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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신림동 반지하 침수 피해자 라디오 인터뷰
지난 2022년 8월8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에서 40대 자매와 10대 여아 한 명이 폭우로 인해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다음날 오전 해당 빌라의 모습. 백소아 기자 [email protected]

“비 많이 오는 날은 불안해요. 비참한 마음이 많이 들죠. 여유가 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들고요.”

2022년 8월8일 밤 쏟아진 집중호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발달장애가 있는 일가족 3명이 반지하에 갇혀 숨졌다. 같은 날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반지하 집이 침수돼 나오지 못한 5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2년 전 동일한 침수 피해를 겪었던 가족은 여전히 반지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2022년 신림동 반지하 침수 피해자인 시민 ㄱ씨는 3일 시비에스(C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나는 별도로 나와 살고 있지만 아들은 여전히 반지하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침수 당시 트라우마가 클 텐데 어떻게 거기 계속 머물고 있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ㄱ씨는 “지상하고 반지하하고는 방값 차이가 3배 이상 난다”며 “(반지하에서는) 20만~30만원만 주면 한 달 기거할 수 있지만 다른 데는 60만원, 70만원 많게는 100만원(까지) 줘야 하는데 젊은이들은 (반지하에) 살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본격적인 장마철에 접어들면서 ㄱ씨는 많이 불안하다고 했다. ㄱ씨는 “비가 많이 올 때는 아들에게 저한테 와서 자라고 이야기한다”며 “(2년 전 우리 집 인근에서) 사람이 죽지 않았나. 비참한 마음이 많이 든다. 여유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2022년 8월8일 밤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연합뉴스

앞서 ㄱ씨는 2022년 8월 같은 프로그램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반지하 주택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그는 “영화 ‘기생충’을 보면 변기에서 오물이 역류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걸 제 눈으로 직접 다 봤다”며 “오물 속에서 아들하고 귀중품을 들고나오는데 아들이 ‘아버지 너무 비참해요’라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아버지로서 너무 비참했다”고 토로했었다.

마지막으로 ㄱ씨는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촉구했다. 그는 “어떻게든 공공(임대)주택을 많이 만들어서 청년들이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2년 서울 관악구와 동작구 반지하 주택에서 열악한 주거 여건으로 인해 시민들이 목숨을 잃은 뒤 전문가들은 반지하 가구가 땅 위 ‘안전한 집’으로 이동할 ‘주거 사다리’를 충분히 갖추는 것이 근본 대책이라고 입을 모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공공임대주택 물량은 늘 부족하다. 이날 같은 프로그램에 나온 최은영 도시연구소장 역시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을 안 하다 보니까 청년들 같은 경우 몇 백 대 1의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며 “반지하 (거주자들이) 원한다고 다 이사를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202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전국의 반지하 32만7320가구 가운데 61.4%인 20만849가구가 서울에 살고 있었다.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 설치도 아직 갈길이 멀다. 지난달 16일 한겨레가 정보공개청구로 받은 서울시의 ‘자치구별 침수방지시설 설치 실적’을 보면, 서울시는 5월31일 기준 침수가 우려되는 반지하 주택 1만5100가구에 물막이판과 역류방지기를 설치했고 설치율이 100%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서울시가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힌 2만8537호와 견주어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8월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침수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편, 2022년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림동 ‘반지하 장애인 가족 참사 현장’ 방문 사진을 국정홍보용 카드뉴스로 사용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하고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 카드뉴스에는 윤 대통령이 반지하 창문 앞에 쪼그려 앉은 채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으로부터 관련 상황을 보고받는 사진 위에 “국민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신속한 복구, 피해 지원과 아울러 주거 취약지역을 집중 점검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확실한 주거 안전 지원대책을 조속히 마련하겠습니다”라는 설명이 담겨 있었다. 이 카드뉴스가 공개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비참한 현장을 구경거리로 만들고 있다’는 등 비판이 쇄도한 바 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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