다. 관리자는 정씨에게 ‘프레시백(새벽배송 식품이 담기는 박스)’ 회수와 관련해 “동선 확인하고 회수 부탁드린다”고 했다. 승강기가 고장났을 때는 어떻게 하냐는 정씨 질문에는 “엘베(엘리베이터) 앞 배송하시고 상세(내용) 잘 적어주세요”라고 지시했다.

정씨는 입차시간과 하루 배송 수량, 배송 중 생긴 특이사항 등에 대해 관리자에게 계속 보고했다. 정씨는 생전 배송을 재촉하는 관리자의 연락에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쿠팡CLS 측이 쿠팡 퀵플렉서로 일했던 정슬기씨(41)에게 파손 처리 관련 업무 지시를 내리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제공


쿠팡CLS가 특수고용직인 택배노동자들을 하청업체를 통해 간접고용하면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선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 정책국장은 “쿠팡은 표준계약서 취지에 역행하는 계약서와 상시적 고용불안을 통해 장시간 노동을 강요한다”고 했다.

과로사대책위와 유족은 “정부는 쿠팡을 즉시 사회적 합의 대상에 포함시키고, 쿠팡의 계약서를 정상적 계약서로 바꾸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특별근로감독 등 철저한 관리감독을 실시하고, 새벽배송 등 배송 속도경쟁에 대한 적절한 규제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쿠팡CLS 관계자는 “쿠팡CLS는 배송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택배기사의 문의에 응대하기 위해 대화채널을 운영하고 있다”며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에 대한 직접적인 업무지시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쿠팡CLS 대리점이 유족에게 산재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회유한 정황도 확인됐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개한 녹취록을 보면 대리점주는 지난달 3일 유족을 만나 “제가 유가족이면 산재 (신청) 안 한다. 산재는 일단 기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확실히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상관이 없는데 조금 안 좋다는 내용들(이 있다). 제가 쓰고 있는 노무사, 다른 노무사, 대외협력팀에 있는 사람에게 물어봤다”고 말했다. 이어 “산재 (신청)을 하면 각 언론에서 유가족을 엄청 괴롭힌다고 한다”고 했다. 쿠팡CLS 측은 “CLS가 산재 은폐를 시도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해당 전문배송업체(대리점)가 산재 신청 지원 등 유가족 지원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정씨의 아버지인 정금석씨는 “저는 아들을 잃었지만 남편을 잃은 며느리와 아버지를 잃은 아이들은 모든 걸 잃었다”며 “쿠팡이 직접 업무를 주고 과다한 일을 하도록 횡포도 부렸는데 정말 쿠팡은 책임이 없나”라고 했다. 김광창 서비스연맹 사무처장은 “쿠팡에 직접 고용되는 ‘쿠팡친구’에게나 할 법한 지휘·감독”이라며 “불법파견과 다르지 않고, 원청사용자 책임을 묻는 노조법 개정안이 왜 필요한지를 다시 확인해 준다”고 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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