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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정은 인터뷰]
'낮과 밤이 다른 그녀' 코미디 연기로 큰 웃음
웃음 뒤엔 K콘텐츠에 부재한 '50대 여성'의 삶
'○○댁' 혹은 '기괴한 아줌마' 배역 벗어나
"자식 아닌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역할
동료들에게도 많은 가능성 주는 계기 되길"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황산테러를 막은 시니어 인턴 '임순'(이정은)이 표창장을 받고 웃고 있다. JTBC 제공


“코미디 장르를 하고 싶었던 순간에 이 작품을 만났어요.”

배우 이정은(54)이 요즘 유쾌한 웃음을 주고 있다. JTBC의 판타지 로맨틱코미디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이하 낮밤녀)에서 그는 능청스럽게 20대 말투를 쓰고 일자리를 얻은 기쁨에 20대처럼 춤을 춘다. 그가 연기하는 건 몸만 50대인 '임순'. 8년째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20대 ‘이미진’(정은지)이 낮에는 임순이 됐다가 밤이면 이미진으로 돌아간다는 게 드라마 설정이다.

로맨틱코미디 주인공이 50대 여성인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 그런 '낮밤녀'는 입소문을 타며 처음 4%였던 시청률이 최근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과거 작품들과 다른 연기로 드라마를 이끄는 이정은을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임순'이 일자리를 얻은 기쁨에 춤을 추고 있다. JTBC 캡처


자식 아닌 자신을 성장시키는 50대 여성



이정은이 드라마에서 웃음만 주는 건 아니다. 그는 현실에서도 드라마에서도 투명인간 취급당하곤 하는 ‘청소 아줌마’와 50대 여성의 삶을 보여준다. ‘아줌마’라고 멸시당하지만 지방검찰청의 시니어 인턴 채용에선 임플란트 없는 건강한 치아와 초고속 타자 실력으로 최연소 수석 합격한다. 그는 삶의 내공으로 맡은 일을 척척 해내면서도 젊은 세대에게 함부로 조언하지 않는 어른이다. 드라마는 20대의 영혼을 가진 50대의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오롯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는, 우리가 잘 몰랐던 50대 여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정은은 “처음엔 (50대인) 제가 20대를 구현하는 것으로 (대본에) 접근한 게 사실”이라며 “대본을 거듭 읽을수록 20대의 미진이가 못 한 일들을 성취해나가는 임순의 모습이 바로 20대의 영혼을 제대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순'이 지방검찰청의 시니어 인턴 채용 면접장에서 자신의 유연함을 강조하고 있다. JTBC 제공


이정은은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함안댁'(왼쪽), 영화 '기생충'에서 '국문광'을 연기했다. 화앤담픽처스·CJ ENM 제공


이정은이 지금까지 맡은 배역에는 K콘텐츠가 중년 여성을 그린 방식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가 처음 이름을 알린 역할은 ‘미스터 션샤인’(2018)에서 주인공 '고애신'(김태리)을 엄마처럼 돌보는 ‘함안댁’. 그는 ‘화순댁’ ‘순천댁’ ‘금촌댁’ 등 영화·드라마에서 ‘어떤 지역에서 시집 온 여자’를 뜻하는 ‘댁’을 자주 연기했다. 그래서 그에겐 영화 ‘기생충’(2019)의 가사도우미 ‘국문광’이 각별했다. 그는 “○○댁’이 아닌 이름으로 불려서 ‘국문광’이 소중했다”고 했다.

K콘텐츠는 중년 남성은 '국가 중흥에 목숨 건 투사'부터 '삶의 무게에 짓눌린 가장'까지 다채롭게 재현했지만 중년 여성은 주로 ‘엄마’ 또는 ‘기괴한 아줌마’로 그렸다. 엄마의 일하고 싶은 욕망(‘닥터 차정숙’)이나 엄마의 성적 욕망(‘남남’)을 다룬 최근 드라마에서 자식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중년 여성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엄마 아닌 중년 여성은 여전히 드라마에서 소수다. 이정은은 ‘낮밤녀’의 임순에 대해 “누군가를 (성장시키기) 위해서가 아닌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과정을 겪게 된다는 점이 이전의 배역들과 다르다”며 “저에게도 즐거운 여정이었고, 다른 동료들에게도 많은 가능성을 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순'은 엑셀 실력과 MZ세대 은어 독해 능력으로 일을 야무지게 처리하고, 잠입 수사 등을 통해 지방검찰청 사무원으로 성장해간다. JTBC 캡처


돼지 목소리 연기도 연습 또 연습



누구도 주목하지 않지만 부지런히 성장하는 임순이 “이정은의 연기 인생과 닮았다”(오수경 드라마 비평가)는 평가도 나온다. 1991년 연극 ‘한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한 후 30년 가까이 무명 배우였던 그는 녹즙 배달, 설렁탕집 서빙, 마트 판매원 등의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며 꾸준히 연기를 했다. 2010년대 후반부터 ‘신스틸러’ ‘명품 조연’으로 자리매김했고, 최근엔 주인공으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김선영, 염혜란 등과 함께 대기만성형 연기파 배우로 불린다.

이정은의 탄탄한 연기력의 배경은 성실함이다. 뮤지컬 ‘빨래’에 나온 그를 눈여겨본 봉준호 감독은 영화 ‘옥자’(2017)에서 암퇘지 ‘옥자’의 목소리를 그에게 맡겼고, 이정은은 하루 종일 돼지 다큐멘터리를 보며 소리를 연구했다. 봉 감독이 “이정은이 너무 많이 몰입해서 미안했다”고 했을 정도. 서울 출신이지만 경상도 사투리('미스터 션샤인'), 제주도 사투리('우리들의 블루스'), 부산 사투리('낮밤녀') 등을 찰지게 쓰는 것도 쉴 틈 없는 연습의 결과물이다. '낮밤녀'에서는 젊은이들이 쓰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하기 위해 부산 출신 정은지가 녹음해 준 사투리 버전의 대본 녹음 파일을 배경음악처럼 틀고 살았다. 또 아이돌그룹 '에이핑크' 출신 정은지의 춤선과 맞추기 위해 춤 레슨을 받았다. 공을 들인 덕분에 시청자들은 이정은과 정은지에게 ‘이정은지’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정말로 한 사람인 듯한 연기를 극찬하고 있다.

드라마 '낮과 밤이 다른 그녀'에서 이정은(왼쪽)과 정은지. JTBC 제공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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