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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및 역동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3일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등 최대 주주의 부담을 낮추는 방안은 다수 포함됐다. 반면, 일반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는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새로운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없이, 정부가 ‘부의 대물림’의 문턱만 낮췄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정부가 발표한 ‘역동경제 로드맵’에는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기회 유용 금지 등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고 전자 주주총회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는 물적 분할 시 반대 주주 주식 매수 청구권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 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 후 상장해 모회사의 주가가 하락해 일반 주주가 피해 보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다.

재탕에 그친 지배구조 개선 방안 “근본적 대책 없어”

그러나 전자 주총과 반대 주주 주식 매수 청구권은 이미 법무부가 지난해 11월 국회에 제출한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이사의 책임을 구체화하는 내용도 “보완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하겠다”고만 언급했다.

그동안 기업의 주요 의사 결정이 지배주주 중심으로 이뤄져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 장치는 미흡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나왔다. 이에 정부 내에서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으로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이번 대책에는 담기지 않았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 다중대표소송 소 제기 요건 완화, 편법적 채무보증 근절 등 근본적인 지배구조 개선 과제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재계가 꾸준히 요구해왔던 최대 주주의 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은 다수 포함됐다. 주식 상속 시 최대 주주에 적용되는 할증평가 폐지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경제단체는 최대 주주에 적용되는 20% 할증평가를 포함하면 주식 상속 시, 실질적인 최고세율은 60%가 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붙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20%의 할증평가는 오히려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022년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리얼즈 지분 53.3% 지분을 2조7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당시, 일진머티리얼즈의 전체 시가총액이 약 2조50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100% 가까운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받은 셈이다.

최대 주주 할증 평가 폐지···경영권 프리미엄 외면한 정부

남양유업 총수 일가는 2021년 한앤컴퍼니에 1주당 82만원에 보유 주식을 매각했는데, 당시 주가는 43만9000원에 그쳤다. 홍원식 회장과 총수 일가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약 87%에 달한 셈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들도 상속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한다”라며 “경영권 프리미엄이 존재하는 데에도 할증 평가를 폐지하는 것은 실질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라고 지적했다.

서울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 / 이준헌 기자


가업상속 공제 대상이 대폭 확대된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매출 대비 투자나 연구·개발(R&D) 지출을 일정 부분 늘린 자산 10조원 이하 기업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은 가업상속 공제의 도입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교수는 “대상 기업을 모든 중견기업으로 규정한 것은 지나치게 범위가 넓다”며 “이들 기업에도 혜택을 주는 것은 가업 상속 공제 도입 취지에 맞지도 않다”고 말했다.

배당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출 경우, 세수 부족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병진 조세연 부연구위원은 “배당을 유도해 증시가 활성화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세수 입장에서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주주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커 부자 감세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다른 유인책에 비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여소야대 의회 지형을 고려하면 정부의 이번 세제 지원 방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주주환원 관련 기업과 주주의 세제 혜택은 모두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야 한다. 최대 주주 할증평가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도 상속세 및 증여세법을 바꿔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상속세 개편 등에 대해 ‘부자 감세’로 보고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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