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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원활 장점 있지만 역주행 위험도…야간·운전미숙 땐 위험 증가
"혼선 일으키는 일방통행로는 표지판·노면 표시 강화해 사고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최원정 기자 = 9명의 목숨을 앗아간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 사고의 발단은 일방통행 도로에서의 역주행이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은 아직 수사 중이지만 평소에도 해당 도로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이 종종 있었다는 주변 상인들의 얘기를 감안하면 운전자가 일방통행임을 쉽게 인지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도로가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약 가해 운전자 주장대로 사고 당시 급발진이 있었다거나, 일방통행 도로를 실수로 잘못 진입한 것이라면 패닉 상태에 빠져 피해가 더 커졌을 수 있다는 추정도 일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시청역 사고 운전자 차씨가 웨스틴조선 호텔 진출로에서 진입한 세종대로18길 방향
[촬영 최원정]


3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시청역 인근 웨스틴조선 호텔 진출로에서 나와 마주하게 되는 네 갈래 도로에서는 4시 방향 맨 우측 도로로 우회전만 가능하지만 사고 당시 운전자 차모(68)씨는 진입하면 안되는 2시 방향 세종대로18길을 향해 역주행을 시작했다.

호텔 진출로에서 보면 세종대로18길 도로 위에 '진입금지(일방통행)'라고 적힌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차씨는 이 진입금지 표시판을 무시한 채 진입해 도로를 역주행한 것이다.

다만 어두운 밤에는 건너편 도로 위의 해당 표시판이 잘 보이지 않을 수 있고, 호텔 진출로 아스팔트 위에 그려진 방향 유도 표시 역시 헷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 갈래 도로 중 좌측 2개 도로 방향으로는 'X'자가 표시된 흰색 화살표가 그려져 있지만 세종대로18길을 포함한 우측 2개 도로 방향으로는 별다른 방향 표시가 없다.

실제 사고가 발생한 세종대로18길 인근 한 음식점 사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차량이 역주행해 경찰의 제지를 받는 장면을 봤다"며 "자칫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하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구간 뿐만 아니라 이 일대에 일방통행 도로가 많아 초행길이거나 능숙하지 않은 운전자에게는 운전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인근의 카페 사장 이모(34)씨 역시 "(사고 차량처럼)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은 보지 못했지만, 이 골목에서 역주행한 차량이 경찰 유도를 받아 돌아 나오는 건 빈번했다"고 전했다.

사고를 낸 운전자와 동갑인 김모(68)씨는 "원래도 이 일대가 혼란스러운데 처음 오는 사람이었다면 더 알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밤에는 조그마한 표지판과 방향 지시선도 잘 보이지 않아 저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찾은 도로교통공단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2일 지난 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중구 시청역 7번출구 인근 사고 현장을 찾은 도로교통공단 관계자가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전날 밤 역주행하던 승용차가 인도로 돌진해 9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2024.7.2 [email protected]


일방통행로는 모든 차가 한쪽으로만 이동하는 만큼 차량 통행을 원활히 하는 장점이 있다. 서울 시내 6개 자치구(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서대문구, 서초구, 용산구)의 일방통행로만 770개에 달한다.

이번 사고가 일방통행로를 잘못 인식한 운전자의 과실 탓인지 운전자 측의 주장대로 급발진에 따른 것인지 등은 수사를 통해 확인되겠지만 이번 사고를 계기로 운전자가 일방통행 도로에 잘못 진입해 사고를 낼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이번 사고에서 보듯 유동인구가 많은 도심지역에서는 인명피해가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상존한다.

서울 양천구 일대에서 주로 일을 한다는 박모(30)씨는 "목동, 오목교 쪽에 4∼5차선 도로가 일방통행인 경우가 많은데 한번은 방향을 착각해 역주행했는데 유턴할 데도 없어 자칫 큰 사고가 날 뻔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직장인 이모(29)씨도 "주로 골목길이 일방통행인 경우가 많지만 도심 대로 중에서도 일방통행인 경우에 착각해서 당황한 적이 몇 번 있다"고 말했다.

통행 방향이 중도에 바뀌면서 혼선을 낳는 경우도 있다. 사고가 발생한 세종대로18길은 2004년 시청 서울광장을 조성하면서 보행로 개선을 위해 양방통행에서 일방통행으로 바뀐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10월에도 부산 해운대구에 미포오거리에서 50대 운전자가 역주행으로 내리막길을 내려와 시내버스 등 차량을 들이받아 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해당 내리막길에서 주행 방향을 혼동해 일방통행로로 진입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된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경찰과 구청은 노면 색깔 유도선과 일방통행로 진입 금지 표시판도 추가 설치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이 운전자들이 자주 헷갈리는 일방통행로의 경우 표지판 등을 통해 진행 방향 안내를 더욱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특히 야간처럼 취약한 시간대에도 식별이 쉽도록 안내 방식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재원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일방통행로는 차량 소통을 더 원활히 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은 역주행 위험성이 있는 것"이라며 "역주행을 막기 위해 시인성(쉽게 눈에 띄는 특성)을 향상하기 위해 교통 표지판이 잘 보이게 하거나 노면에 색깔 등을 통해 표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준한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건 일방통행임을 알리는 노면 표시와 진입금지 표지를 보강하는 것"이라며 "(사고 장소) 일대가 전방에 딱 집중하기 어려운 구조이고 특히 야간에는 빛 번짐도 있어서 특히 고령 운전자가 쉽게 알아보기 어려울 것이라 야간 조명식 안전 표지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방통행로에 진입하면 과속했을 때처럼 네비게이션에서 경고음과 빨간불이 들어오게 하는 시스템 도입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혼동하기 쉬운 차량 진입로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3일 서울 중구의 한 호텔 출입구와 도로 합류 지점의 모습.
호텔을 나서는 차량은 오른쪽 출구에서 나와 사진 1시 방면 도로로 우회전 해야한다. 자칫 진입금지 표지판을 보지 못하고 사진 11시 방면의 도로로 진입하게 되면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으로 진입하게 된다. 2024.7.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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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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