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투데이]
◀ 앵커 ▶

하청 업체 소속으로 쿠팡 로켓배송을 했던 고 정슬기 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전해드렸는데요.

과도한 물량을 혼자 감당하지 못했던 정 씨는 '알바'까지 써가며, 배송 마감시각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차주혁 기자입니다.

◀ 리포트 ▶

새벽 4시 10분.

쿠팡 물류캠프는 밤새 분주합니다.

남양주2캠프를 나서자, 차량이 질주를 시작합니다.

신호 지킬 여유조차 없습니다.

정슬기 씨도 매일 밤 이 길을 따라 차를 몰았습니다.

[쿠팡 배송기사 (음성변조)]
"<하루에 보통 몇 개 정도 하시는 거예요?> 300개 이상이요. 항상."

정 씨의 배송구역은 서울 중랑구 상봉1동.

그런데 4월 9일부터 일부 구역이 바뀌었습니다.

새로 맡은 곳은 일반 주택이 많고, 면적도 2배 넘게 늘었습니다.

[고 정슬기 아내]
"엘리베이터 없는 지역이 많다 보니까, 뛰어다니려고 하니까 구르기도 많이 구른 것 같고. 아침에 오면 약 발라주기 바빴던 것 같아요."

쿠팡 퀵플렉스 앱에 기록된 정 씨의 배송 물량을 살펴봤습니다.

기존엔 하루 평균 256개.

구역이 바뀐 4월 9일부턴 296개로 늘었습니다.

지리도 낯선데다, 갑자기 물량까지 늘자 혼자선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고 정슬기 아내]
"'알바를 안 쓰면 내가 여기에서 정리가 될 수 있어. 그래서 알바를 꼭 써야 돼'라고 그렇게 얘기를 했어요."

정 씨 일을 도왔던, 이른바 '알바' 배송기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두 사람은 새벽 2시에서 3시 사이 상봉동 중간쯤에서 만났습니다.

할당된 물량 일부를 '알바' 차량으로 옮겨 실었습니다.

1개당 9백 원씩, 회사에서 받는 수수료를 고스란히 건넸고, 두 사람이 동시에 배송했습니다.

[로켓배송 알바 (음성변조)]
"평균적으로 50개에서 많을 때는 80개도 주시고 그랬어요."

물량은 점점 많아졌습니다.

5월 27일 밤부터 28일 새벽엔 무려 400개가 배정됐고, 이 중 234개를 '알바'에게 맡겼습니다.

그 날 오후, 정슬기 씨는 목숨을 잃었습니다.

[로켓배송 알바 (음성변조)]
"마지막 날 200개 이상 받은 것 같아요. 이백 몇십 개. '내가 몸이 너무 안 좋다. 아프다. 그래서 도와달라'는 식으로 직접 말씀하셨으니까."

'알바'까지 써가며 무리하게 배송했던 이유는 뭘까.

마감시각인 PDD를 0.5% 이상 못 지키면, 쿠팡CLS가 계약을 해지하기 때문입니다.

[강민욱/쿠팡과로사대책위 집행위원장]
"그걸 시간 내에 갖다 주기 위해서 하청 소속 노동자들에게도 이렇게 카톡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직접 닦달을 하고, 업무를 강요하고, 추가 업무를 얘기하고…"

작년 10월 경기도 군포에서도 로켓배송 위탁업체 노동자가 숨졌습니다.

당시 국정감사에 출석한 쿠팡CLS 대표이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홍용준/쿠팡CLS 대표이사 (작년 10월, 환노위 국정감사)]
"새벽배송의 배송직들에 대한 근로 여건도 저희가 상당히 좋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새벽배송에 대해서는 원하지 않는 새벽배송을 하는 경우는 없고…"

정슬기 씨의 죽음 이후에도 쿠팡 측은 "업무량과 업무 일수는 전문배송업체와 개인사업자인 택배기사의 협의에 따라 결정되며, CLS는 관여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MBC 뉴스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전화 02-784-4000
▷ 이메일 [email protected]
▷ 카카오톡 @mbc제보

MBC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44691 불법 정차 지적했더니‥차에서 내린 20대 남성은 80대 노인을‥ 랭크뉴스 2024.03.27
44690 [속보] 美메릴랜드주 "교량 붕괴시 8명 추락…2명 구조·6명 실종" 랭크뉴스 2024.03.27
44689 [속보] 이강인 패스 손흥민 슛 '합작골'...원정 태국전 3대 0 승리 랭크뉴스 2024.03.27
44688 ‘대파 875원’ 논란에 대통령실 “지난 정부 때 채소값 최고” 랭크뉴스 2024.03.27
44687 [사설] 핵심기술 유출 징역 18년…재판 지연 막고 엄중 처벌해야 랭크뉴스 2024.03.27
44686 윤 대통령, 한동훈, 인요한까지…급해진 여권, 일제히 ‘색깔론’ 꺼냈다 랭크뉴스 2024.03.27
44685 손흥민 넣고, 이강인 돕고···한국, 태국 원정 3-0 대승 랭크뉴스 2024.03.27
44684 이수정, 38억 강남 아파트 2채 “저축해 모아···대전 선산 있다고 대전 출마하나” 랭크뉴스 2024.03.27
44683 “국정농단 30년형” 구형 한동훈 “박근혜, 국정 관련 좋은 말씀” 랭크뉴스 2024.03.27
44682 권도형측 "법무장관이 모두 결정할거면 법원 왜 필요하냐" 랭크뉴스 2024.03.27
44681 한부모 가정 70% 양육비 못 받아…강제 징수 건보공단에 맡겨야 [박성민이 소리내다] 랭크뉴스 2024.03.27
44680 "수치스럽다" 늦깎이 9급 공무원 끝내…유족 "갑질당했다" 랭크뉴스 2024.03.27
44679 파키스탄 자폭 테러… 댐 건설하던 중국인 5명 사망 랭크뉴스 2024.03.27
44678 지출 더 조이는 정부…R&D 살릴 수 있나 랭크뉴스 2024.03.27
44677 외교부 “아이티 체류 국민 2명,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철수” 랭크뉴스 2024.03.27
44676 뉴욕증시, PCE 물가 발표 앞두고 상승 출발 랭크뉴스 2024.03.27
44675 대형 컨테이너선 교각에 '쾅'‥다리 무너져 최대 20명 실종 랭크뉴스 2024.03.27
44674 현주엽, 휘문고 감독 업무 소홀 논란… 서울교육청, 감사 요청 검토 랭크뉴스 2024.03.27
44673 문 열자 기자들 탄성 터졌다… 차 기둥 없앤 제네시스 '네오룬' 랭크뉴스 2024.03.27
44672 [총선] ‘비동의 간음죄’ 논란…야 ‘공약 발표’, 여 ‘억울한 사람 나올 것’ 랭크뉴스 2024.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