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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 통계
‘사고 후 급발진’ 주장 매년 수십건 집계
“‘묻지마’ 식 ‘가짜 급발진’ 주장은 거를 방안 필요”
2일 오전 전날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교차로에서 경찰이 완전히 파괴된 차량 한 대 주변을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중구 시청역에서 13명의 사상자를 낸 교통사고 가해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교통사고 후 ‘급발진이 발생했다’고 신고하는 운전자가 매년 수십명꼴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량 급발진은 통상 차량이 정지하거나 낮은 속도에서 움직인 상태에서 제동력을 명백하게 상실한 채 의도하지 않고 예상하지 못한 고출력의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런 급발진이 차량의 기계적·전기전자적 결함인지를 규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이런 점이 오히려 급발진 신고를 남발하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신고 사례들에 대해 “급발진 가능성을 100% 배제하긴 어렵다”면서도 “여러 정황으로 봤을 때 급발진이 아닐 가능성이 큰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무분별한 급발진 주장으로 인해 사고 처리나 피해 보상이 지연되는 결과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검증 가능한 장치를 완성차에 탑재하는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왔다.

매년 수십명씩 ‘급발진’ 주장… 결과는
2일 국민일보가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으로부터 입수한 ‘최근 10년간 급발진 의심 신고 사례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0여년간 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총 592건의 급발진 신고가 접수됐다.

이 통계는 실제 급발진이 증명된 것이 아니라, 신고자들의 ‘주장’을 담은 신고 건을 종합한 수치다.

지난 10년간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리콜센터에 접수된 급발진 의심 신고 사례 통계. 교통안전공단 제공.

구체적으로 보면 급발진 의심 신고는 2013년(139건)을 정점으로 지속해서 줄어드는 추세지만, 매년 수십건씩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총 24명의 운전자가 급발진이 의심된다며 자동차 제작 결함을 주장하고 신고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사고기록장치(EDR·Event Data Recorder)의 보급이 신고 감소에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급발진 신고 건과 관련해 “운전자 페달 오조작, 매트에 의한 페달부 끼임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은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급발진을 제작결함 중 하나로 구분하고 있지만 실제 공식적으로 급발진 사고가 인정된 건 세계적으로 단 한 번뿐이다.

‘시청역 사고’ 가해자도 급발진 주장
급발진 논란은 사망 사고 발생 시 특히 자주 등장한다. 지난 1일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교통사고로 13명의 사상자를 낸 제네시스 차량 운전자 A씨(68)도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다. 사고 상황을 분석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지만, 기본적으로 신중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목격자 진술과 현장 영상 등을 종합하면, (사고 이후) A씨 차량에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며 도로 중간에 멈췄다. 충돌 이후에 브레이크등이 켜졌다는 점에서 차량 결함으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이 사고는) 운전자 오조작에 의한 가속이 아니었는지 (의심되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분이 버스 기사였지만, 사고 현장은 초행길이었다고 한다. 일방통행 길에 들어선 뒤 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되돌아가려고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가속 페달을 밟은 게 아닌가 하는 추정이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황상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사고가 끝나는 경우 운전자도 사고 상황에 기억이 없어서 급발진을 이야기하는 게 대다수”라며 “마지막에 본인이 차를 세웠다는 건 차량이 정상 동작했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운전자 실수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사고를 낸 A씨의 급발진 관련 주장에 대해 “현재까지는 피의자의 진술일 뿐”이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차량 감정을 의뢰하는 등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급발진)까지 전체적으로 수사 대상에 놓고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묻지마 급발진 주장 막아야”
물론 차량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 자동차업계가 급발진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상태에서 차체 결함을 개인이 밝혀내야 하는 현실적 한계 때문에 증명되지 않은 것뿐이라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된다.

문제는 급발진이 사고 원인이 아닌 것이 명백한 상황에서도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자 급발진을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는 점이다.

사고 가해자로서는 급발진을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 난다고 해도 허위 진술 등에 따른 불이익이 없는 대신 경찰·검찰과 법원, 차량 제조사까지 얽힌 조사가 이뤄지는 동안 시간을 벌 수 있다. 반대로 피해자는 사고 처리 지연으로 고통을 더 겪을 수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교통사고 가해자들의 ‘묻지마 급발진’ 주장을 막기 위한 조치가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장을 지낸 류도정 한국폴리텍대학 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일단 인명 사고가 나면 급발진이라고 주장하고 보는 이들 탓에 실제 피해자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완전히 법적으로, 논리적으로 (면피용으로 급발진을 주장했다는 사살이) 밝혀진다면 그런 처벌은 동반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급발진 관련 사실관계를 완벽하게 밝히는 것이 어려운 현재 상황에서 이런 법률적 제재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대신 시판되는 완성차 가속 페달 주변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급발진 여부를 명확하게 판단할 장치를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문 교수는 “제조사가 운전석을 비추는 카메라를 달면 직관적으로 급발진 여부를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 설치인 만큼 어려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그는 “제조사도 이걸 알면서도 주저하는 건 실제 급발진 가능성이 있다는 확률에 대한 두려움이 (제조사에게도) 있기 때문”이라며 “그런 가능성에 대한 족쇄를 스스로 거는 걸 원하지 않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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