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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리포트] 이창민의 한국경제 속 재벌탐구
신세계그룹 정 회장 미등기 임원
주총 의결 ‘이사 보수’에 포함 안돼
2017년 8월24일 고양시 덕양구 삼송에 자리한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고양\' 오픈식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이마트를 핵심 계열사로 두고 있는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회장이 회장에 취임한 지 100일이 지났다. 일부 언론은 정 회장이 신상필벌을 통해 전문경영인을 갈아치우며 그룹을 혁신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그가 10년 넘게 부회장을 하는 동안의 경영실적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이마트 주주들은 그의 회장 취임에 대해 목소리를 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 정 회장은 미등기임원이기 때문이다. 그를 통제해온 건 이마트 주주가 아닌 어머니인 이명희 총괄회장 같다. 거대상장기업집단의 최고경영자를 어머니만 통제할 수 있다는 건 비극이다. 이런 양상을 잘 보여주는 사례는 ‘보수’(compensation)다.

총수라도 미등기임원이면 주주들 통제권 밖

국내에서 임원의 개별 보수가 공개되기 시작한 게 2013년이다. 이마트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8년 전까지 정용진 회장(당시 부회장)의 보수 내역은 등장하지 않는다. 공시 누락이 아니라 그가 미등기임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공시 제도가 개선되면서 2018년부터 5억원 이상 고액 미등기임원 보수도 공개됐다. 그 덕분에 정 회장 보수 내역도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2018년 약 36억1천만원, 2019년 35억6천만원, 2020년 33억7천만원, 2021년 38억9천만원, 2022년 36억2천만원이다. 문제를 하나씩 짚어보자.

첫째 이마트 주주들은 정 회장 보수를 통제해 본 적도 없고 할 수도 없다. 한국의 상법상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 그 액을 정하지 아니한 때에는 주주총회의 결의로 이를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주주총회는 ‘전체 이사의 보수 총액 한도’만 주주가 승인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실제 올해 이마트 주주총회에서는 이사 7명 전체 보수한도 70억원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고, 원안대로 승인됐다. 심지어 이 보수한도는 등기임원만 대상인 터라, 미등기임원인 정 회장의 보수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는 회장이나 여전히 미등기임원이다.

둘째 2018년~2022년 사이에 정 회장 연 보수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이마트 주가는 26만2천원에서 9만8천원으로 삼분의 일 토막이 났다. 총수에 대한 보수정책을 이렇게 만들어놓고도 이마트가 주주가 주인인 상장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보수정책에 대해서 아무런 설명도 없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매년 정 회장 보수에 대한 사업보고서에 담긴 설명은 거의 변동이 없다. 급여는 이사회에서 결의한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직위 등을 고려하여 산정했으며, 상여는 설상여, 추석상여 등과 함께 이사회에서 결의된 임원보수규정에 따라 경영성과를 고려하여 산정했다는 식이다. 이런 천편일률적인 문구는 보수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주주나 투자자들에게 주지 않는다.

셋째 2021년 정 회장 보수는 38억9천만원이다. 2020년에 비해 5억2천만원 늘었다. 그런데 동일 기간에 전문 경영인 강희석 대표이사의 보수는 20억9천만원에서 19억3천만원으로 1억6천만원 줄었다. 총수 미등기임원 부회장은 보수가 오르고 전문경영인 등기임원 대표이사의 보수가 삭감된 것이다. 그 연유를 알기 위해 사업보고서 보수 공시 내역을 아무리 살펴봐도 구체적 설명을 찾을 수 없었다.

2023년 유니레버 주총에선 무슨 일이?

영국 유니레버의 2023년 주주총회에서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현재의 최고경영자도 아닌 새로 취임할 최고경영자의 보수에 대해서 주주의 약 60%가 반대해 부결된 것이다. 그의 급여(고정급)가 유니레버의 비교군(market peer)에 속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 급여보다 상당히 높다는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이 표결은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표결이었음에도 유니레버는 그해 6월과 9월 주주, 의결권자문기관들과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2024년 보수정책을 바꾸었다. 최고경영자의 2024년, 2025년 고정급을 동결시키는 등 보수정책을 대대적으로 손질한 것이다.

영국은 회사법(상법)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를 통제한다. 과거의 보수집행실적은 구속력 없는 표결, 미래의 보수정책은 구속력이 있는 표결에 부친다. 이것을 세이온페이(say on pay)라 부른다. 회사법상 이사보수정책은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야 집행할 수 있는 것이 원칙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9개 국가 중 보수정책에 대한 ‘구속력 있는 표결’을 의무화한 나라는 25곳에 이른다. 이제 한국도 주주총회소집공고에 있는 1~2 쪽 정보를 가지고 황당한 보수한도 투표하는 것을 그만하고 영국의 이원화된 제도에 기초한 한국형 세이온페이를 도입해야 한다.

한국형 세이온페이의 구성요소

세이온페이를 도입하면서 중요한 지점은 과거의 보수집행과 미래의 보수정책에 대해 주주에게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함과 더불어 보수정책을 주주 친화적으로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적 맥락에서 총수의 보수에 대한 다양한 정보제공과 원칙정립이 필요하다. 우선 급여(고정급)가 중요하다. 급여가 다른 상여나 주식연계보상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재벌 총수들은 급여를 직급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들어 놓고, 본인이 다단계 직급 사다리(상무-전무-부사장-사장-부회장-총괄부회장-회장)를 타고 올라가면서 급여를 밀어 올린다. 스스로 자신의 보수를 정하면서 총수 프리미엄을 얹는 꼴이다.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급여는 시장 비교군 기업의 전문경영인 최고경영자 급여 수준을 벗어나지 말아야 하며 직원의 급여상승률 수준과 맞출 필요가 있다. 성과가 탁월하면 최고경영자가 그만큼 성과연계보상을 받는 것은 합리적이지만 고정급인 급여를 비합리적으로 밀어 올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과 밀접하게 연계된 것이 퇴직금이다. 총수들은 직급 사다리를 올라가면서 퇴직금 지급률도 계속 밀어 올린다. 수백억원대의 퇴직금이 나오는 이유이다. 지급률 원칙정립이 필요하다. 또한 총수가 여러 계열사로부터 보수를 중복 수령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주주 입장에서 볼 때 이것은 명백한 보수의 과다지급이다. 우리 회사 임원이 딴 회사에서 일하면서 거기서도 풀타임 보수를 받고 있는 셈인데 황당한 일이다. 총수에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주식연계보상을 왜 주어야 하며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무엇인지도 밝혀야 한다. 최근 미국기업에서 주식연계보상을 주는 가장 큰 이유는 능력 있는 경영자를 모셔 와서 회사에 잡아두기 위함이다. 능력 있는 최고경영자에게 당근으로 주는 것이니 당연히 최고경영자에게 유리하고 회사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보수정책이다. 이걸 회사의 유일한 주인이라 자처하는 총수에게, 그것도 경영권 유지·승계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주식을 주는 보수정책은 그 정당성과 투명성이 남달라야 한다. 이밖에도 총수가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경우 보수는 어떻게 할지 원칙을 천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창민 한양대 교수(경영학)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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