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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 파행 복기해봤더니
한 총리,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의원에 '대장님'
'한미일 동맹' 與 대변인 논평 제목 문제 삼아
"민주당 최고위원 선거운동" 연결 짓는 해석도
김병주(왼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질문을 하다가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정신나갔다고 표현한 것을 두고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항의를 받으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뉴스1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 한미일 동맹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한덕수 국무총리
= 일본과 동맹 단계에 가는 것에 불편해하는 국민들이 꽤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 할 얘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 의원
= 모처럼 총리님께서 정확한 이야기를 하셨다.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한일관계는 개선해야지, 동맹을 해서는 안되지 않느냐. 여기에 동의를 하시지요.

한 총리
= 제가 다 우리 '대장님'한테, 과거 '대장님'한테 배운 것 아닙니까.

김 의원
= 네, 그래요. (하하하) 그런데 여기 웃고 계신 정신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슬라이드 한번 올려주세요.

①전조 = 한덕수의 '대장님'... 의도치 않은 덕담이 쏘아올린 파행

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15회국회(임시회) 4차 본회의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7.2/뉴스1


22대 국회 첫 대정부질문을 멈춰 세운 '정신나간' 발언은 훈훈한 덕담에서 시작됐다. 4성 장군 출신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서 시행된 한미일 군사훈련을 두고 한미일 동맹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전하자, 한덕수 총리가 김 의원을 '대장님'이라고 띄우며 "그럴 일은 없다"는 취지로 답을 건네면서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앞서도 한 총리는 김 의원의 질의에 답변 때마다 "예비역 육군 대장님이 그런 생각을 하신다니 이해가 어렵다"고 반박했다. 듣기에 따라선 군 출신 김 의원 질의를 비꼬는 것처럼 비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기 웃고 계신 정신나간 국민의힘 국회의원들" 이란 김 의원 발언은 그 직후 나왔다. 본회의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과하라"고 외치다, 의장석 바로 밑 발언대까지 몰려나와 김 의원을 에워싸고 항의했다. 김 의원도 물러서지 않았다. "영토 야욕을 갖고 있는 나라와 어떻게 동맹을 맺느냐. 정신이 나가도 한참 나갔다. 정신줄 놓지 말라"고 더 목소리를 높였다. 4시간 가까이 정회된 본회의는 이날 밤사이 끝내 속개되지 못했다.

한 총리의 '대장님'이라는 한마디가 국회 파행 사태의 불씨로 이어진 셈이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총리의 답변 태도도 상대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평했다.

②안일 = "협력이라 했어야..." '정신 나간' 근거 된 국민의힘 논평

국민의힘 정점식 정책위의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장실 앞에서 본회의를 앞두고 해병대원 특검법 상정에 항의하며 국회의장을 규탄하는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스1


"정신 나간"이란 과도한 표현이 문제였지만, 한 총리도 동의한 것처럼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은 사실관계도 어긋날 뿐더러 논란의 소지가 있다. 김 의원이 문제 삼은 논평은 지난달 2일 호준석 국민의힘 대변인 명의의 것이었다.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를 규탄하며 당일 열린 한미일 국방장관의 '3국 안보 협력 방안' 논의를 강조했을 뿐, 한미일 동맹이란 표현은 본문에는 없었다.

다만 제목이 문제였다. '계속되는 북한의 저열한 도발 행위는 한미일 동맹을 더욱 굳건하게 할 뿐입니다'라고 나갔다. 호준석 대변인은 이날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미일 협력이라고 언급하는 게 더 적절했다. 표현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란 설명이다.

③최대 수혜자는 김병주? 강성 당원 구애용 "본회의장을 선거판으로"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의원이 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한 뒤 나오며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 왼쪽은 박성준 수석원내부대표. 연합뉴스


국민의힘 논평이 빌미를 제공했지만, 김 의원의 문제제기 방식을 두고 당내에서도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당 안팎에선 당내 안보 전문가로 이름을 알린 김 의원의 '너무 나간' 표현을 두고 최고위원 선거와 연관짓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전당대회 표심에 영향력이 커진 강성 당원들을 위한 구애용 액션이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김 의원실은 발언 직후 유튜브 숏츠로 영상을 만들어 홍보에 나섰다. 이재명 전 대표 팬카페와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는 "주블리(김 의원 애칭) 최고였다", "최고위 급행열차 탔다" 등 칭찬과 격려의 글이 쏟아지며 호응을 얻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의원은 전날 "사과요구는 적반하장"이란 말로 역정을 냈다. 의원총회에서도 사과는 지도부에 일임하며 자신은 사과하지 않겠다고 버텼다고 한다. 결국 박찬대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대리사과하는 것으로 '정신나간' 사태는 하루 만에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대정부질문을 최고위원장 선거판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씁쓸해 했다. '정신나간' 사태에 밀려 정치외교안보 대정부질문은 반토막 났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은 시작도 못하고 끝이났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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