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CCTV를 향해 결제내역을 보여주는 여중생. 절도로 오해한 업주는 이 모습을 캡처해 가게에 붙였다. 연합뉴스
가게를 방문한 여중생을 절도범으로 오해해 그의 얼굴 사진을 공개한 무인점포 업주가 고소당했다.
인천 중부경찰서는 샌드위치 무인점포 업주 40대 A씨를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전날 접수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를 고소한 중학생 B양의 아버지는 “딸이 지난달 29일 밤늦게 A씨 점포에서 3400원짜리 샌드위치를 ‘스마트폰 간편결제’로 샀다. 그런데 이틀 뒤 딸이 다시 가게에 갔을 때 얼굴 사진이 붙어 있었다”고 연합뉴스에 전했다. 그는 “딸은 도둑으로 몰린 자신의 사진을 보고 너무 놀라 지금 공부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앞으로 (동네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느냐”고 토로했다.
당시 A씨는 B양을 절도범으로 오해해 그의 얼굴이 드러난 CCTV 화면을 캡처한 뒤 종이로 출력해 가게 안에 붙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사진 밑에 “샌드위치를 구입하고는 결제하는 척하다가 ‘화면 초기화’ 버튼을 누르고 그냥 가져간 여자분! 잡아보라고 CCTV 화면에 얼굴 정면까지 친절하게 남겨주고 갔나요? 연락주세요”라고 적었다.
A씨는 B양이 샌드위치값을 결제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지금도 결제용 기기(키오스크)에는 B양의 구매내역이 없는데 오류가 난 걸로 보인다. 간편결제 회사에 문의한 결과 정상 결제된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대담하게 절도를 저지르는 것 같아 괘씸한 마음에 얼굴 사진을 공개했는데 상처받은 학생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B양 부모는 A씨가 결제내역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딸의 얼굴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고 모욕감을 줬다며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경찰에 밝혔다. 간편결제를 처음 써본 B양은 당시 혹시라도 결제가 제대로 안 됐을까 봐 가게 안 CCTV를 향해 결제내역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조만간 B양이나 그의 부모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한 뒤 A씨를 상대로도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할 방침이다.
무인점포 절도 사건이 끊이지 않지만 손님의 얼굴 사진을 공개적으로 가게 안에 붙이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절도를 의심해 손님의 얼굴 사진을 가게 안에 붙였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무인 문방구 업주가 지난 3월 1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